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합격률 3.43% '역대급 경쟁' …대학 경쟁율 치열
한인 모임서 정치-종교 등 민감한 주제 강요하면 '눈총'
11월은 한해 가운데 펜얼티밋(penultimate,끝에서 두번째)의 달로 불린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열흘 뒤(25일) 다가오고 서머타임도 첫 주말부터 해제, 바야흐로 연말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2022년1월1일은 토요일이라 새해 첫 주말부터 명소에 인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3(12학년) 수험생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 한곳만 미리 지원하는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 역시 마감됐다. 일반 전형 데드라인도 대부분 12월 성탄절 직전까지다. 입시 당사자와 가족은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 합격-불합격 통보를 기다리며 짧지 않은 긴장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결과를 통지하는 상황이 일반화됐지만 과거 우편통지의 경우 봉투가 얇으면 미역국, 두터우면 합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입학전형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자택 수업 확산과 인터넷으로 치른 대입 학력고사(SAT) 공정성을 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엄격한 방역 규정으로 일부 해외 국가에서 온라인으로 치른 시험 결과를 시차가 하루 늦은 미국으로 보내 평소 별볼일 없던(?) 국내외 학생들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는 등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이때문에 상당수 대학은 전국 공통 시험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제출 조건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꾸준함을 중시하는 내신성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시험 부담을 던 학생들이 한번 찔러보기식 마구잡이 응시로 각 대학의 입학 경쟁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또 야외 스포츠-클럽-자원봉사 경력 행사에 제약이 커지며 성적 못잖게 비중있던 대외 활동 평가도 기준이 모호해졌다. 대학 경쟁률은 전례없이 치열해졌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재택수업이 급증, 컴퓨터-인터넷 설비가 부실한 가난한 계층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부유한 가정은 제한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 활용과 비대면 실전 활동을 이어가며 '스펙'을 쌓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9월 입학한 하버드대 신입생들의 합격율은 3.43%로 역대 최고경쟁율을 기록했다. 전국-전세계에서 5만7,435명이 지원해 1,968명만 합격통보를 받았다. 대부분 전교 10등 이내의 수재들이었다. 2019년 기록인 4.5%보다 1%P 이상 문이 더 좁아진 것이다. 지원학생 비율도 1년전보다 30% 가까이 폭증, 예년보다 합격자 발표가 1주일 늦은 4월초로 미뤄지는 혼란이 빚어졌다. 보스턴 이웃 명문인 매사추세츠 공대(MIT)도 1년전보다 66% 급증한 3만3,240명의 지원서가 도달했다. 그렇지만 합격률은 7.3%에 머물렀다.
이밖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입학원서를 받은 최상위 5개 학교는 모두 최고의 주립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대(UC) 소속 캠퍼스였다. 전체 1위는 UCLA(10만8877명)로 2위 UC샌디에고(10만73명)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3위는 21세기 들어 법대-의대-공대를 한꺼번에 추가하며 신흥명문으로 떠오른 UC어바인(9만7942명), 4위 UC산타바버라(9만963명), 5위 UC버클리(8만8076명), 6위 뉴욕대(NYU,8만210명) 순이었다. 코리아타운 서쪽 웨스트우드에 자리잡은 UCLA의 합격률은 1년전 12%보다 떨어진 16%였지만 역시 역대 2위 기록이다.
또 완벽하진 않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 비율도 67%로 올라가며 경제활동도 대부분 정상화 됐다. 11월의 4번째 목요일인 25일 추수감사절부터 올해의 마지막 토요일인 12월 성탄절에 1월1일 신년 초하루까지 약5주 기간은 쇼핑 매상이 최고조에 오르고 먹고 마시는 축제 분위기도 절정에 달한다. 각지에 흩어졌던 가족도 한곳에 모여 한국의 추석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시민들 이동이 확산되며 호텔-항공-렌터카-식당-쇼핑몰 매상도 덩달아 오를 조짐이다.
올해 사람들이 모였을때는 취임 10개월째로 접어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유부단함과 2022년부터 코로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정상화를 도모하는 상황이 대화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백신 파동에서 드러났듯 미국인들은 지구촌 어떤 민족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중히 여긴다. 400년전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영국에서 신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 전통 영향이 크다. 노예로 탄압받던 흑인들이 참정권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 바쳐가며 투쟁한 역사도 비슷한 이유다. 어떤 면에서 사소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권익이 침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 대신 종교-정치성향-기호 등 상대방의 다른 의견과 재량도 최대한 이해하고 존중해준다. "내가 널 방해하지 않을테니 너도 날 귀찮게 하지 마라"는 방식에 다름 아니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부담없는 화제를 꺼낸다. 주로 가족 관련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이혼-재혼 여부, 자식의 장애, 입양, 학교 문제 등은 본인이 먼저 꺼내기 전에 묻지 않는다. 또 밤을 새워 싸워도 결론이 나지않는 민감한 직업-재산-학벌-종교-정치-국제정세는 거의 입에 올리지 않는다. 반면 아이들을 키우는데 따른 고충과 문화-스포츠, 입시 뉴스 교환은 이곳에서도 한국 못지않은 인기 주제다. 공통 화제로 친목을 다지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아이들끼리 어울릴 시간도 부여하는 셈이다. 술에 취하거나 흥에 겨워 무심코 숭상하는 종교와 정파, 정치인에 대한 찬사를 이어가면 분위기가 썰렁해지며 결국 '너나 잘해'(Do your homework)란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LA를 비롯한 미주 한인들 역시 코로나 발생 전까지 각종 송년회-동창회-향우회-종교-클럽-믹서(친선모임)를 포함한 활발한 모임을 즐겼다. 그렇지만 대통령 선거 캠페인이 시작된 때라는 특성 때문인지 여당-야당 후보에 대한 품평회가 카톡을 통해 전해지고, 싸우고, 탈퇴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국 아내들이 가장 듣기 거북해하는 주제는 남편의 군대생활 이야기, 더 싫은 것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란 농담이 있다. 이민자 사회의 연말 모임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주변에 짜증을 내면 가정-자식문제인 경우가 태반이라고 짐작한다. 가정불화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셈이다. 이민 생활 수십년에 달하는 지인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이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게 '자식 농사'인데, 막상 자식들의 대학 진학이 기대치와 다를 경우 상당한 스트레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문이란 기준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미국처럼 큰 나라에서도 최상위 아이비리그 3~4곳에 MIT-스탠포드-UC버클리 등 많아야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미국의 주립대는 50개주별로 연구중심 또는 기술교육 취직 중심으로 이원화 돼 있다. 전국 수백곳 캠퍼스 대부분이 연 2만달러 이하로 거주민 학생에게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외국인 또는 타주 출신 학생에게는 몇배의 바가지를 씌우지만.) 잘 알려진대로 미국에서는 인간에 대한 평가와 승진이 단 한번의 입시-고시 시험 결과로 확정되지 않는다. 재수-삼수 제도가 없고 무제한으로 응시할수 있어 학교 선택의 폭이 넓다. 고교 시절 성적이 바닥일지라도 2년제 단과대에 입학해 학점 관리를 한뒤 4년제 명문으로 전학가는 길도 넓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프린스턴에 다니다 하버드로 옮겼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또한 LA의 옥시덴탈대에서 컬럼비아대로 편입해 졸업했다.
많은 이벤트가 겹치고 냉탕 온탕식 기쁨과 초조함이 교차하는 탓에 일명 '칵테일 타임'으로 불리는 연말 시즌, 코로나 종식을 향해가는 올해의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자못 궁금하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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