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6월 2일까지
자연주의 미학에서 영성(靈性)을 찾는 정수경(54)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 열린다.
작가는 10여년 전 대나무 숲을 만나면서 예술적 세례를 경험한다. 누구나 한 번쯤 맞이하는 인생의 분기점이었다. 작가는 숲에서 어떤 소리를 마주하였다. 그 소리는 타임머신을 탄 듯 어린 시절 맞닥뜨렸던 공포와 두려움을 잠재우듯 비 온 뒤 비릿한 내음을 풍기는 바람이었다.
숲에서 마주한 꽃들은 ‘자연의 언어’로 말한다. 작가는 야생에 무더기로 피어 군락을 이루어 치열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들과 대화를 하며 날것인 감정과 시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산에서 뻗어나온 능선은 한없이 부드럽고 쉼 없이 흐르는 천(川)의 물 소리가 들린다. 꽃에서 꽃으로 가는 나비가 갈지(之)자를 그리며 팔랑대며 날아다닌다.
작가는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물감을 떨어뜨리는 드리핑 방식으로 작업한다. 캔버스에 붓으로 물감을 흩뿌리는 반복적 행위는 소리가 먼저이고 형상은 두번째이다. 작은 면적의 작업실 바닥에 드리핑만으로 하늘 높은듯 솟아오른 숲의 무한한 공간 창출, 색채와의 조화, 흩뿌리는 미세한 소리가 어우러져 붓질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마티에르를 가진 조형 언어를 창출해 낸다.
미국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1817~1862)는 명저 ‘월든(Walden)’에서 말한다. "시간의 얕은 강물은 흘러가 버릴지라도 영원은 그 자리에 남는다. 나는 더 깊은 곳의 물을 마시고 싶다. 별들이 조약돌처럼 깔려 있는 하늘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
정수경이 그린 ‘밤 하늘’은 더 깊은 꽃 밭에 떨어지는 이파리들이 하늘로 오르며 별이 되어 모이는 별무리이다.
전시 ‘스며들다 떠오르다’에서는 대숲과 바람을 모티브로 한 400호 크기(190x400cm) ‘청음(淸音)’을 비롯, 떨어진 꽃 잎 위로 또 꽃 잎이 져 썩는 계절 순환의 쳇바퀴를 드러낸 군락(群落)이룬 꽃 밭을 그린 ‘피어나다’와 ‘떠오르다’ 시리즈, 별을 모티브로 한 근작 ‘아니마·Anima’ 시리즈 등 20여점이 나온다. 전시는 6월 2일까지이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