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영진 "우량기업 망가뜨린 뒤 회생절차 통해 인수"

현 경영진 "회생법원에서 공개 매각한 회사 합법 인수"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자료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자료사진=연합뉴스)

새 정부 들어 주가조작과 기업 사냥의 시장교란 세력에 대한 엄벌 경고가 내려진 가운데 비상장 회사에 대한 강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고순도의 수용성 베타글루칸을 대량생산하고 세계 최초로 베타글루칸 하이드로겔 특허를 획득하며 대표적인 국내 강소기업으로 각광을 받던 베타바이오(옛 큐젠바이오텍)도 신구 경영진간 수년 째 이어지는 분쟁으로 유망하던 사업의 전망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미국 유명대에서 학위를 받은 이종대 박사는 생산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며 개발한 기술을 특허 출원해 등록하고, 그 출원 기술을 이전 받아 큐젠바이오텍을 창업(연구원 겸직)했다. 이종대 전 대표이사는 최근 "기업사냥꾼들로부터 500억원대 가치의 기업을 하루 아침에 강탈당했다"고 각계 요로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이석호 현 대표이사는 이종대 창업자를 부실 경영을 이유로 해임할 수밖에 없었고, 정기이사회에서 가결하지 않은 퇴직금을 지급 신청했다며 사기미수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양측간 다툼은 법정으로 옮겨져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20년 말 코넥스 상장을 한 후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던 이 전 대표는 메리츠증권 투자담당자인 정모씨로부터 "코넥스에 상장을 하려면 바이오 전문가들로 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자문을 받았다. 이 제안에 따라 이 전 대표는 2020년 10월 29일 임원 개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이석호 현 대표와 메리츠증권 투자담당자 측은 3% 주주제안 제도를 이용해 4명의 신임이사(바이오와 관련이 없는 부동산전문가 최 모씨 등)을 제안해 놓은 상태였다. 이 전 대표는 "메리츠증권에서 큐젠바이오텍의 투자 업무를 전적으로 담당하던 정모씨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제안한 바이오 전문가들이 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메리츠증권 투자담당자 정씨와 이모 변호사는 투자자들에게 "이종대 창업자는 부실경영, 배임·횡령 혐의가 있다"고 음해하며 위임장을 받아내 이석호 현 대표가 제안한 4명의 이사들(부동산전문가 등)을 선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2020년 10월 29일 열린 임시주주총회를 이용해 경영권을 찬탈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 결국 새로운 이사진들은 이사회를 열어 이종대 당시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최모씨(부동산업자)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이 전 대표는 "최 대표가 멀쩡한 우량 기업이었던 베타바이오(구 큐젠바이오텍)를 단 8개월 만에 부실화시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창업자인 저의 경영책임을 물어 가족 지분을 포함함 주식 모두(전체주식의 23%)를 375대 1로, 나머지 500여명의 일반 주주 주식을 75대 1로 감자함으로써 이석호 현 대표가 현금 42억5,000만원에 당시 큐젠바이오텍(현 베타바이오) 주식의 90%를 소유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500억원대 가치(당시 국민은행 통일주권 주당 2,500원 대로 추산)의 유망 벤처기업인 큐젠바이오텍이 몇 개월 새 42억5,000만원이라는 헐값으로 부동산 업자들에게 넘어갔다는 게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이다. 500명의 기존 주주들은 5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는데, 당시 최모 대표이사의 배임에 의해 이석호 현 대표가 큐젠바이오텍(현 베타바이오) 주식을 90%나 소유하게 됐다는 얘기다.

경영권 분쟁으로 부실화한 베타바이오를 유망 바이오업체라며 투자를 권하는 SNS의 글.
경영권 분쟁으로 부실화한 베타바이오를 유망 바이오업체라며 투자를 권하는 SNS의 글.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당시 기업 사냥꾼들이 '기업 회생 조사보고서'를 조작하여 불법적으로 감정평가사 출신인 이석호 현 대표가 베타바이오(구 큐젠바이오텍)를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며 "더구나 현재는 앞세웠던 최모 전 대표이사까지 물러나게 한 뒤 자신이 직접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연구중심의 바이오 전문업체를 전문성 없이 부실하게 경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각종 SNS 등을 통해 주당 17만원대 가치가 있는 유망 바이오업체이니 투자를 하라는 광고성 유인 문자까지 보내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2020년 3월에는 이 전 대표이사에게 퇴직금의 3배를 주기로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된 것을 근거로 퇴직금 8억원을 지급하라는 서울회생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이석호 현 대표이사는 당시 회계 담당 이사인 정모씨가 “주총에서 의결된 금액을 실수로 잘못 적었다"는 증언을 근거로 다시 소송을 제기하고, 이 전 대표를 사기 미수 및 배임으로 고소해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석호 현 ·대표의 반론와 이종대 전 대표의 재반론

이석호 현 대표는 “회생법원에서 공개 매각한 회사를 합법적으로 인수했는데 무슨 강탈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몇 년에 걸쳐 검증이 다 끝난 사안”이라며 “(이종대 전 대표와의 소송전도) 회사가 이 전 대표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소송을 냈지 개인적으로 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이석호 현 대표의 반론에 대해 “이석호 대표가 처음부터 회사를 찬탈하려고 최모씨를 대표로 임명해 우량 기업을 망가뜨린 뒤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넘겨받았다”면서 “기업사냥꾼들의 전형적인 스토킹호스 방법으로 회사를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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