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6월의 어머니' 별세 일제히 애도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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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9일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배 여사는 아들 이한열 열사가 1987년 6월 9일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지자, 이후 아들의 뜻을 이어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지난해 6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34주기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서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뒤로는 1987년 6월 9일 민주화 시위 중에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뒤 부축받고 있는 이 열사의 조형물이 보인다. (사진=뉴스1)

배 여사는 지난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전날 퇴원했다가, 퇴원 후 하루 만에 다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아들 이한열 열사가 떠난 지 35년 만에 아들 곁으로 갔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아들 이한열 열사의 죽음 이후, 배 여사의 삶은 평범한 주부에서 민주 투사로 바뀌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해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와 박종철 열사 아버지 고(故) 박정기씨 등과 함께 민주화 시위‧집회가 열리는 곳이면 거의 빠짐없이 달려갔다. 1998년부터 유가협 회장을 맡아 422일간의 국회 앞 천막 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2009년 용산참사 소식을 듣고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2016년 백남기 농민 사망, 2017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배 여사는 현장을 지켰다.  

2019년 1월 13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건립 부지에서 열린 고(故) 박종철 열사 32주기 추모식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故) 배은심 여사가 박 열사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 여사는 2018년 6월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의 31번째 추모제에서 “민주주의는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땀이 범벅되어 한 발짝씩 온다. (열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 믿는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2015년 6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기념비제막식에서 고 배은심 여사가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15년 6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기념비제막식에서 고 배은심 여사가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 여사는 민주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 6월 10일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지난 2012년 6월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이던 고(故) 배은심 여사가 유가족 대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012년 6월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이던 고(故) 배은심 여사가 유가족 대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배 여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 각층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정숙 여사와 함께 빈소를 찾아 헌화 조문한 뒤 “이한열 열사와 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간 배은심 여사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들었다"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전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배 여사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오전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배 여사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남은 사람들은 먼저 간 사람들의 삶을 대신 사는 것’이라던 그 말씀 잊지 않고 가슴에 안고 살겠다”고 적었다.

대선 후보들도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이날 밤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후보는 "평생 자식을 가슴에 묻고 고통 속에 사셨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며 "이제 이 세상은 우리들에 맡기고 편안하게 영생하시면 좋겠다"고 추모했다. 앞서 빈소를 찾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어머님(배 여사)이 온몸으로 실천하셨던 민주주의가 더 꽃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조선대학교병원에 차려진 고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에게 고인의 뜻을 기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조선대학교병원에 차려진 고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에게 고인의 뜻을 기리고 있다. (사진=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고 배은심 여사의 조문을 위해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고 배은심 여사의 조문을 위해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이한열 열사와 고인의 뜻을 저희가 이어가겠다”고 애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배 여사는 이한열의 어머니이자 우리의 어머님이셨다”며 “자식에 대한 사랑을 대한민국 미래세대 모두에 대한 더 큰 사랑으로 승화시켰다”고 기렸다.

발인은 11일 오전 9시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지며, 장지는 광주 망월동 8묘역(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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