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동체‘? 박근혜 판례에 무지한 일부 언론
핵심은 ‘공모관계’… ‘제3자 뇌물’은 2차 쟁점
경제공동체론 나올 경우는 검찰 패색 짙어져
①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수사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는 일 ②기소 당시 기소하는 게 옳은지 판단하는 일 ③재판 개시 이후 유죄인지 무죄인지 판단하는 일. 이 가운데 ②가 가장 어려운 경우가 있다. 사건이 공중에 드러나지 않은 채 진행되었거나, 사건 이후 시간이 오래 지났거나, 혐의나 결백을 입증하는 증거가 어느 정도로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재판 개시 이전까지는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도 그렇다.
문재인 재판은 세기의 재판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의 운명’은 검찰과의 긴장과 적대였다. 이제 판결로 끝장을 보는 ‘마지막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무죄가 선고된다면 우리가 아는 그 검찰의 역사는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해체 수준의 개편이 가속화할 것이다. 반대로 유죄가 선고된다면 부패범죄이므로 양형과 정치적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초유의 수준이지만 아직은 진실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우선 관건과 쟁점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언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기소된 직후 일부 언론은 부정확한 보도를 내보냈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공동체론’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경제공동체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박근혜의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었다. 검찰은 문재인 역시 문다혜와 경제공동체였다고 보고, 박근혜 판례에 따라 기소했다.’ 이런 요지다.
박근혜 판례는 경제공동체론과 상관이 없다. 박근혜가 유죄를 선고받은 건 최순실과의 ‘공모관계’가 입증되면서 둘 다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성질상 공무원 자신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2018도13792 참조)
이번에 검찰은 문다혜 씨와 전 배우자 서모씨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관건은 공모관계이며 경제공동체론은 적용되지 않았다는 단적인 방증이다. 경제공동체론은 직접 이익을 제공받은 자를 공범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공동체 구조에서는 직접 금품을 건네받은 비공무원은 공범이 아니라 방조범이거나 무혐의가 된다.
뇌물수수죄는 대가성, 직무관련성, 이익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성립한다. ‘2018년 3월 이상직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취임’과 ‘2018년 8월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임원 취업’은 대가관계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전자는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고, 후자는 서씨 부부에게 이익이고 문재인에게도 이익일 수 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이익을 제공받은 바 없으므로 문재인-문다혜의 공모관계가 결정적 관건이다. 그리고 이것은 제3자 뇌물수수죄가 주요 쟁점이라는 취지로 씌어진 기사가 잘못되었음을 의미한다. 공모관계가 성립하면 3자구도가 아니라 양자구도가 되므로 제3자 뇌물죄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인 이상직 당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2018년 당시 사위 서 모씨의 취업을 주선한 것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인지했는가 아닌가’에 있다. 대통령 경호처가 태국 이주에 관여했다는 점이나, 원래 모르는 사이인 이상직과 문씨 부부를 청와대 관계자가 연결시켰다는 점은 퍼즐의 일부는 될 수 있지만 결정적 증거는 아니다. 태국 이주를 도왔다고 해서 취업 과정까지 파악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청와대 관계자가 대통령과 상의 없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여 의혹을 받는 당시 정부 인사들과 이상직 씨가 어떤 입장인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또 의혹이 불거진 당시 문재인 정부가 ‘타이이스타젯은 이상직과 무관하다’고 밝혔던 것도, 은폐 시도인지, 정말 몰랐기 때문에 나온 입장인지 관건이 된다.
부녀간 공모관계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검찰은 예비적 공소사실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덧붙일 수 있다. 여기서는 또다른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문재인-이상직 간의 ‘부정한 청탁’이다. 청탁이 명시적으로 오가지 않더라도, 제3자에게 제공돠는 이익이 직무집행의 대가라는 점을 양측이 양해했거나 공통으로 인식했다면 ‘묵시적 청탁’이 된다.
만약 문재인-문다혜의 공모관계(직접 뇌물수수)와 문재인-이상직의 부정한 청탁(제3자 뇌물수수)이 모두 입증되지 못한다면 검찰이 결국 경제공동체론에 의지할 수도 있다. 서씨가 취업하기 전에 문재인 부부가 문다혜 부부에게 금전 지원을 했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말이다.
서씨는 타이이스타젯 취업 이전에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지원받지 않고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경제공동체는 성립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판례도 경제공동체의 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축적되어왔다. 동거가족이라도 경제공동체가 아닐 수 있다. 만일 검찰이 끝내 경제공동체론을 꺼낸다면 검찰의 패색이 짙어졌다고 보면 된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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