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휘 술술 풀어가는 정치]
원칙과 절제 따지는 자린고비 정치의 역설
자린고비는 어떤 사람일까?
피도 눈물도 없는 구두쇠일까
아니면 고통스런 자기절제를 이룬 원칙주의자 일까
자린고비는 세 아들을 두었다
원래 근검절약이 몸에 밴지라,
자식 교육도 철저했다
그런 자린고비가 세상을 떠났다
세 아들만 남았다
첫째는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
푸른 들판에서 풍성한 곡식을 수확했다
둘째는 노래를 잘 불렀다
기가 막히게 잘해서 가수가 꿈이었다
셋째는 그림을 그렸다
사진처럼 선명하게 그렸다
그런데,
첫째 아들의 곡식은 팔리지 않았고,
둘째 아들의 노래는 박수를 받지 못했다
셋째 아들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이유는 이랬다
첫째 아들의 곡식은 풍성하지만 맛이 없었고,
둘째 아들의 노래는 잘 부르지만 감동이 없고
셋째 아들의 그림은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자린고비의 근검절약 교육의 결과다
한쪽만 바라보게 한 것이다
세상이 그렇다
풍성하지 않아도 맛이 있어야 한다
투박하게 노래해도 감정이 있어야 하고,
못 그린 그림이라도 느낌이 있어야 한다
자린고비의 원칙과 절제,
근검절약이 꼭 올바른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살아가는 인생으로 치자면,
사람이 너무 영악스럽게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허술하고 손해도 볼 줄 알아야 편하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빈틈을 보여주어야 들어갈 틈이 생긴다
근본도 없는 ‘정치공학’이라는 말은
대부분 서로의 퇴로를 차단시킨다
정치도 인생과 같다
피도 눈물도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살면 부자는 될 수 있다
그러나 잘 사는 것과는 별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끝나자 보수통합 용두사미
묻고 싶은 게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세력이 힘을 합친다는 게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
슬며시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국민들은 합당을 기정사실로 알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측에서 볼멘 소리가 나온다
“도대체 합당을 하자는 거냐, 말자는 거냐”
국민의힘에서도 목소리는 있다
“무리한 지분을 요구한다”는 거다
이준석 대표의 말이다
주지 하다시피,
보수통합은 오래된 숙제다
정권창출의 최우선 과제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증명됐다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의기투합했다
보기드문 훈훈한 장면이었다
유권자들은 보수진영의 통합가치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도 컸지만
양당간의 후보 단일화 과정이 드라마였다
유세현장을 누비는 안철수 대표도 박수를 받았다
정권심판에 목말라 있던 유권자들에게는
시원한 냉수 한 사발이었다
벌써 끝을 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부터는 이야기가 없다
용두사미다
‘페이드 아웃’을 유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간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틀린 말도, 맞는 말도 없다
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소시민이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청산유수에 논리까지 있으니
어쩌겠나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관계라고 치자
비교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다
가진 게 많은 부자가 먼저 내놔야 되는게 맞다
협상이란게 상호성의 원칙이라고는 하지만,
후보 단일화에서 국민의힘이 득을 본 게 사실 아닌가
시장판 난전에도 상도덕이 있는데,
이런 큰 판에 도움을 받았으면 보답을 하는 게 맞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정치나 인생이나 그렇다
뭘 그렇게 기름칠(?)한 것처럼 맨들거리나 싶다
아마도 정치공학적 관계를 계산하고 있는 듯 하다
곤란하다 싶으면 ‘조자룡 헌칼처럼 갖다 대는게’ 정치공학이다
국민의당 지분요구, 과도한 요구 아닌 당연한 권리
먼저, 국민의힘에서는 지분요구에 불쾌하다고 한다
글쎄다,
이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필자는 국민의당이나 안철수 대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정당소속도 아니다
언뜻 들으면 안철수 대표쪽에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지분이란 건,
주인을 행사할 수 있는 일정 권리의 양을 말한다
이 말을 모를리 없다
분명한 건,
합당은 정당과 정당간의 합치다
개인의 입당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정당은 고유의 철학과 가치를 표방하고 있다
합당은 그 자체를 공유하겠다는 말이다
정강 정책과 철학을 포기 하겠다는 게 아니다
지분요구는 그것에 대한 분명한 가치다
그것까지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버리는 것과 같다
큰 회사가 작은 회사와 합병하더라도
응당한 지분요구는 당연하다
지금,
의석수가 월등히 많은 정당이
의석수가 월등히 적은 정당의 지분요구에 불쾌해 한다
하기 싫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들린다
그러면 안된다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그 때문에 표를 얻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서야 되겠나 싶다
안철수 대표측에서 도대체 어느 정도 지분을 요구했나
당을 송두리째 자신에게 넘겨라고 했으면 또 모를 일이다
내가 아는 한,
안 대표가 그렇게 무지막지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이제 필요 없는 존재인가
철저한 시장원리에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만 놔두면 스스로 걸어들어 오거나
아니면, 우리가 내미는 카드를 넙죽 받을 것이다“
“괜히 판을 키우면 우리만 손해다. 어차피 스페어 타이어에 불과한데,...”
