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 병원이송·400명 대피…다행히 인명 피해 없어
하마터면...기름통 들고 탑승한 뒤 토치로 옷가지에 불붙여
토요일인 31일 아침 서울 지하철 안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승객 수십명이 연기흡입 등으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방화 용의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3분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사이 지하철 내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 10시 24분쯤 완전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승객 400여명이 터널을 통해 대피했고, 이 중 21명이 연기흡입과 발목 골절 찰과상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인원은 130명에 달했으나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화 용의자 60대 남성 A씨는 여의나루역 플랫폼에서 들것에 실려 나오던 중 다른 승객들과 달리 손에 그을음이 많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의 추궁으로 덜미가 잡혀 오전 9시45분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A씨는 기름통을 들고 지하철에 탑승한 뒤 라이터형 토치를 이용해 옷가지 등에 불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를 본 승객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불이야"를 외치며 열차를 빠져나갔다.
화재가 발생한 객차에 있었던 한 승객은 “남색 상의와 청바지를 입은 남성이 열차가 출발한 지 30초 정도가 지나서 노란색 액체를 뿌리기 시작했다”며 “승객들이 놀라 다른 객차로 이동하거나 불을 끄려 시도했다”고 전했다.
화재는 열차 내 소화기를 이용해 기관사와 승객들이 자체 진화됐다. 소방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불길은 대부분 잡혀 있었다. 현장에는 소방 166명, 경찰 60명을 포함한 인력 230명과 소방 장비 68대가 동원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승객들은 대피 과정에서 열차 문을 강제로 개방한 뒤 열차에서 선로로 뛰어내리기 어려운 이들을 서로 돕는 등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한다.
화재 발생 후 하남 마천 방면 하행선 열차는 여의도역과 애오개역 사이 운행이 중단됐지만 이후 복구가 완료돼 10시 6분쯤 전 구간 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서울영등포 경찰서는 방화 용의자 신병을 넘겨 받아 범행 동기와 경위, 방화 과정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모방범죄 등 유사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6월 3일까지 공사 관할 전 역사와 열차를 대상으로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특별 경계근무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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