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10월6일 노벨 생리학상을 시작으로 13일 경제학상까지 6개 부문의 수상자가 발표된다. 노벨상 수상자는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6,000만원)의 상금을 타게 되며, 수상자는 노벨상의 권위와 명성에 걸맞게 인류를 위해 공헌한 위대한 인물로 세계인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또다른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지 관심이다.
한국이 배출한 노벨상: 민주주의를 지킨 김대중과 한강
한국에서는 제15대 대통령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소설가 한강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1세기 한국 문학을 세계 무대에 올려놓은 작가 한강은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의 노벨상 수상은 단순한 개인 영예를 넘어 한국 사회의 역사와 문화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읽히는지를 보여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평생에 걸친 민주화 투쟁과 함께 ‘햇볕정책’을 통한 한반도 화해와 협력 노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오랜 기간의 투옥, 낙선, 납치, 사형선고, 망명, 색깔론, 지역감정 등 숱한 역경을 딛고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인물로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았다. 실제 노벨상 선정 이유에 대해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수상 경과 발표에서 "김 대통령의 인권을 위한 노력은 최근 남북관계 진전과는 별도로 수상 후보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 북한과의 화해를 위한 김 대통령의 다짐과 이행, 그리고 업적이 수상에 중요한 몫을 더한 것도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언론과 학계는 김대중을 넬슨 만델라, 빌리 브란트와 같은 지도자와 비교하며,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화를 이끈 점(만델라와의 유사성)과, 냉전시대의 적대 관계를 외교적 대화로 풀려 한 시도(브란트의 동방정책과 유사) 등을 언급하곤 한다.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김대중의 ‘민주화 투쟁’과 ‘평화외교’는 국제정치의 전통으로 자리잡았으며, 그의 정치적 유산을 둘러싼 학술적·정치적 재평가를 불러왔다. 이를 통해 김대중의 핵심 철학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동시 발전’과 ‘대화·포용을 통한 평화 구축’으로 평가받았고, 실천적 평화외교를 위한 시민사회·국제연대의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인간을 드러낸 강력한 시적산문”
한강 작가는 ‘상처·기억·몸’을 쓰는 작가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 인간 존재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평가와 함께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 작가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국제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하며 세계 독자·비평계의 주목을 받았고, 외국어 번역을 통해 영어권을 포함한 다국어권 독자층이 급속히 형성되었다. 한강 작품의 핵심은 ‘몸’과 ‘말해지지 않은 폭력’에 대한 지속적 탐구다. 특히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항쟁의 트라우마를 문학적 증언으로 재구성하면서 개인·공동체의 상처를 국제무대에 드러냈다. 이로써 한국의 근현대사가 문학적 주제로 보편적 공명을 일으킨 사례가 되었으며, 특정 국가의 과거 역사를 읽는 방식이 어떻게 보편적 인류 경험인 폭력, 상실, 연민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줬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번역, 리뷰, 학술연구, 강독을 통한 재조명과 함께 한국 현대사의 문학적 재해석을 촉발시켰다. 글로벌 매체들은 한강을 ‘한국 문학의 목소리’로 소개했고, 독자층과 학계는 그녀의 작품을 정치적·윤리적 담론으로 읽고 있다. 한강의 작품은 한국의 역사적 폭력과 개인의 고통을 문학으로 전환해 세계 독자에게 ‘증언의 윤리’를 제시했으며, 그의 노벨상 수상은 문학적 책임을 국제적 플랫폼의 수준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앞으로 의미있는 진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문학적 예술적 탐색과 함께 번역가·편집자·출판사가 긴밀히 협력하는 ‘번역 프로젝트’ 등 번역 인프라의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역사적 사건을 학술·공공 담론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통한 공적 증언과 교육 참여, 국제 문학 축제·포럼 참여, 해외 인터뷰·에세이 기고 등을 통해 작품 해석의 다양성을 촉진하는 글로벌 독자와 학계와의 대화 등이 이뤄지면 더 큰 역사적 의미로 확장될 것이다.
한강, 은둔형 작품활동보다 대중과 지구촌과 소통하며 역할해주길
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은 수상의 기념과 책임의 동시성에 주목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중과 한강, 두 노벨상 수상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계의 시선을 끌어 한국의 역사와 현실을 국제 담론 속으로 옮겨놓았다. 김대중은 정치적 담론에서 ‘대화와 민주주의’의 모델을, 한강은 문학을 통해 ‘기억·고통·인간성’의 보편적 성찰을 확장했다. 그러나 노벨은 명예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공적 책임과 검증의 장을 만든다는 점에서, 김대중의 정책적 유산은 성찰과 제도화를 통해, 실천적 평화·인권의 틀로 계승되어야 하며, 한강은 문학적 증언을 번역·교육·기념과 연결해 ‘세계가 읽는 한국의 역사’에 지속적 영향을 끼쳐야 할 것이다.
노벨상 수상은 수상을 통한 국제적 평가를 통해 끝이 아닌 시작을 의미하며, 그 평가를 ‘실천’으로 옮길 때 진정한 유산이 된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 김대중과 한강이 남긴 질문과 유산들은 이제 우리 사회의 문학계, 정치권, 시민사회가 어떻게 응답하고 실천할 것인지로 이어져야 진정한 역사적 유산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대중은 떠났지만, 한강 작가는 더욱 왕성한 문학활동과 사회적 역할을 통해 노벨상을 더욱 값진 유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한강 작가에게 간곡하고 절실하게 부탁하고자 한다. 국내에서는 12.3 비상계엄과 내란, 폭정을 극복해야 하고, 지구촌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사태, 미중갈등과 관세전쟁 등 폭력과 폭압이 창궐하는 현실에서, 노벨상 수상자로서 대중과 글로벌사회와 소통하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여는 길에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럴 때 한강의 작품도, 사회적 활동도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다. 두문불출하며 위대한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것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로서 한강의 역할은 더욱 크고 다층적일 것이다. 한반도와 지구촌의 상황이 너무나 어렵고 힘겨운 시대를 지나는 만큼 한강 작가가 역할을 해준다면, 민주주의와 평화의 길을 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힘든 부탁인줄 알지만, 온 국민과 지구촌이 사랑하는 한강 작가가 위대한 여정에 함께 해주길 기대한다.
김홍국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지도자의 국정운영과 리더십, 협상력과 조정력, 국가보훈 등을 연구하고 현실정치에서 실천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다. 언론인으로 청와대를 비롯 주요 영역을 취재했고, 대학에서는 국제정치학 박사로서, 정치학, 언론학, 정치커뮤니케이션과 스피치 등을 강의해왔다. <리더의 말하기>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 <오바마 2.0>, <미국의 거장들> 등의 저서와 <대통령의 국정어젠다와 對 국회 협상에 관한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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