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투명화는 긍정적, 여당부터라도 실천해야

귀책 재보선 무공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선거 될 소지

의원수 축소와 병립형 비례제는 국회 공론조사 정면 무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중구 정보통신기술 전문기업 더비즈온에서 열린 '함께하는 AI의 미래' 민당정 간담회에서 스크린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중구 정보통신기술 전문기업 더비즈온에서 열린 '함께하는 AI의 미래' 민당정 간담회에서 스크린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단기간에 여러 정치개혁 공약을 쏟아냈다. 그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 이상의 형 확정 의원 재판기간 세비 전액반납 △자당 귀책 재보궐 선거 무공천 원칙 △국회의원 정수 50명 축소 및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법 추진 등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상당 부분은 정치개혁이 아니거나 정치개악에 가까워 한 위원장의 얄팍한 정치 인식만 돋보인다. 비교적 긍정적인 것부터 부정적인 순서대로 평가해보겠다.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금지법 추진’의 경우, 출판기념회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책값을 넘어서는 금액을 봉투에 넣어 정치자금을 음성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일이다. 국민의힘부터 자당 정치인 출판기념회의 책 구매자수와 책 판매 액수를 밝힌다면 더욱 긍정적일 것이다. 한 위원장 선언 이전에 있었던 출판기념회는 어쩔 수 없겠지만 선언 이후에 치러진 출판기념회는 자진 공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불체포특권 포기’도 명분이 있고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사안이다. 불체포 특권은 정권이 정적을 탄압할 목적으로 의원을 구속하는 것을 저지하는 장치기는 하다. 하지만 의원은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통해 불구속 처분을 받아낼 수 있고, 요즘 사법부는 과거 독재 시대의 사법부보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불체포특권 폐지는 헌법 개정 사항이지만 정당이 자발적으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은 현행 제도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의원 재판기간 세비 전액반납’은 과잉 징벌이 될 수 있다. 만약 어떤 의원이 선거 부정으로 당선이 취소된 경우, 보전받은 선거비용과 취임 이후 받은 급여를 내놓게 하는 것은 정당하다. 선거 부정으로 챙긴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이후의 범죄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도 해봐야 한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하는 것은 기본이고 집행유예가 붙지 않는 한 옥살이를 하게 되며 벌금이나 추징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일하는 대가로 받은 급여까지 반납한다면 현대법의 정신과 취지를 거스른 이중 처벌이 된다.

‘자당 귀책으로 발생한 재보궐 선거 지역에 무공천 원칙’도 정치개혁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런 방침을 천명 또는 실천했던 더불어민주당도 같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정당이 무공천을 해봤자 그 지지자들은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무공천한 정당의 지지층을 향해 여기저기서 고개를 숙이는 희한한 선거가 진행될 뿐이다. 

국민의힘이 무공천한 2022년 3월 9일 대구 중구남구 선거를 보자. 후보자들이 저마다 ‘구민의 힘’, ‘주민의 힘’ 같은 슬로건을 내걸거나 국민의힘이나 윤석열캠프에서 쌓은 이력을 현수막에 표기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범국민의힘 성향 후보들이 난립한 이 선거에서 당선자 득표율은 22% 남짓이었다. 당선자는 결국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입당 안 해도 그리 달라질 것은 없다. 자발적으로든 공모에 의해서든 ‘위성 의원’으로 활동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할 바에야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떳떳하게 책임지는 자세다. 

한동훈표 정치개혁 공약 중 최악은 ‘의원정수 축소’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인구 대비 의원수가 적은 네 번째 나라다. 미국이 의원 1인당 인구가 약 73만명이고, 일본 약 26만 5,000명, 멕시코 약 24만 명, 한국 약 17만 명이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3만 명 안팎이다.

2023년 5월 국회가 실시한 공론조사에서, 의원 정수에 관한 시민 패널의 의견은 ‘유지’, ‘확대’, ‘축소’가 팽팽했다. 토론 전에 비해 최종 표결에서는 확대 의견이 대폭 늘었다. 의원수가 줄면 의원 개개인의 권력만 더 커지고, 의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은 약화하며 로비에도 더 취약해지는 것을 패널들이 깨달은 탓이다.

국회 공론조사에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유지 또는 강화, 비례대표 의석 비중 확대, 권역 아닌 전국 단위의 비례대표 선출 등도 다수 의견으로 나타났다. 한동훈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고집하며 나아가 ‘권역별 비례대표 선출’까지 운운하고 있다. 국회 공론조사 결과를 일일이 정면으로 거스르며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처음으로 마음 먹고 시민들의 의견을 구한 공론조사조차 걷어차는 게 정치개혁인가. 연금 개혁 등 숱한 과제들이 공론화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여당이 이렇게 나오면 누가 믿고 공론조사에 참여하려 하겠는가. 애써 모은 공론조차 존중하지 않는 이들이 무슨 정치개혁을 말하는가.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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