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30일 뉴스버스 픽 경제뉴스]
1분기 가계소비, 4년여 만에 최대 감소…7분기 만에 마이너스 전환
차입금 많은 41개 기업집단 ‘주채무계열’ 지정…10년 만에 최다
1. 한은 "역성장 이어 4월도 부진"…하반기 금리 1∼2회 더 내릴 수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대통령선거를 닷새 앞두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금통위는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낮췄다. 작년 10월 이후 7개월 새 네 번째 인하다.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으로 이미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뒷걸음쳤고, 미국발 관세전쟁 영향으로 수출까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라도 낮춰 소비·투자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도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정책이 동반되지 않는 가운데 금리만 계속 내릴 경우, 경기 부양 효과는 미미하고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 집값과 가계부채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00%p까지 벌어진 미국(4.25∼4.50%)과의 금리 격차도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
앞서 금통위는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고,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이어 올해 1월 쉬었다가 2월 0.25%p 인하로 통화 완화를 재개했지만, 지난달 다시 동결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0.1%에 그친 작년 4분기 성장률과 미국 관세정책 위험을 근거로 시장에서는 인하 기대가 컸으나 1,500원을 넘보는 원∙달러 환율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1분기 -0.2%의 충격적 역성장이 확인된 만큼, 더는 인하를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은 경기 상황이 지표로 속속 확인되면서 여러 기관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한은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달 들어서만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전망치를 1.7%에서 0.7%로 1.0%p나 한꺼번에 깎았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상 성장률마저 1.6%에서 0.8%로 반토막이 났다. 8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4월 말 기준 0.8%에 불과하다.
한은 역시 이날 공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낮췄다. 석달 만에 0.7%p나 떨어졌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해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둔화로 1분기 역성장에 이어 4월에도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며 "앞으로 내수 부진은 점차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이고, 수출의 경우 미국 관세 영향 등으로 둔화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다소 안정되면서 금리 인하의 큰 걸림돌도 사라졌다. 다만 지속적 금리 인하가 집값, 가계대출을 부추기고 환율을 다시 올릴 가능성도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들썩인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하반기 다소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낮아진 금리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겹쳐 부동산·가계부채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6조4,917억원으로, 4월 말(743조848억원)보다 3조4,069억원 늘었다. 지난달(+4조5,337억원)과 비교해 증가 속도가 빠르다. 조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제약적일 것으로 본다"며 "여전히 금융기관의 대출 여건이 완화적이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좀 낮아진다고 가계나 기업이 돈을 많이 빌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이런 한계에도 한은이 0%대 저성장 기조 탈출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 하반기 한 두차례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2. 고소득층 내구재·준내구재 소비 줄여…저소득층은 고물가 탓 지출액↑
올해 1분기 가구의 소비지출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저소득 가구는 고물가 영향으로 지출액이 크게 늘어난 반면, 고소득 가구는 내구재·준내구재 소비를 줄여 대조를 이뤘다. 소득 증가세에도 계엄 사태, 미국 관세정책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 부진은 오히려 심화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원으로 1년 전보다 1.4% 늘었다. 주거·수도·광열(5.8%), 식료품·비주류음료(2.6%) 등에서 늘었지만 교통·운송(-3.7%), 의류·신발(-4.7%) 등에서는 줄었다.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은 0.7% 감소했다. 물가 상승분을 빼면 실제 소비량은 줄었다는 뜻이다. 2023년 2분기(-0.5%) 이후 7개 분기 만에 첫 감소 전환이고 팬데믹 당시인 2020년 4분기(-2.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가구 실질 소비지출은 작년 2분기와 3분기 모두 1% 넘게 늘었지만 작년 4분기 증가율(0.9%)이 1%를 하회한 데 이어 올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가구 소비지출을 소득 분위별로 보면 저소득 가구에서는 소득 감소에도 소비지출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소득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가구는 주류·담배(10.8%), 교육(28.2%), 음식·숙박(8.0)% 등 분야의 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소비지출이 3.6% 늘었다. 소득 상위 20% 이상인 5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2.1% 증가했다. 오락·문화(11.5%), 보건(11.2%) 등에서 소비가 증가했지만 교통·운송(-7.6%), 의류·신발(-3.3%) 등에서 소비를 줄인 결과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1분위 가구 소득은 줄었지만 필요한 지출이 계속되면서 소비지출이 늘었고 5분위 가구는 자동차 구입 등 일부 내구재·준내구재 소비가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1분기 가구 소비지출은 소득이 늘었음에도 마이너스로 전환해 눈길을 끌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535만1,000원)은 1년 전보다 4.5% 늘었다. 물가수준을 고려한 실질소득도 2.3% 증가했다.
소득 증가세에도 소비가 줄면서 평균 소비성향은 2.1%포인트(p) 하락한 69.8%를 기록했다.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2022년 2분기(-5.2%) 이후 최대 낙폭이다. 평균소비성향은 소득에서 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2.3% 늘어난 127만9,000원을 기록했다. 2022년 2분기(35.2%)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흑자율도 2.1%p 상승한 30.2%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미국 관세정책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득 증가에도 고소득 가구 중심으로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3. 금감원, 유진·부영∙현대백화점∙애경∙세아 등 주채무계열 추가
차입금이 많은 41개 기업집단이 채권은행의 재무구조 평가를 받는 '주채무계열'로 지정됐다. 지정된 기업집단은 10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유진, 부영, 한국앤컴퍼니그룹 등 9개 계열이 신규 편입됐고 금호아시아나, SM 등 4개 계열은 제외됐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총차입금이 2조4,012억원 이상이고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1조4,063억원 이상인 41개 계열기업군을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 주채무계열 관리제도는 주채권은행이 주요 대기업그룹의 재무구조를 매년 평가해 미흡한 그룹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등을 맺어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제도다.
올해 명단에 오른 그룹 중에선 SK, 현대차, 삼성, 롯데, LG 순으로 총차입금이 많았다. 지난해와 순위는 같다. 유진, 부영, 한국앤컴퍼니그룹, 영풍, 엠디엠, 현대백화점, 애경, 글로벌세아, 세아 계열이 신규사업·설비 투자와 계열사 합병 등으로 총차입금과 신용공여가 증가해 주채무계열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금호아시아나와 한온시스템은 주기업체와 계열이 타계열로 인수되면서, 호반건설과 SM은 총차입금이나 신용공여 선정기준에 미달해 제외됐다.
4월 말 현재 41개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체 수는 6,928개사로 전년보다 507곳(7.9%) 증가했다. 계열별 소속기업체 수는 한화(940개사), SK(846개사), 삼성(634개사), 현대차(505개사), CJ(399개사), LG(341개사), 롯데(295개사) 순이었다. 주채무계열 41곳의 작년 말 기준 은행권 신용공여액은 37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주채무계열 36곳의 신용공여액(338조9,000억원)보다 32조9,000억원(9.7%) 많았다
총차입금은 708조8,000억원으로 전년 641조6,000억원보다 67조2,000억원(10.5%) 늘었다. SK, 현대차, 삼성, 롯데, LG 등 상위 5대 계열의 지난해 말 총차입금은 392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2조9,000억원(6.2%) 늘었다. 은행권 신용공여액은 16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00억원(0.2%) 감소했다. 각 주채권은행은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된 41개 계열을 대상으로 재무구조를 평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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