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검사' 아버지 권력 언급하며 반발 제압
교사 "정순신 부부 책임회피 모습…선도 시도 막아"
학폭 보도 당시 윤석열·한동훈·정순신 함께 근무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적극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났다. 특히 피해 학생에 대한 아들의 학교 폭력 배경엔 아버지 직업이 '검사'라는 점도 작용했다.
미성년자였던 아들을 대리해 전학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심결정 취소' 판결문을 보면 정 변호사 부부의 대처 방식이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불러왔음을 보여주는 대목들도 등장한다.
1. "검사는 뇌물 받고 하는 직업"…해코지 당할까 침묵한 피해자
27일 뉴스버스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평상시 아버지가 검사라는 점을 자랑하듯 발언했다. 괴롭힘을 당한 피해 학생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검사'라는 아버지의 직업도 내세웠다.
이 같은 상황은 목격자 B씨의 진술서를 통해 공개가 됐는데 이 진술에 따르면, 정 변호사의 아들 A씨는 평상시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피해 학생과 부모는 A씨의 아버지가 검사라는 이유로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당시 민사고 교사는 "가끔 A씨가 피해 학생의 방을 찾아와 너무 힘들어했다는 말을 피해학생 부모에게서 들은 적 있다"면서 "가끔 피해학생이 A씨에게 뭐라고 말을 하면, 권력 얘기가 나와 피해 학생의 부모는 피해학생에게 '아무 말 말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A씨가 피해 학생을 괴롭히던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정 변호사는 대전지검 홍성지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영전했다.
판결문에는 A씨가 피해 학생을 괴롭히는 것을 목격한 여러 학생들의 증언과 실제 발언 내용 등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A씨는 피해 학생에게 "더러우니까 꺼져라"라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주변 증언에 따르면 횟수를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자주 언어폭력을 가한 것으로 기재됐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C씨는 "저는 처음부터 A씨가 피해 학생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며 "급식실에서 피해 학생이 A씨 옆에 앉으려 하자 A씨가 '야 더러우니까 꺼져'이러면서 인상을 찡그린 채로 있었다"고 증언했다.
피해 학생을 지도했던 교사도 "애국조회 때 피해학생을 잠시 봤는데 손을 너무 많이 떤다. 제가 손을 주물러 주면서 '이게 계속 지속 되니'라고 물었는데 (피해학생이) '그렇다'고 했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은 2018년 2월부터 학교에 출석을 하지 못했다. 당시 피해 학생을 진료한 의사는 "피해 학생은 학교 생활 중 지속적인 급우의 괴롭힘과 관련돼 불안, 우울, 자살사고, 불면, 식욕저하, 집중력 저하, 무기력, 무의욕 등의 증상으로 본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견서를 냈다.
2. 학교폭력 사건 적극 개입한 정순신 부부
A씨의 괴롭힘으로 인해 피해 학생은 극심한 불안과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시도까지 하게 됐고, M고 학교폭력위원회는 A씨의 전학을 결정했다. A씨의 부모인 정 변호사 부부는 이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학 처분이 나온 이후 A씨 측이 재심을 청구하면서 전학 처분은 취소되고, 출석정지 7일로 징계가 축소됐다.
피해 학생 측은 이에 다시 재심을 청구해 A씨의 전학 처분이 최종적으로 결정이 났지만, A씨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징계를 미루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A씨 측은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A씨는 결국 M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2018년 6월 29일 열린 학교폭력위원회 회의록에는 M고 교사의 진술도 첨부 돼 있는데, 교사 D씨는 "A씨 부모님이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셔서 2차 진술서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전부 코치해서 썼다"며 "저희가 조금이라도 선도를 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 회피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사실 교사 입장에서는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D씨는 "A씨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사실 (A씨) 부모님께서 많이 막고 계신다. 저희가 선도하려고 해서 원고가 1차 진술서를 썼는데, 바로 부모님께 피드백을 받아서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해서 다시 교정을 받아오는 상태다"라며 "부모님을 만나고 오면 다시 바뀌는 상태이기 때문에 저희 학교에서도 교육적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겠지만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3. 윤석열·한동훈·정순신 같이 서울중앙지검 근무
정 변호사의 아들 A씨의 학교폭력이 보도됐던 시기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특수1부를 총괄 지휘하는 3차장 검사로서 정 변호사와 같은 검찰청에서 재직 중이었다. 또 한 장관이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으로 발령났을 당시, 한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 변호사는 용인분원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 인사검증은 1차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거친 뒤 대통령실에서는 복두규 인사기획관, 검사 출신 이원모 인사비서관, 검사 출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증을 총괄한다. 복 기획관도 대검찰청 사무국장 출신인 복 기획관까지 이들 인사검증 라인 모두가 검찰 출신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재직하던 2018년 11월 아들의 학폭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에 사건 내용을 몰랐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검에선 매일 검찰 관련 언론 보도를 스크랩해서 이프로스(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려둔다"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함께 근무한 상황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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