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두려움에서 사랑으로 바라보게 하는 안내서

여러 조사에서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치매’가 꼽힌다. 치매가 엄습하면 부모는 자식에게 짐이 될까 걱정하고, 환자는 “인생이 끝났다”는 절망에 빠진다. 치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치매가 개인과 가족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병으로 각인된 데서 비롯된다.

신간 <사랑은 치매도 멈추게 한다> (김동선 지음, 샘터)는 이러한 통념을 깨뜨리고 치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치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치매에 걸려도 일상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 감정이 치매 진행을 가속화시키는 반면, 주변의 사랑과 존중은 치매 속도를 늦추고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를 대하는 새로운 관점

이 책은 치매를 ‘끝’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나다운 삶을 지켜내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나다움’을 지키는 활동이야말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의미 있는 일을 찾고, 하루에 한 번 반려 식물에 물을 주는 사소한 일이라도 스스로 결정해 행복을 느끼는 과정이면 충분하고, 걷기·수면·식사라는 기본 습관을 지키는 것도 예방 효과에 포함된다. 

또 치매 진단 이후에는 '자기다움'을 지키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년에 불릴 호칭을 정하거나 자신을 기억할 수 있는 ‘메모리북’을 만드는 일, 가족·이웃과 연결하고 꾸준히 교류하는 일을 제시한다. 저자는 “사랑하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체온을 나눌 때 옥시토신 같은 행복 호르몬이 나와 치매를 막는 장벽이 된다"고 설명한다.

‘사람중심케어’ 5가지 원칙

저자는 치매환자에겐 감정을 나누는 ‘사람중심케어’를 강조한다. 돌봄을 단순한 노동이나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가 아니라 감정의 교류로 본다. 그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원칙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것 △성숙한 관계를 맺을 것 △상대방의 생애사를 이해할 것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도울 것 △함께할 것 등이다. 이 돌봄의 방법은 치매 환자뿐 아니라 노년기 가족관계 전반에 적용 가능한 지침이다. 

2025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약 100만 명이 치매 환자다. 혼자 사는 노인, 초로기 치매 환자까지 늘어나면서 치매는 개인이나 한 가족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사회 문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치매 환자 가족뿐 아니라 중장년, 돌봄 종사자, 정책 담당자 모두에게 권할 만한 치매 안내서다. 원혜영 전 국회의원은 추천사에서 “치매를 두려움의 대상에서 준비와 사랑의 대상으로 바꿔준다”고 평가했고, 윤종률 전 대한노인병학회 회장도 “치매 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입안자까지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노인전문기자 출신으로 치매연구자인 저자 김동선은 "이 책을 통해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치매 증상이 있는 부모를 돌보는 게 한결 쉬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치매를 '인생 끝'의 절망의 병으로만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두려움 대신 사랑으로, 단절 대신 연결로라는 노년의 삶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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