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진, 경영권 방어에 수조원 쓰면서 주주 약속은 뒷전"

고려아연 본사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오피스빌딩.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 본사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오피스빌딩.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이 올해 상반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려아연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까지 마쳤지만, 중간배당 보류로 주주환원이 되레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들은 고려아연이 2023년 발표한 3개년 배당 확대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해 중간배당을 기대했던 터라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이사회에서 2분기 분기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전날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려아연 측은 '올해 중간배당 없이 결산배당만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1조8,000억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감안, 올해까지 중간배당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고려아연은 6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실적에서 매출 7조6,582억원, 영업이익 5,30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치 실적을 거뒀다. 고려아연은 2023년과 2024년 연속 중간배당을 실시했는데, 올해엔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인 배당을 줄인 셈이다. 

앞서 2년 전 발표한 연 2회 배당 정책과도 배치된다. 고려아연은 2023년 3개년 배당 확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중간배당을 추가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고려아연은 2006년을 빼고 연 1회 결산배당만 지급했다. 고려아연은 실제 3개년 배당 확대 정책 발표 이후 2023년 중간배당(1만원)과 결산배당(5,000원)을 더해 총 3,027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24년에도 중간배당(1만원)과 결산배당(7,500원) 등 총 3,418억원을 주주에 환원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선 분기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안도 가결했다. 그러나 중간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주주들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분기배당 도입 직후부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주주환원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최고 실적을 거둔 올해 상반기에 배당이 전면 보류되면서, '정관 개정이 일회성 대응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려아연 측은 중간배당을 생략한 이유로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들었다. 하지만 해당 자사주는 지난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MBK 연합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 자금을 투입해 대규모 공개매수로 확보한 물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인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에는 수조원을 쓰면서도, 주주와의 약속인 중간배당은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한 개인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회삿돈을 무리하게 쓴 결과, 주주들 몫으로 돌아가야 할 배당이 사라진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나 경영진 사이에서는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 계획을 수립하고자 노력 중"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방안이 세워지면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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