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우월주의에 던지는 통쾌한 질문

◇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 (장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 김지현 번역, 북다 발행)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 속엔 인간이 월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언어를 쓰고, 국가를 만들고, 문명을 이뤘다는 자부심이 그 근거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책은 동물에 대해 ‘배운다’는 태도가 아니라, 세상의 또 다른 존재 방식을 배우는 겸허한 관찰자로 우리를 이끈다. 감각의 영역에서 보면 인간은 가장 무딘 존재다. 후각은 개가, 청각은 박쥐가, 방향 감각은 철새가, 공존의 지혜는 악어와 악어새가, 집단지성은 꿀벌과 개미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개미굴을 보고 설계했다는 이야기는, 인간의 창조도 자연의 지혜에 빚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호모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탁월한 이유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는 능력’을 들었다. 종교, 국가, 돈, 법—형체는 없지만 모두가 믿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과연 꿀벌의 정교한 분업과 개미의 군집 행동을 ‘본능’이라는 말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감각이 다를 뿐, 다르게 지능적인 존재는 아닐까?

동물은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탁월한 존재다. 안내견은 인간에게 눈이 되어주고, 반려견은 말 없는 위로가 되어준다. 그런데도 가장 가까운 존재인 반려동물이 가장 자주 학대받는 존재라는 사실은 씁쓸하다. 말을 길들인 건 문명의 진보일까, 동물의 자유를 앗아간 폭력일까?

이 책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 균열을 내며, 동물에 대한 감탄과 존중을 회복시킨다. 동물을 안다는 건, 결국 인간 자신을 다시 배우는 일이다.

◇ 아버지 안재구 - 사형수가 된 수학자 (안영민 지음, 내일을 여는 책 발행) 

통일을 꿈꾼 수학자, 아버지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간 아들의 기록

이 책은 단순한 평전이 아니다. 간첩의 자식이라 불렸던 한 아들이, 아버지의 삶을 원망하던 청년이, 결국 같은 길 위에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품고, 기억해낸 애틋한 사부곡이다.

저자 안영민은 ‘남민전 사건’으로 무기수 판결을 받고 옥살이를 했던 통일운동가이자 수학자, 고 안재구 교수의 아들이다. 그는 동지이자 후배로서 아버지를 기록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공유한 시간에는 식민과 해방, 전쟁과 분단, 민주화와 통일의 한국 현대사 전 장면이 아로새겨져 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말한 것처럼, “과거는 현재를 돕고, 죽은 자는 산 자를 구원한다.” 아버지가 남긴 삶의 궤적은 지금도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깊고 오래된 물음을 던진다. 역사는 때때로 갈지자 걸음을 걷는 듯하지만, 부자의 세월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이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느낄 수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은 남다른 아버지를 만난 것이다” 

◇ 가운혁명– 의료계엄에 저항한 의사들의 1년 (김달현 지음, 새빛 발행)

이념도, 진영도 넘어선 질문. 의료는 누구의 것인가?

의료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 1년간 날로 격화되었다. 정부의 정책, 의사들의 집단행동, 환자의 권리와 국민의 안전까지—의료는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운혁명>은 비의료인의 시선으로 의료현장을 바라보고,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서 객관적 분석과 성찰의 시선을 유지하려 한다. 의료계를 향한 비판도, 정부를 향한 의문도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의료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모두에게 더 나은 시스템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의료는 특정 직군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민 전체의 삶과 직결된 공공의 문제다. 저자는 이 책이 의료계 내부의 반성과 국민적 토론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대화와 해법을 향한 첫걸음을 제안한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책. 의료를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책. <가운혁명>이 던지는 메시지다.

◇ 레클리스 - 한국전쟁 감동 실화 ( 로빈 허턴 지음, 황하민 번역, 도레미 발행)

1950년 한국전쟁. 포탄이 쏟아지는 죽음의 전장에서, 군마 한 마리가 미 해병대원들과 함께 51번의 고지를 넘고, 5톤의 탄약을 실어 나른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레클리스. 하지만 해병들은 그녀를 ‘말’이 아닌, 진짜 해병으로 불렀다.

레클리스는 하루 56km를 이동하며, 한 번에 88kg의 탄약통을 짊어지고, 전장을 누비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것도 혼자서, 혼란과 총성 속을 뚫고. 미 해병들과 함께 진격하고, 함께 부상당하고, 함께 잠들었던 이 말은 단순한 군마가 아닌 전우였다.

그녀는 활약과 전공을 인정받아 미국 해병대 역사상 최초로 동물에게 수여한ㄴ 하사 계급장을 받았고,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상사로 승진했다. 또 미국 퍼플하트 훈장 등 10개 이상의 훈장이 수여됐으며, ‘라이프(LIFE)’지는 그녀를 미국 100대 영웅 중 하나로 선정해다. '레클리스'는 말과 인간의 전우애, 전쟁을 넘어선 생명과 생명의 연대를 그린 감동 실화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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