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개봉한 <이터널스>는 슈퍼히어로 그들만의 리그였다. 초기의 예고편을 보면서 느꼈던 불안감이 현실로 드러났다. 이 영화를 보기 전 내가 가졌던 질문은 두 가지였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마블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 마동석 배우는 이 영화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 것인가? 였다. 예상대로 클로이 자오 감독은 마블 영화 장르(액션, SF, 판타지)의 특징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Don Lee로 엔딩 크레딧에 올라온 마동석 배우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출처: Mar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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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는 태초부터 데비안츠라는 악당(괴물)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온 10명의 초인적인 영웅 이야기이다. 데비안츠를 모두 소멸하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데비안츠가 다시 나타나자 지구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잭 커비(Jack Kirby)의 동명의 만화 원작 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도전 

클로이 자오 감독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2020)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노매드랜드>는 집세를 낼 여력이 없어 집 없이 차에서 살면서 직업을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풍광과 그들의 소박하고도 현실적인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이 영화는 드라마 장르에 속한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제작한 영화는 주로 현실에 기반을 둔 드라마 장르의 영화였다. <이터널스>가 그녀의 네 번째 장편영화이다. 

출처: 20th Century Studios Korea
출처: 20th Century Studios Korea

<노매드랜드>에서 보여주었던 그녀의 뛰어난 연출과 각본 능력은 드라마 장르에는 적합했지만, 기존 마블 영화의 장르인 액션, SF, 판타지 장르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다음 영화에 따르면 <이터널스>의 장르는 액션, 어드벤처, 드라마였다. 하지만 영화 속에는 판타지와 SF 요소가 들어있다. 실제로 이런 장르의 장편으로는 <이터널스>가 그녀의 첫 번째 영화다. 마블 영화 세계관 속에서 제작된 마블 영화는 주로 액션과 어드벤처, SF 장르에 속한다. 드라마 장르가 포함될 때도 있지만, 드라마 장르는 주요 장르가 아니다. 이 점에서 장르도 너무 다르고 이전에 시도 해본적이 없는 마블 영화의 연출은 그녀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장르 구분은 없지만, 마블 관객이 암묵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이 영화 속에 포함된 판타지와 SF 장르의 특성을 살펴보겠다. 「한국 영화 장르의 법칙」(조해진)에 설명된 SF/판타지의 관습적 설정 중 ‘서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낯설음과 신기함’에 기반해서 알아보겠다. 
  
서사 배경과 시공간에 대한 장황한 설명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이후 새로운 마블 역사를 시작하는 영화로서, 서사가 시작되는 시대와 공간,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10명의 캐릭터에 대한 소개는 필요 불가결했다. 7000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방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0명의 캐릭터 소개와 그들의 집합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그 내용 구성도 체계적이지 못하고 산만했다. 

더군다나 각각의 캐릭터 소개도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관객과의 공감 형성이 어려웠다. 이번 영웅들은 기존 영웅과 달리 어린 친구도 있고, 청각 장애자도 있고, 성소수자도 있다는 식이었다. 그들의 삶에 어떤 감정이입을 하기는 어려웠다. 다양한 국적(멕시코, 인도, 아일랜드, 파키스탄 등)의 배우 캐스팅과 그들의 문화를 보여주려는 노력은 가상했으나, 그런 내용들이 개별 영웅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인간과 친구, 혹은 가족이 된 과정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고, 대체로 결과적인 부분만 강조되었다. 아울러, 이야기는 주로 슈퍼히어로들 간의 갈등에 방점이 찍히면서 인간들과의 관계, 인간이 끼어들 여지를 많이 주지 않았다. 

낯설고 신기함과 스펙터클 부족

스프라이트의 능력을 제외하면 다른 슈퍼히어로의 특징이 잘 부각되지 못했다. 그들의 능력은 낯설지도 않고 그다지 신기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멋진 환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프라이트의 재능만 색다르고 놀라웠다. <이터널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ble Cinematic Universe)의 26번째 작품으로 웬만한 초능력은 이미 보아온 상태다. 예를 들면, 이카리스(리처드 매든)의 눈에서 광선이 나가고 하늘을 나는 능력은 새로울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데비안츠와 싸울 때는 무기력하게조차 느껴졌다. 그 결과 이들 영웅들과 데비안츠의 전투는 많은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출처: Marvel.com
출처: Marvel.com

솔직히 영화 초기부터 몰입이 어려웠다. CG가 너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다른 마블 영화에서 보아 왔던 배경 화면과 시각적 효과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고대라는 시대적 배경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화면의 썰렁함을 덮어주기는 어렵다. 현지 촬영 장면과 CG가 조화를 잘 이루지 못했다. 너무나 현실적인 배경은 시각효과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관객은 이런 공허함에 익숙하지도 않거니와 이런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출처: Mar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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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팬들은 적어도 영상은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고 스펙터클 할 것이라는 암묵적 기대가 있었다. 물론 <이터널스>에도 이런 장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많이 부족하다. 이 점에서 <이터널스>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절반의 성공-길가메시 마동석 

길가메시는 마동석에 딱 맞는 캐릭터였다. 영화를 보면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왜 마동석을 캐스팅했는지는 금방 이해가 되었다. 그의 막강한 힘(특히 주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계 미국인이 마블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그것도 악역도 아니고 좋은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그간 마동석 배우의 노력은 빛을 발한 것 같다. 솔직히 그가 출연한 많은 한국 영화(<부산행>에서 <나쁜 녀석들: 더 무비>까지)를 보면서 그의 일관된 노력-특히 강력한 체력(주먹)으로 승부를 보려는-에 대해 의아해 왔다. 너무 이미지가 하나로 굳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보면 다른 역할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일편단심 노력의 결과 마블 영화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영화 중반에 갑자기 죽는 길가메시를 보면서 그의 이미지 변신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출처: Mar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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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터널스>가 마블 세계관을 다양한 국적과 인종으로 확장 시켰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10명의 영웅에 청각 장애자(실제 배우도 농아)와 성 소수자가 포함된 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바꿀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따라서 감독의 인류애와 인간의 가치와 삶에 대한 존중의 메시지도 이 영화를 통해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터널스>는 마블 영화에 기대했던 친숙함과 신선함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새로운 판타지, SF 장르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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