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대통령-국회 갈등 헌재 결정과 존중으로 해소 가능"

이미선 "국가 기관이 헌법 준수 않으면 사회 질서 흔들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형배(59·사법연수원 18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55) 헌법재판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18일 퇴임했다. 문 대행은 퇴임사에서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고, 이 재판관은 “국가기관이 헌법을 무시할 때 사회질서가 흔들린다”고 밝혔다.

문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다른 재판관들과 함께 퇴임식이 열리는 헌재 대강당에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그는 준비한 원고를 보지 않고 퇴임식에 참석한 구성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퇴임의 소회를 전했다.

문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헌재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 깊은 대화 등 3가지가 보충돼야 하다”고 말했다.

문 권한대행은 헌재의 결정에 대한 존중과 관련해선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돼야겠지만 대인 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인논증은 경력이나 사상 등을 지적하면서 비판하는 것이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이념·성향' 등에 근거해 재판관들을 비판·비난했던 상항 들을 우회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문 권한대행은 "흔히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정치적 해결이 무산됨으로써 교착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장치가 없다고들 한다"며 "그러나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헌법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에게 재판관이 되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재판관과 재판관 사이에서, 재판부와 연구부 사이에서, 현재의 재판관과 과거의 재판관 사이에서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며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과 경청 후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는 성찰의 과정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문 대행은 다른 재판관과 헌재 구성원 등에 감사를 전하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제 나름의 방식으로 헌재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헌재 내 테니스·걷기 동호회 회원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하는 대목에서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문 대행은 법률교양 분야 베스트셀러인 '생활법률 상식사전'을 쓴 법원공무원 김용국 씨, 문 대행이 부산에서 판사로 재직할 때 그의 판결에 관해 많은 기사를 작성한 김훤주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에게도 별도로 감사를 표했다.

이날 퇴임사는 통상 헌재 공문 틀이 아닌 일반 문서 형태로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헌재 로고가 들어가고 재판관 이름이 궁서체로 표지에 적힌 퇴임사가 아닌 '표지 없는' 퇴임사가 배포됐다. 내부에서는 소탈한 평소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문 권한대행과 같이 임기를 시작해 이날 함께 임기를 마친 이미선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 "헌법의 규범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헌재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 질서의 수호·유지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물론이고 그 이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이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위헌적 행위를 지속해왔던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지난 2019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문 권한대행은 1992년 부산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해 창원지법 진주지원장, 부산가정법원장,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쳤고, 이 재판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노동법 전문가로, 역대 최연소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했다.

문 재판관은 이종석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작년 10월부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을 맡아왔고 윤석열 파면 결정을 한 탄핵심판을 이끌어왔다. 경남 하동 출신인 그는 원래 거주지인 부산으로 내려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재판관으 후임은 정해지지 않아 헌재는 당분간 7인체제로 사건 심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두 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으나, 헌재는 지난 16일 권한대행에게 대통령몫 재판관 지명과 임명 권한이 없을 수도 있다며 재판관 지명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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