이런 식으로 합당을 본다면 큰 오산이다
우선,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단 한 석을 가진 정당이든,
백석을 가진 정당이든,
국민의 소중한 한표로 된 것이다
의석이 적고, 지지율이 낮다고 해서 무시하는건
국민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일이다
더구나 급할 때 써먹고 이제 와서
뒷짐지고 먼산을 본다는 건 거대 야당의 태도가 아니다
거대한 댐도 손가락같은 구멍에 무너진다
돌의 크기가 중요한게 아니다
그 돌이 어떻게 쓰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훌륭하다
그러니까 국민의 힘에서 받들어야 한다”
이런 얘기가 아니다
제1야당으로서 책무와 국민에 대한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은 국민에 대한 약속
거만하게 보이는 듯한 협상의 태도는
집권당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이다
단 한표가 아쉬운 상황이다
한표가 모자라도 정권 창출은 되지 않는다
하물며 당대당 통합이다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보수진영 통합의 마지막 퍼즐이다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계산보다는 국민을 보고 가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번 대선은 엄청난 진영대결이 펼쳐진다
단 한표도 놓쳐서는 안된다
하물며 대권 후보로 20%대의 지지를 확보한 사람이다
그러면,
도대체 왜 그런가,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 힘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는 건가
그럴 수 있겠다
당내에는 대권주자들이 있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의원, 원희룡 지사 등이다
그리고 막강한 중진들이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안철수의 등장’은
달갑지 않다
내 손의 떡이 줄어들 수 있는데,
쌍수를 들어 환영할 수는 없다
대권주자로 나설 게 자명한데,
굳이 경쟁자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는가
더구나 지분요구에 응하면,
내년 지자체 공천이나,
최고위원 몇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편적인 생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말을 많이 한다
“파이를 키워서 나눠먹어야지, 파이도 만들지 않고 싸운다”
딱 그말이 들어 맞는다
보수진영의 통합,
그로 인한 잠룡들의 경쟁은 당연히 국민들의 관심이다
그러한 구도 속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파이를 키우는 건 그런거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렇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두고 눈치를 보고 있다
받아들이면,
대선주자들이나 당내 세력들이 반기지 않을테고,
이런 자리, 저런 자리 몇 개 정도는 챙겨줘야 하니
그 또한 떨떠름하다
과감해야 한다
이리저리 계산하는 모습은 좋지않다
정권창출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들은 그것을 원하고 있다
당 내부가 이러한 정치공학적 계산을 하고 있다면,
이준석 대표는 결단해야 한다
변화의 상징이 되어 있다
지금까지 보아 왔던 정치적 그림에 국민들은 식상하다
뻔히 읽혀지는 계산을 한다면 착오다
보여주는 이벤트와 쇼가 아니라
근본 없는 정치공학적 계산을 넘어서는 변화를 원한다
이준석, 자린고비 정치 벗어나야
당 내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들은 이 대표에게 이런 모습을 기대한다는 건 알아야 한다
말도 잘하고,
논리도 훌륭하고,
머리도 좋고,
미남에다 나무랄 게 없는 제1야당의 대표다
그러나,
정치나 인생이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글에다 재미를 더하려고 자린고비 아들 이야기를
풀었다
사실은 합당문제에 대한 공학적 계산을 꼬집으려 한 것보다
이준석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잘하고 있다
그러나 잘 피하고 잘 막으면
링위의 승자가 되지만 영웅은 되지 않는다
자린고비(?) 정치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별로 팔리지도 않고 인기도 없다
과감하게 합당을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얼마가지 않아
후회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휘는 경제신문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 대표, 위덕대 부총장을 맡았다. 현재 세명대 교양교수이기도 한 그는 합리적 보수 시각에서 시사평론가 방송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충북 진천에서 직접 지은 ‘이월서가’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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