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미치는 영향 너무 커 체포영장 청구 결국 못해"
소환 불응과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는 체포영장 요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 의혹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소환에 불응해 검찰이 체포영장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24일 드러났다.
내막을 알 만한 법조계의 한 인사는 “대통령 선거(2022년 3월9일) 전 (김 여사가) 출석 요구에 불응해 수사팀이 체포영장 청구를 심각하게 검토했다”면서 “그런데 대선에 미칠 영향이 너무 커 결국 체포영장 청구를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수사팀 검사들은 특검이 도입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지금도 (김 여사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서울중앙지검 지휘부와 담당 부장 검사가 교체됐지만, 수사팀 검사들은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 불가피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3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여사는 출석 요구를 거부해 지금까지 소환조사를 하지 못했다.
권 회장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속칭 주가조작 ‘선수’와 증권사 임직원 등 13명과 공모, 157개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공모혐의자 13명 가운데 4명은 구속 상태로, 다른 4명은 불구속 상태로, 나머지 5명은 약식으로 각각 재판에 넘겼으나 주가조작 가담 의혹이 있는 김 여사는 ‘계속 수사중’이라며 결론을 내지 않았다.
김 여사는 권 회장의 주가조작 과정에서 공모 혐의로 구속기소된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에게 10억원 계좌를 맡긴 것으로 드러나 주가조작에 돈을 댄 전주(錢主)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왔다.
김 여사는 대선 전에는 대선을 사유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이후엔 별다른 이유 없이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아 지금까지 한 차례의 소환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1. 김건희 여사,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 불응'
현행 형사소송법 200조의 2(영장에 의한 체포)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제200조의 규정에 의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200조의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팀은 대선 전부터 김 여사에 대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김 여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소환에 응하지 않아 지금까지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라 김 여사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요건은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할 당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상부 결재 없이 전격적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사유도 국정원 직원들의 검찰 소환 불응이었다.
당시 윤석열 팀장(현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체포영장 청구 필요성을 구두 보고한 뒤 국정원 직원 4명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과 이중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당시 법원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직후 압수수색·체포영장 청구 과정에서 상부의 결재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팀장에서 전격 경질되고 수사에서 배제되는 일을 겪기도했다.
대선 전 검찰 출석 요구에 김 여사가 “대선 전에는 어렵다”는 사유를 댄 데 대해서도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은 “소환 조사를 거부할만한 형사 절차상의 정당한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됐던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지난 9일 경찰이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2주 만에 소환 조사에 응했다.
2. '의심할만한 상당한 사유'도 체포영장 청구 요건
김 여사 측은 주식 전문가로 소개 받은 사람에게 거래를 일임했을 뿐 주가조작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김 여사는 주가 조작에 이용된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 가운데 본인 명의 계좌를 5개나 빌려줬고, 주식 매수액도 40여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회장 공판에서는 김 여사의 연루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4월 1일 5차 공판당시 검찰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1월 1일 11시 44분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주식을 주당 3,300원에 8만주를 매도주문했는데, 바로 직전에 주가조작 공모혐의를 받는 ‘선수’ 김모씨가 권 전회장쪽 민모씨에게 “3,300원에 8만개 때려달라고 해주셈” “12시 조금 전에 11시 44분에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공판에서 주가조작 선수 김씨는 매수 세팅된 상태에서 권 전 회장측에 매도주문을 요청하는 식으로 소위 ‘통정매매’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했다. 이 때 김 여사의 계좌가 이용됐다는 것이다.
4월 8일 6차 공판에서 검찰은 구속기소된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를 상대로 “(이씨) 회사 직원 노트북에서 김 여사의 대우증권 계좌 거래 내역이 정리된 ‘김건희 파일'이 발견됐다”면서 “김건희씨 계좌 파일을 어떻게 작성했느냐”고 물었다. 주가조작 선수 이씨를 추궁하는 듯 하지만, 사실상 주가조작에 김 여사의 계좌가 활용됐음을 공개한 것이다.
이런 구체적 정황은 권 전 회장과 김 여사의 주가조작 공모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에 해당한다. 김 여사가 계속해서 소환에 불응할 경우 형사소송법 200조의 2에 규정된 체포영장 청구 사안이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 “대선 전 김 여사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가 검토된 것으로 안다”고 밝힌 법조계 인사는 “(공판에서 김 여사 관련 증거 공개가) 상당히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무혐의’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수사팀이 공판에서 김 여사 관련 증거들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월 18일 취임 이튿날 전격 단행한 검찰고위 간부 인사 때 중간 간부인 중앙지검 2,3,4차장 등을 포함시킨 것도 당시 중앙지검 수사팀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김 여사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곧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점을 감안할 때, 한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무혐의’결론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살아있는 권력’은 소환 조사 없는 ‘무혐의’를 압박하는 반면,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이나 진술 등의 증거는 그렇지 않다는 데 김 여사 수사팀의 깊은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회에서 특검법까지 발의된 상태라 김 여사 수사팀은 양측에서 압박을 받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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