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의 정치내러티브]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순간 '민주적 정통성' 상실
'윤석열 파면' 외 대한민국 위기 해결할 수단 없어
헌법재판소를 둘러싸던 짙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변론 종결 38일 만에, 탄핵 소추 111일 만에 마침내 결론을 앞두고 있다. 헌재의 4일 선고일 지정은 국민적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뒤늦게 나왔다. 헌재를 둘러싼 온갖 억측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다.
일각에선 헌재 내부의 의견 대립 관측과 함께 ‘사법 쿠데타’의 가능성까지 거론되었다. 특히, 한덕수∙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한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재판관들 의견이 5대3으로 갈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데드락(Deadlock)’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6대3으로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 상태에서 5대3으로 기각하면 헌재가 감당하기 힘든 법리적·정치적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헌재가 선고일을 확정하면서 ‘5대3 데드락’ 설은 힘을 잃었다. 여전히 마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헌재가 선고일을 잡은 것은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인용 의견을 냈거나, 반대로 4명 이상의 재판관이 기각·각하 의견을 냈음을 의미한다. 헌재는 이제 국민과 역사 앞에 스스로의 역할을 증명해야 한다.
헌재는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헌재의 심판은 단순한 법리적 판단을 넘어, 민주공화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구한다. 국민은 묻고 있다. 과연 ‘윤석열 파면’ 외에 국가 위기를 해결할 실질적인 방안이 있는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시도는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봤다. 그 순간 윤석열은 이미 민주적 정통성을 상실했다. 대통령은 단순히 행정부의 수반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이자 대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자리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그의 정치적·사법적 일탈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상, 그가 복귀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더욱 심각한 혼란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갤럽이 지난주(3월 25~27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탄핵에 찬성했다. 특히 중도층의 찬성률은 70%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지지율 문제가 아니다. 국민 다수가 윤석열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직무 수행 평가를 넘어선 ‘총체적 거부’의 표현이다.
만약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거나 각하한다면 국민적 저항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할 것이며,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와 정국 마비가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거리의 감정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며, 탄핵 반대 진영도 선고 결과에 쉽게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승복의 열쇠는 윤석열이 쥐고 있다
정치적 극한 대립을 해소할 유일한 방법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고 조기 대선의 길을 여는 것이다. 윤석열 탄핵을 둘러싼 현재의 혼란이 단기적으로는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결단의 과정임이 분명하다.
여야는 모두 헌재의 선고 결과에 승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 일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윤석열의 승복이다. 그가 헌재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극우 세력에게 불복을 부추긴다면, 국가적 혼란을 가중시킨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다.
헌재는 민주주의를 증명해야 한다
헌재는 4일 오전 11시 국민의 상식과 사법적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이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한 단계로 발전시키는 유일한 길이다. 헌재의 선고는 단순히 윤석열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본을 시험하는 잣대이다. 헌재는 대한민국 미래의 문을 열어야 한다.
조신은 한국일보에서 17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이후 참여정부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관(대변인), 서울시교육청 공보관, 문재인정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상임위원 겸 기획단 단장 등을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 성남시 중원구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총선에 출마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감사,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원장 등 공공기관에서도 일했다. 현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상임고문과 사단법인 기본사회 부이사장으로 있다. 다양한 정책 경험을 토대로 국가 미래 비전을 고민하는 진보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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