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시세 연초 대비 50% 상승하며 최대치 경신

미중 갈등·러우 전쟁 등 불확실성에 금 수요 증가

주요 금융투자사들 1온스당 4,000~5,000달러 전망

각국 중앙은행 매수 감소 등 조정국면 감안해야

국제 금값이 6일(세계 표준시) 사상 처음 1온스당 3,9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금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 금값이 6일(세계 표준시) 사상 처음 1온스당 3,9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금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값이 끝 모르고 치솟고 있다. 국제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국내외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까지 현실화하면서 금값 상승 랠리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정세 불안에 트럼프가 부추긴 금 수요

추석 연휴 시작과 함께 금값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표준시 기준 8일 국제 금시세가 장중 4000,96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일만 해도 2,674달러 수준이었던 금값은 9개월여 만에 50%나 뛰어 올랐다. 한국 금값 역시 같은 기간 12만8,790원에서 18만7,300원으로 6만원 상승했다. 국내에서 주로 통용되는 ‘1돈’ 단위로 따지면 약 48만원에서 70만원대까지 올라섰다. 

국제 금값은 이미 2024년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였다. 2024년 한 해 동안 금 현물 가격은 약 30%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2007년 이후 최고 연간 상승률이었다. 올해 역시 이러한 모멘텀을 이어가며 전 세계 주요 자산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사들과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증가 ▲각국 중앙은행들의 사상 최대 규모 금 매입 ▲민간 투자 자금 유입 확대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을 꼽는다. 

특히 지정학적·정치적 불확실성 증대는 금값 상승의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럽 안보 질서에 긴장이 높아졌고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공에 따른 중동 지역 갈등 고조도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경제 불확실성을 키웠다. 

미·중 갈등을 비롯한 글로벌 무역마찰도 금 수요를 키운 요인이다. 2025년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관세 인상 등 공격적 통상 정책을 재개해 세계 무역질서에 불확실성을 높였다. 경제뿐만 아니라 동맹국 방위비 재조정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축소 가능성 등 안보 전략의 변화도 시장에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다. 러·우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이후 세계 중앙은행들은 매년 1,000톤이 넘는 금을 순매수해왔다. 2024년에도 982톤에 달하는 순매수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으며 다국적 투자 은행 UBS는 올해에도 중앙은행들이 900톤 이상의 금을 사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트럼프가 연준에 기준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민간의 자금도 금으로 유입되고 있다. 달러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금리 인하기를 적기로 보고 금 ETF 등 다양한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조에 국내 금 ETF 9개 종목의 순자산 총액도 7일 기준 3조3,378억원으로 지난해 말 8,772억원 대비 280% 급등했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 말 보고서에서 “완만한 금리 하락과 지속적인 중앙은행 수요가 2025년 초까지 금 가격 상승의 2/3를 맡고, 나머지는 연준 금리인하 후 재개된 ETF 자금 유입이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프=신한투자증권)
(그래프=신한투자증권)


“세계 분절화 심화 지속…상승세 유지 전망”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 상승 랠리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등의 영향으로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추석 연휴 이후 2026년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연설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긴 평화와 공존의 시기가 저물어 가고 있다”며 “세계 각지에서 협력과 공동번영의 동력은 약해지고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들의 매수세와 민간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계속되면 2025년 말까지 1온스당 4,5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도이치뱅크 등 주요 국제 은행들 역시 2026년 초중반까지 4,000달러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이 보유한 국채 자금의 일부가 금 투자로 이어진다면 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급진적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국내 전문가들도 금값 상승 전망에 무게를 실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세계 분절화 심화에 따른 중앙은행 금 매수세, 금융억압 정책 부작용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금 매수세가 이어지는 한 금 가격 상승세는 유지될 전망”이라며 “실질금리와 달러화 약세까지 감안하면 2025년 말 금의 모형가격(적정 이론가격)은 4,0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전문위원도 "최근에는 미국 금리인하와 연방정부 셧다운 등이 금값 상승의 촉매제가 된 것 같다. 개인들의 금 투자가 쉬워졌다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1온스당 4,000달러는 이미 목전에 다다랐고 내년까지 5,000달러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상승 기대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금값 조정국면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아울러 주요 글로벌 금융투자사들이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 기조가 꺾일 가능성을 언급하고 금 투자의 위험회피를 조언하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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