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이 올해 중간배당을 전격 중단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지난해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약 2조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 여파로 자본총계가 줄어들어 배당가능이익 한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회사가 스스로 발표한 중장기 배당정책을 지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투자자들에게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점은 자본시장법상 '중요사항 공시 누락'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3년부터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는 중장기 정책을 공표하고 주주들에게 당기순이익의 30% 이상 배당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정관상 중간배당 가능 금액 산정 과정에서 자본총계가 대규모 자기주식 매입 여파로 줄어들었고, 그 결과 배당가능이익 한도가 마이너스 2조원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2024년 사업연도 자본총계는 약 6조7,00억원이며, 공제 항목들의 총합은 8조7,00억원에 이른다. 배당가능이익 한도가 -2조원 수준이다. 

이후 고려아연 이사회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의적립금 약 7조원 가운데 1조6,000억원가량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환입하는 안을 가결했다. 임의적립금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면 임의적립금 규모가 줄어들어 배당가능이익 한도는 늘어난다. 그럼에도 배당가능이익 한도가 마이너스여서 중간배당이 불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당가능이익 한도가 추가로 늘어났음에도 여전히 마이너스 4,000억원인 상태여서 중간배당이 불가능했다. 사실상 회사가 배당 여력을 스스로 소진한 셈이다. 고려아연이 기존에 수립한 배당정책을 지키기 어려워질 정도로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었다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를 공개매수신고서에 공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르면 공개매수자는 장래 계획을 밝히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재무구조, 배당정책 등 주요 변화 가능성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특히 '배당정책의 중요한 변화'는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 공시 대상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배당 여력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공개매수신고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으며, 이는 자본시장법상 '허위 기재' 또는 '중요사항의 기재 누락'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진행되던 시기에 유상증자 추진을 위한 실사도 병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3월 최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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