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과거 부정당했다”…‘김건희 명품백’ 종결에 모멸감
김건희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 종결 이후 숨져
가족 공개 유서에 “제 잘못 목숨으로 치르겠다”
‘김건희 명품 가방(디올) 수수 의혹 사건’의 종결처리 이후 숨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 김모씨의 유서가 공개됐다. 김 전 국장은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종결한 것에 대해 사망 전까지 자책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의 유족은 지난해 8월 8일 사망한 고인의 1주기에 앞서, 그가 지난해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 기능을 통해 남긴 유서를 공개했다.
김 전 국장은 ‘김○○ 남기는 글입니다’라는 제목의 대화방을 만들고 총 26개의 글을 작성했다. 그가 남긴 글 중 7개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전하는 고마움과 미안함 등이 담겼으며 나머지에는 권익위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종결 처리에 대한 괴로움과 아쉬움이 적혀있었다.
김 전 국장은 지난해 8월 2일 “법과 논리의 무게보다 양심의 무게가 더 크다는 교훈을 모든 공직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지난 20년간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망가뜨릴 줄이야. 이젠 뒤늦은 후회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 문헌도 중요하지만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처리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가진 자와 권력자에겐 더 엄격하고 약자에겐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법률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망 전날인 7일 저녁에는 “오늘로 2주간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전국 간담회를 마쳤다. 제 잘못은 목숨으로 치르려 한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어줍잖은 정의감과 무능이 모든 걸 망쳤다. 나 하나로 위원회에 대한 정치적 공세와 비난이 없어지길 절실히 기원한다”고 남겼다.
앞서 권익위는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씨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과 179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를 전달한 것과 관련해 2023년 12월 시민단체 등의 신고를 접수하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
당시 권익위 전원위원회는 사건의 종결과 수사기관 이첩 및 송부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였으나 지난해 6월 10일 종결 9표, 수사 이첩 3표, 송부 3표로 결국 종결 처리했다. 사건 종결처리에 동의하지 않았던 김 전 국장은 전원위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이를 국회 등에서 소명하는 데 괴로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족에 따르면 김 전 국장은 사건 종결 이후 식사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가족에게 “이 사건이 종결 처리될 줄은 몰랐다”, “부패 방지 분야에 한평생을 바쳐온 내 과거가 다 부정당했다”는 등의 말을 남겼다.
김 전 국장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유철환 권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면죄부를 종용하는 정권의 부당한 명령에 억눌린 고인의 심적 고뇌가 얼마나 컸을지 감히 짐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직한 부패 방지 업무 공직자로서 평생을 살아온 고인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유 위원장은 특검 수사를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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