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치기'전략은 불행한 정권의 씨앗
'국정비전과 승자독식 우려 해소 방안' 제시해야
2월 7일~11일 공표된 여론조사 중 11개 전화면접 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단순평균 지지율은 37.9%였고, 13개 ARS 조사 단순평균 지지율은 45.2%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단순평균 지지율은 전화면접조사에서는 단순평균 34.3%, ARS 조사에서는 37.9%였다. (관련기사 ▶ 이번주 25개 여론조사 중 24개, 尹이 李 앞섰다 - 헤럴드경제)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긍정평가율(40%를 조금 웃돈다)에 못 미치고 있고,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50% 이상)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대통령 긍정평가율을 확실히 제치고 있지 못하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1차적으로 지지율을 대통령 긍정평가율만큼 끌어올려야 한다. 2차적으로는 정권교체 지지 여론 일부를 흡수해야 한다. 윤 후보는 지지율을 정권교체 지지 여론에 가깝게 끌어올려야 한다. 적어도 대통령 긍정평가율보다는 앞서야 한다.
이 시점에서 결국 ‘50대50 갈라치기’가 등장했다. 윤석열 후보의 <중앙일보> 인터뷰, “적폐수사,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 발언과 이에 대한 문재인 청와대의 대응이다. 윤 후보의 이 발언이 실언인지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측근인 한동훈 검사를 ‘독립운동가’에 비유하며 "서울중앙지검장을 시키면 안되는 것이냐"고 대놓고 띄워주는 행태까지 감안해보면, 윤석열 정권의 제1임무는 전 정권 심판임을 제시해놓고 남은 선거레이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측의 반응도 예상외로 노골적이다. 그답지 않은 이례적인 분노 표현은 계산의 산물로 해석된다. 선거를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로 만드는 게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듯 하다.
하지만 양쪽 다 경계해야할 점이 있다. 문 대통령은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대립하며 분열하는 양상이 크게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조성한 제1의 책임은 그간 국민들을 갈라치기 해온 문 대통령에게 있다. 역대 정권과 비교해 임기말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도, 더 높은 비토율을 만들어가면서 쌓은 측면이 크다. 더구나 여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 지지율을 밑돌고 있다. ‘한 번 정권을 잡은 정당은 그 다음 정권도 잡는다’는 법칙이 처음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또한 민주당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편으론 국민의힘이 만들어 준 것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을 반대한다’는 여론의 응집이 임기말 대통령으로서는 역대급인 지지율을 만들었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그 위성세력이 국회 의석의 60%를 차지한 것은 민주화 이래 전무한 기록이었다. 이 역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의 무능함과 혐오스러움에 기반한 것이다. 지금도 민주당을 마다하는 정권교체 여론의 일부가 윤 후보 지지에 끼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이재명과 윤석열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갤럽의 호감도 조사에서 두 후보는 모두 34%를 기록했다. ‘호감도’는 지지율 수치에 숨겨진 질적 지지를 알아볼 수 있는 척도다. 한국갤럽이 측정하는 호감도는 ‘가장 호감가는 후보는?’이라고 묻지 않고 후보별로 ‘호감/비호감’을 물어본다.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도 호감을 표할 수 있는 조사이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두 후보는 지지도(윤석열 37%, 이재명 36%)보다 못한 호감도를 나타냈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에서 지지세가 우위라는 것이 중평이지만 호감도는 각각 32%, 26%에 그쳤다. 이재명 후보의 호감도는 40대, 50대에서만 불쑥 솟아 올라가 있다. 두 후보 모두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호감으로 돌려세운 동시에, 지지하는 사람한테 충분한 호감을 사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개요: 2022년 2월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무선전화 90%, 유선전화 10%로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은 14.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양강 구도이지만 공백이 제법 큰 대선’은 호감도 저조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 원인은 간단하다. 첫째, 두 후보 모두 사법 및 가족리스크로 도덕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둘째, 경쟁적으로 정책 공약을 내놨지만 진정성이나 식견을 의심받고 있다. 이 후보는 “지키겠어?”, 윤 후보는 “알고 말하나?”라는 의문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지지자들에게 그나마 남은 무기란 “윤석열처럼 식견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보다 나쁘지는 않지 않냐”이다. 두 후보는 이를 어떻게든 스스로가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50대50 갈라치기’에 희망을 거는 건 당장의 단꿀일지는 몰라도 불행한 정권을 자초하는 길이다.
'50대50 갈라치기'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가 있다. 상대방이 결집할 우려가 있어도 ‘우리쪽이 한 표라도 이기면 그만’이니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이기는 쪽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재의 비호감도를 감안하면, 어느 쪽이든 지지하지 않은 국민에게 지지받을 여지는 좁다. 다음 정권이 이재명 정권이라고 가정해보면, 지금 집권 세력인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다. 반대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다고 치면,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심판은 이미 선거로 이뤄졌기 때문에 그걸 동력으로 쓰기 어려울 것이다. 집권 초반 지지율이 50%를 밑돌 공산이 크다.
이런 시나리오를 막으려면 후보들은 ‘판 갈라치기’가 아니라 겸허하게 자신과 싸웠어야 하고, 싸워야 한다.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첫째, 자신에게 제기됐거나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충실히 해명하고 최선을 다해 해명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두 후보를 둘러싼 의혹 들에 대해 특검이 이뤄지지 않은 게 아쉽지만, 이제 특검은 시기적으로 늦었다. 후보들은 남은 기간이나마 국민들에게 해야할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기본적 책무다. 둘째,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승자독식’에 대한 우려를 떨칠 방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제3당 후보와 그 지지층을 압박하는 단일화 논의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후보 단일화는 50대50 갈라치기의 전형일 뿐이다. 국민 앞에 내놔야 할 것은 ‘선거 이후 정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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