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앎이란?…'AI가 다 아는데, 나는 뭘 안다는 걸까?'

지식 보다는 실행과 경험이 나를 증명하는 '지행력'의 시대

AI 시대, 진짜 ‘안다’는 건 뭘까? 

“너 송혜교 알아?”
“알지, 당연히 알지.”

하지만 정말 그런가? 그녀와 친한가? 대화를 나눠본 적이라도 있는가? 우리는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단순한 연예인을 아는지를 묻는 퀴즈가 아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아주 중요한 철학적 질문이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 ‘안다’는 것의 의미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여행 영상을 수십 개 본 사람은 “파리를 잘 안다”고 말하고, 주식책을 열 권 읽은 사람은 “투자를 좀 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 가거나, 실제로 투자를 해보면 예상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부딪힌다. AI 시대에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너 이거 알아?”가 아니라, “너 이거 해봤어?”

글 내용에 맞춰 챗GPT가 그려낸 삽화. (그림=뉴스버스)
글 내용에 맞춰 챗GPT가 그려낸 삽화. (그림=뉴스버스)

과거에는 기억력이 곧 지식이었다. 문자가 없던 시절, 부족의 전설과 지혜를 외운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 이후 필사본 시대에는 ‘접근할 수 있는 지식’이 힘이었다. 소수만이 라틴어 성경을 읽을 수 있었고, 조선 양반이 한글 창제를 반대한 것도 지식의 대중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인쇄술이 발명되자 지식은 대중화했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안다’는 것은 ‘찾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 AI가 거의 모든 형식지(문서화된 지식)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 AI 시대, 인간이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식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에서 찾았다. 공자는 '知行合一(지행합일)'을 강조했다. 앎은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는 뜻이다. 일본의 경영학자 노나카 이쿠지로는 이를 현대 경영학에 접목시켜 암묵지(tacit knowledge)와 형식지(explicit knowledge)를 구분했다. 문서로 설명 가능한 형식지와 달리, 암묵지는 경험과 감각으로만 습득되는 지식이다.

예를 들어, AI는 완벽한 요리 레시피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식재료의 상태를 손으로 만지고 불 조절을 감각으로 익히는 요리사의 노하우는 따라 올 수 없다. 조직 개편안을 설계할 수는 있지만, 조직의 미묘한 분위기와 인간관계를 읽어내는 감각은 여전히 인간만의 영역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불역열호·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말했다. 여기서 ‘습(習)’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실천과 체득을 통한 살아 있는 지식을 의미한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육아서를 수십 권 읽는다고 실제 육아가 쉬워지는 건 아니다. AI가 쏟아내는 투자 전략을 읽는다고 바로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다. 지식이 실행으로, 실행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 지식을 자신만의 언어로 소화하고, 실제 삶 속에서 체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세상은 묻는다.

“너 이거 알아?”가 아니라 “너 이거 해봤어?”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지식의 보유가 아니라 경험의 깊이다. 학점과 자격증보다 프로젝트 경험과 문제 해결력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앎’의 정의를 바꿔야 한다. 지식의 양으로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진짜 앎은 몸으로 익히고, 삶 속에서 실행되고, 시행착오를 통해 쌓아지는 것이다. AI는 이를 대신해줄 수 없다. 이 영역이야말로 인간만의 고유한 힘이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이 질문은 AI 시대에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지식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오늘날, 우리는 다시 묻는다.

“나는 진짜 아는가, 아니면 아는 척하고 있는가?”

AI는 다 알 수 있다. 그러나 AI는 해보지 않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해본’ 사람이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앎과 행을 일치시키는 '지행력'이다.

지식이 나를 설명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실행과 경험이 나를 증명하는 시대다.

김희연 컨설턴트가 최근 출간한 책
김희연 컨설턴트가 최근 출간한 책

김희연은 AI리터리시 컨설턴트다. 씨티은행에서 출발,  현대·굿모닝·신한·노무라 증권의 IT애널리스트를거쳐 2008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증권· IT·제조 분야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에선 여성 최초로 사업개발·전략·IR·투자 및 신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지난해 퇴임뒤엔 AI 콘텐츠 융합 및 AI의 일상적 활용 등에 천착,  AI리터러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스버스에 AI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AI시대 기업과 직장인들의  ‘생존법’을 담은  저서 <공감지능시대: 똑똑한 AI보다 따뜻한 당신이 이긴다>를 4월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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