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도박빚 변제 요구 받다 피살되자 현장 건설업체 협박
건설업체, 공사 중단 협박에 울며겨자먹기로 1,500만원 제공
[반론] “공사대금 체불로 도박빚 변제 못해 생긴 문제”
[업체 재반박] "공사대금 지급 날짜 전에 살인 사건 벌어졌다"
민주노총이 ‘도박 빚’ 변제를 요구하며 일용직 동료를 살해한 울산 '도박 빚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일용직으로 일하던 건설현장 업체를 협박해 돈을 빼앗은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노총 울산건설기계지부는 살해된 조합원이 일용직으로 일하던 업체에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레미콘 공사 등을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협박해 1500만원을 피해자 유족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지난 1월 15일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하던 A씨는 지게차 운전기사로 일하던 B씨와 함께 울산 북구에 있는 원룸에서 ‘블랙잭 도박’을 하던 중 B씨로부터 도박자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3회에 걸쳐 1,150만원을 빌려줬다. A씨는 1월 18일 B씨에게 변제를 요구했으나, B씨는 변제를 거부하고 전화 연락을 차단했다.
A씨는 3월 초순경부터 B씨가 일하는 울산 북구 H건설 아파트 공사 현장을 방문해 B씨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도박판에서 술에 취한 나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니 네 잘못이 크므로 갚지 않겠다”고 말했다. 3월 24일 A씨가 다시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으나, B씨는 “법대로 하라, 배째라”고 말했고, 화가 난 A씨는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A씨에 대해 살인죄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공격으로 B씨는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며 “A씨에게는 그 범행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4월 민주노총 울산건설기계지부는 살해된 B씨가 일하던 현장의 H건설과 H건설의 하청업체인 K건설에 금전을 요구했다.
뉴스버스가 확보한 H건설 관계자와 전 민주노총 울산건설기계지부 관계자간 통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민주노총 울산건설기계지부는 H건설 측에 산업재해에 준하는 보상금을 B씨의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레미콘 운행을 중단하는 등 공사 중단에 나설 것이며, H건설이 진행하는 다른 현장의 공사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
민주노총 울산건설기계지부는 H건설·K건설 측에 최초 2억원을 요구하다가, 협상 끝에 B씨 유족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녹음파일에서 H건설 관계자는 “강경하게 한번 고발도 해보고 할 생각이 컸지만, 현장이 피해입는 게 부담스러웠다”며 “타 현장까지 피해가 가게 될 수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협박을 통해 지급할 의무가 없는 돈을 받아냈다면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변호사도 “H건설이나 K건설이나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전형적인 공갈”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반론>
"피해자 유가족 생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 있었다"
민주노총 울산건설기계지부는 K건설이 B씨가 받아야 공사대금을 체불했기 때문에 도박 빚을 갚지 못한 측면이 있어서 K건설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울산건설기계지부 관계자는 “B씨가 공사대금 체불이 됐다고 해서 우리 지부가 이런 부분을 빨리 해결하라고 건설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그래서 이 사건도 공사대금 체불로 인해 생긴 문제 아니냐, (H건설·K건설도)일부 책임을 지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B씨 가족의 상황도 고인이 된 B씨가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2억원의 고액을 요구한 점에 대해선 “얼마를 줬으면 좋겠느냐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온 얘기일 것인데, 얼마 내놓으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K건설 측과 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억압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지부에선 교섭 당시 대화까지 알 수는 없는 부분이다"고 해명했다.
<K건설 재반박>
K건설 관계자는 민주노총 울산건설기계지부의 공사대금 체불 주장에 대해 “우리는 B씨의 공사대금을 체불한 적이 없다”며 “공사대금 지급날짜가 돌아오기 전에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우리에게 (돈을)좀 보전을 해달라고 요구를 했었다”며 “현장에서 발생한 일도 아니고, 얼토당토않은 얘기지만 현장에서 조용하게 일을 잘 진행하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인정하고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서 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K건설 주장에 대한 민주노총 재반박>
공사대금 체불이 없었다는 K건설 측 반박에 대해 민주노총 울산건설기계지부 측은 체불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재반박했다. 울산건설기계지부 관계자가 뉴스버스에 제공한 사망한 지게차 운전기사 B씨의 매출장에는 1월 받아야 할 돈은 800만원이었다. 그러나 2월 1일 K건설이 B씨의 통장에 입금한 돈은 460만9000원이었다. 또 2월 매출장에는 755만원이라고 적혀있지만, 3월 8일 B씨에게 입금된 돈은 440만원이었다. 3월 사망하기 전까지 일한 매출은 424만원이었는데, B씨가 사망한 이후인 4월 8일 K건설은 1730만9000원을 한꺼번에 입금했다.
민주노총 울산건설기계지부 관계자는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고인도 약속을 지켰을 것이고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며 "사고의 원인은 결국 건설사의 체불이 원인이었고 예방할 수 있는 인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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