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의 경제이슈 분석]
現 노인 인구 전체의 20%...2050년엔 40% 넘어, 노년 부양비 3배↑
기대수명 20세 늘었는데 노인 기준 '65세'는 45년째 그대로
72세 건강 상태 12년 전 65세와 동일…MZ 80% “노인 기준 올려야”
조선시대 왕의 평균수명은 46세였다. 백성들 수명은 훨씬 짧아 30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1790년 정조 때 전체 인구 740만명 중 70세 이상이 2만5,800명으로 0.34%에 불과했다는 기록도 있다. 독일(프로이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가 1889년 연금 제도를 도입하며 노인 기준을 65세로 정했을 때 독일인 평균수명은 남성 41세, 여성 45세였다.
지난해 한국인 기대수명은 84.3세로 일본, 스위스에 이어 세계 3위. 1970년 62.3세에서 2024년 84.3세로, 54년간 22세가 늘어났다. 반면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에 ‘만 65세 이상’으로 규정된 노인 기준 연령은 1981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당시 66.7세였던 기대수명이 18세 가까이 늘었지만 노인 기준은 45년째 그대로다.
작년 말 노인인구 20% 돌파 ‘초고령 사회’…고령 사회 진입 7년 만
한국사회는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작년 12월 23일 기준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인구(5,122만1,286명)의 20%를 넘어섰다. 2017년 8월 노인인구 비중 14%를 돌파해 ‘고령 사회’에 접어든 지 7년 만이다.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705만명은 대부분 은퇴해 사실상 ‘노인’이 되었다. 문제는 1964~1974년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 954만명이 2030년까지 줄줄이 은퇴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2050년경 전체 인구의 40%가 65세 이상 노인인 세계 1위의 노인대국이 된다. 노년 부양비가 치솟고 노동력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29명의 노인을 부양하지만, 2050년엔 78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저출생 고령화 탓에 전체 인구는 줄어들고 노인인구 비중만 계속 커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펼쳐지는 셈이다.
'무임승차' 혜택 노인들 10명 중 8명이 "기준 연령 올려야"
요즘 노인의 건강 상태는 과거와 천양지차다. 이윤환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011년 65세와 2023년 72세의 건강노화지수 평균치가 각각 10.88과 10.81로 유사하다고 밝혔다. 고령자 스스로 생각하는 노인 기준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1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인 무임승차제’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더니, 전체의 68%가 ‘연령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더욱이 현재 무임승차 혜택을 받고 있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찬성 비율이 81%로 가장 높았다.
매일경제가 최근 20~40대 남녀 3,7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78.1%가 ‘노인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건강 상태가 이전보다 좋아졌기 때문’(58.2%)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복지비용 증가로 재정 부담 우려’(31.7%), ‘취약계층의 복지 공백을 메우는 게 우선’(7.9%) 등의 순이었다. 노인 연령의 경우 ‘만 70세 이상’이 적정하다는 답변이 81.5%로 가장 많았고, ‘75세 이상’ 응답자도 21.5%나 됐다.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면 기초연금, 기업 정년, 경로우대제도 등 각종 제도에 줄줄이 영향을 주게 된다. 노령연금, 기초연금, 지하철 무임승차, 무료 예방 접종, 노인 일자리 등 20여 가지 복지 혜택이 65세부터 제공되기 때문이다.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개별 복지제도의 특성을 반영한 단계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고재학은 한국일보에서 33년간 기자로 일하며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2024년 6월 뉴스버스 공동대표로 합류해 경제 부문을 맡고 있다. 뉴스버스TV에서 주요 경제 이슈를 정리해주는 ‘고재학의 경제버스’를 진행한다. 스테디셀러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을 비롯해 <절벽사회> <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등의 책을 썼다. 우직하게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힘을 믿는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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