언론사는 검사 10명이 탈탈, 채상병 사건은 공수처 서너명이 질질

‘대선후보 검증’ 언론사 수사, 윤 정권과 검찰에 역풍 된다

19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증인선서를 하는 가운데,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증인선서를 하는 가운데,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달,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씨가 구속됐다. 2021년 9월 신 전 위원장이 김씨와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해두었다가 뉴스타파에 넘겨 보도를 하게 했는데, 이게 김씨의 공작이라는 것이다. 수사에 착수한 지 9개월만이다.

이 사건은 신 전 위원장이 (한국의 혼맥자료를 담은) 자신의 3권짜리 책을 1억6,500만원에 판 것이 합당하느냐에 대한 판단이 관건이다. 내 주변에서도 신 전 위원장이 큰 돈을 받은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자료를 검색하면 모을 수 있는 정보의 가치가 그렇게 대단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못한다. 2006년 언론노조 부위원장 시절 그로부터 재벌과 정치인 등 한국의 혼맥에 대한 관심을 들었다. 2021년 2월 어느 상가에서 만났을 때는 혼맥 자료가 담긴 usb를 꺼내 자랑했다. 실제 한 경제신문은 수억원을 투입하고 별도 법인까지 만들어 이 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하려고 한 바도 있다. 

신 전 위원장의 구속은 지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 자신은 데이터의 가치를 굳게 믿었고, 지인들은 그가 그런 일로 돈을 뜯어낼 사람이 아니라고 믿은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신 전 위원장 구속 사유에 새로운 혐의가 등장한다. 신 전 위원장이 정기현 전 국립의료원장을 상대로 공갈을 했다는 것이다. 정 전 원장은 신 전 위원장으로부터 책을 받았고 이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는데, 신 전위원장이 그것을 이유로 고가의 책값을 받아내려고 했다고 검찰은 봤다. ‘하도 불편하게 해서’ 어쩔 수 없이 5,000만원을 주었다는 취지로 정 전 원장이 말했다니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이 책의 가치를 굳게 믿은 신 전 위원장이 제 값을 달라고 하고, 정 전 원장이 약속을 어기고 외부로 돌린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더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과 뉴스버스에 대한 수사이다. 신 전 위원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뒤 한 달 후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기자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한마디로 민주당으로서는 이재명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그리고 김만배는 대장동 의혹을 덮기 위해 양측이 함께 윤석열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어씌우기로 하고 이들 언론사들과 짰다고 본 것이다. 이 수사는 처음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검찰이 신 전 위원장 인터뷰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마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국기문란’으로 규정했다. 모종의 프레임을 건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사 10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쪽으로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 

그러더니 최근 이 수사팀이 김만배씨와 돈거래를 한 전직 기자들을 다시 캐기 시작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비판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막고 유리한 기사가 보도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른 두 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그러나 이 기자들이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대장동 사건이 터지기 훨씬 전 일이다. 대장동 사건이 터질 줄 어떻게 미리 알고 그 돈을 거래했겠는가? 김만배와 그 기자들은 신인가? 더구나 이들의 돈거래는 대선과는 더더욱 무관하다. 

결국 이것은 검찰이‘기사 공작’ 프레임을 걸고 1년 가까이 수사해도 나오는 게 없으니 호박이라도 썰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결사적으로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대선 후보에 대한 언론사의 검증은 당연한 책무이다. 문명국가에서 그런 보도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검사 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19일로 1주기를 맞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는 어떤가. 지난 1년 동안 채상병 사망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해소해야 할 의혹은 산처럼 쌓였다.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그날 회의 직후,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쉴새 없이 국방부로 전화를 걸어댔고, 그래서 수사방향은 뒤집혔다. 그러나 수사는 대통령실 앞에서 딱 멈춰 한발도 못나가고 있다. 대통령실이 수사 외압의 중심이라는 걸 가리키고 있는 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두번이나 채상병 특검법을 거부했다. 

며칠 전 경북경찰청은 임성근 전 해병사단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거나 가슴장화를 지원하라 지시한 것은 맞지만, 이는 수중수색 지시로는 볼 수 없단다. 부하들이 오해해 잘못된 수색을 지시해 채 상병이 희생됐단다. 이런 직접적인 사단장의 말이‘ 작전 지시’가 아니라면 무엇인 지시인가? 임 전 사단장은 이를 ‘작전 지도’라고 했는데, 어느 나라 말인가? 여기에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위해 김건희 여사 계좌를 관리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이 움직인 정황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렇게 냄새가 진동하고 복잡한 수사를 진행하는 공수처 담당 검사는 3~4명이다. 단 두명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공수처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고집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어제 공수처를 찾아가 1주기에 맞춰 진상을 밝혀달라는 채 상병 어머니의 절규가 들리지 않느냐며 “그동안 수사한 결과를 발표하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수처를 만들어놓고 왜 그 수사를 믿지 못하느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지금 공수처는 온전한 수사기관이 아니다. 수사 인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직 공수처 관계자들은 그 책임의 일부가 검찰에 있다고 말한다. 공수처가 제대로 된 수사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기는커녕 은근히 방해한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공석중인 차장으로 이재승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임명을 제청했지만 일주일 넘도록 윤 대통령은 재가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두명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때 이종호씨 변호인으로 일한 적이 있어서 이 수사에서 배제됐다. 이런 공수처가 어떻게 대통령실을 상대로 제대로 수사한다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의 출발점은 법치주의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면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채상병 사망과 신학림·언론사 수사에도 이 원칙이 적용되고 있나.

윤 정부는 또 안보 정권, 보훈 정권을 자부한다. 나라를 위해 일하다 희생당한 사람을 각별히 예우한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등 이전 민주당 정권이 이 부분을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채상병 1주기가 다 되도록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기된 의혹을 부정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이러고도 법치주의와 안보 정권을 외칠 수 있나? 형평성 잃은 두 수사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중근은 경향신문에서 34년 동안 기자로 일하고, 2024년 퇴직했다. 편집국에서 정치(정당·외교안보·총리실·중앙선관위·청와대), 사회(경찰·검찰), 국제부를 거친 뒤 논설실장·논설주간으로 경향신문의 논평을 책임졌다. 국가의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립되고 집행되는지를 관찰한 것을 소중한 경험으로 여긴다. 글의 무거움을 절감하며 정파적 보도를 지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하자’는 게 '신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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