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닌 사람을 읽는 눈
AI시대 인재는 문제를 보는 눈과 해결하려는 용기를 갖춘 사람
프로그래밍 비전문가 벤 토셀이 만든 온라인 교육 플랫폼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기술의 장벽이 낮아지고, 과거에는 팀이 해야 했던 일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는 눈과 그것을 해결하려는 용기다.
2019년, 영국의 비개발자 벤 토셀은 ‘메이커패드(Makerpad)’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는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2021년, 자동화 플랫폼 제피어(Zapier)가 그 교육 플랫폼을 수백만 달러에 인수했다.
제피어(Zapier)는 5,000개 이상의 앱을 연결해 업무를 자동화하는 세계적인 서비스 회사다. 과거에는 웹사이트를 만들려면 HTML, CSS, JavaScript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야 했지만, 코딩을 할 줄 몰라도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소위 노코드 사이트들이 만들어지면서 텍스트 박스, 이미지, 버튼, 메뉴바 같은 구성요소들을 마우스로 끌어다 놓기만 하면 실제 작동하는 웹사이트가 완성된다(사례: Webflow). 사용자 회원가입, 로그인, 결제 처리, 데이터베이스 관리, 실시간 채팅 등 복잡한 기능도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만들 수 있다(사례: Bubble). 고객 정보 테이블과 주문 정보 테이블을 자동으로 연결하고, 고객 이름을 클릭하면 그 고객의 모든 주문 내역이 자동으로 표시되거나, 사진, 파일, 링크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캘린더나 갤러리 형태로도 볼 수 있다(사례: Airtable). 이런 다양한 노코드 도구를 연결해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회사가 제피어(Zapier)다.
제피어(Zapier)는 강력한 기능을 갖추고 있었지만, 정작 비개발자인 고객의 고민은 몰랐다. 제피어의 메뉴얼은 엔지니어 관점으로만 구성되어 ‘지메일(Gmail) 구글 시트(Google Sheets) 연동 설정법’, ‘웹훅(Webhook) 설정하는 방법’, ‘필터 조건 만드는 방법’ 등 기능별 설명서 중심이었다. 그러나 기술을 잘 모르는 고객이 궁금해하는 것은 전혀 달랐다.
“마케팅 업무를 자동화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앱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나?”
“혼자서 월 100만 원짜리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어떤 자동화가 필요하나?”
“이 도구들로 실제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벤 토셀은 자신이 개발자가 아니었기에 이런 고객의 불편함을 훨씬 더 잘 이해했다. 그도 처음엔 헤맸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복잡한 기술 용어 대신 일상 언어로, 기능 설명 대신 실제 시나리오로 접근했다. 메이커패드(Makerpad)의 교육 방식은 기존과 완전히 달랐다. ‘에어테이블(Airtable) 사용법 A to Z’ 같은 기능 위주 강의 대신, <(에어테이블)Airtable + (제피어)Zapier + (웹플로우)Webflow>로 월 매출 1,000만원 온라인 쇼핑몰 만들기>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학습자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1일 차에 할 일, 2일 차에 할 일'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학습자들이 실제로 매출을 올린 인증 사례를 공유하며 동기부여까지 했다.
2021년, 제피어는 “스스로가 문제라고 생각조차하지 못했던 것을 벤 토셀이 발견하고 해결했다”며 메이커패드를 인수했다. 인수 후 제피어는 ‘제피어 대학(Zapier University)’를 만들고, 메이커패드의 시나리오 중심 교육 방식을 전면 도입했다. 이전에는 기능 나열식 온보딩이었지만, 이제는 실제 업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그 결과, 고객들이 제피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막막함’을 읽은 시선이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만든 것이다.
AI 시대, 제2의 벤 토셀들이 등장하고 있다
벤 토셀이 메이커패드(Makerpad)를 만들던 2019년에는 상황이 지금과 달랐다. 그 당시에는 노코드 도구들을 연결하려면 여전히 많은 수작업과 학습이 필요했고, AI 도구는 지금만큼 강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3년 이후, 챗GPT, 클로드(Claude) 같은 AI가 등장하면서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AI는 노코드 도구 설정부터 마케팅 콘텐츠 제작, 고객 응대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도와준다. 과거 벤 토셀이 몇 달 동안 만들던 교육 콘텐츠를 이제는 AI와 함께 며칠 만에 만들 수 있다.
이 덕분에 유튜브에는 제2의 벤 토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AI 자동화로 월 500만 원 벌기” 같은 수익 인증 영상이 쏟아지고, AI를 활용해 기존 서비스보다 나은 솔루션을 만드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과거라면 팀 단위로 진행해야 했을 일을 혼자서 처리한다.
AI 시대의 ‘다윗’들은 기업 밖에서 이미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기업의 느린 의사결정 구조나 복잡한 승인 과정 없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시장의 니즈를 발견하면 며칠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검증할 수 있고, 성공하면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안전지대에 있을 수 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 AI를 든 다윗들과 경쟁해야 한다. AI시대 다윗들은 대기업보다 빠르고, 유연하며, 비용 효율적이다. 살아남으려면 기업 자체가 더 빠르고 유연한 ‘다윗’이 되거나, 내부에서 AI를 든 다윗들을 키워내야 한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미국 작가 윌리엄 깁슨의 이 말 처럼 미래는 이미 도래해있다. 다만 아직 모든 사람이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깨닫는 사람들은 이미 행동에 옮기고 있고, 그들이 만드는 변화의 물결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AI라는 돌멩이 하나로 골리앗을 무너뜨릴 준비를 하는 다윗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김희연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현대·굿모닝·신한·노무라 증권의 IT애널리스트를 거쳐 2009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IT·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라 전략·마케팅·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 시대 공감이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공감지능시대>를 출간했다. 또한 AI를 통해 인류 최고의 현자 및 석학들과 대화하며 전략·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을 창안해 2025년 한국 저작권위원회에 등록, 관련 저작권을 갖고 있다. 현재는 이 독창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AI 전략 컨설팅> 및 <AI활용 극대화 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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