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50억원인데, 김만배 횡령액 25억…25억 책임 공백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2월 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2월 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해왔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기소할 때는 뇌물액수로 25억원을 적용했다. 소위 '50억클럽'인데, 기소액은 반값이다. 왜 그랬을까?

곽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자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일했던 아들의 퇴직금 등 명목으로 화천대유 운영자 김만배씨로부터 50억여 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뇌물로 보고 기소한 금액은 25억 500만원이다.

검찰관계자는 뇌물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이유에 대해 “곽 전 의원 아들이 수령한 퇴직금 등 정당한 대가와 관련 세금은 혐의금액 50억원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2022년 근로소득세 과세표준은 10억 원 초과일 경우 45%다. 50억 원의 근로소득이 발생했다면 예상 세액은 22억 원가량이 된다. 곽 전의원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 가운데, 화천대유가 아들 곽씨 대신 원천징수한 소득세 22억원이 뇌물액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다.

뇌물액 50억원에서 공제된 나머지 3억여원은 아들 곽씨가 받아야 할 퇴직금과 통상 관례에 따라 적용되는 성과급, 또 아들 곽씨가 일하는 기간 얻은 질병에 대한 산재위로금 등을 계산한 금액으로 보인다. 

검찰의 반값 기소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2012년 6월 14일 알선수재 사건 판결에서 "알선수재자가 수수한 알선수재액은 명목상 급여액이 아니라 원천징수된 근로소득세 등을 제외하고 알선수재자가 실제 지급받은 금액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가 최종 확정될 경우, 알선수재액 전부를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는 법에 따라 추징금 역시 제공받기로 한 50억원이 아닌 실수령금액 25억원을 내게 된다. 

곽 전 의원이 기소된 뇌물수수액이 25억원으로 정해짐에 따라 검찰은 화천대유 운영자 김만배씨의 업무상 횡령액도 50억원이 아닌 25억원으로 기소했다. 곽 전의원의 뇌물액이 반값으로 줄자, 김씨의 횡령액도 덩달아 반값으로 낮아진 것이다.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이 지난 11월 1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이 지난 11월 1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런데 김씨의 업무상 횡령액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검찰이 통상 업무상 횡령범죄에 적용하는 횡령액은 회사에서 불법적으로 빼낸 돈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렇게 되면 김씨의 횡령액은 세금 부담까지 포함한 50억원이어야 한다. 검찰과 대법원은 그동안 업무상횡령죄에 대해 일관되게 ‘피해액 기준'으로 횡령액을 산정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건네진 돈이 뇌물이기 때문에, 이 돈을 퇴직금 명목으로 처리하면서 낸 세금 자체가 원천 무효라는 논리로 실제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지급된 25억원만 횡령액으로 산정했다. 

검찰의 이 같은 법리 적용대로라면 화천대유에 실제 발생한 50억원의 피해액 가운데, 곽 전 의원 아들을 대신해 화천대유가 원천징수 방식으로 낸 세금 25억원에 대해선 누구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업무상 횡령액 50억 원과 25억 원의 차이는 형량 차이로도 이어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횡령액 5억이상~50억 미만일 경우 기본2~5년, 50억이상~300억 미만일 경우 기본 징역 4~7년이 양형기준이다. 따라서 다른 추가범죄가 없다면, 검찰 기소대로 횡령액을 25억으로 할 경우 김씨는 징역 2년가량이 감형될 수 있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