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내란 형사재판 지켜보고 결정? 이번엔 부적절
②‘재판 중 사건 기록’ 문제? 논란 있지만
다툼의 여지 없는 사실만으로 파면 이유 충분
“헌법재판관들이 5 대 3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시간을 끌수록 의견 대립설은 설득력을 얻는다. 나는 지난 두 편의 칼럼에서 기각될 이유와 각하의 단초가 없음을 설명했다(3월 17일 칼럼, 3월 24일 칼럼). 무엇으로 의견이 갈려 있을까. 아무 정보가 없지만, 무지나 허위선동에 의한 다툼은 아닐 것이라고 전제한다.
첫 번째로 짚어보는 것은 ‘탄핵심판 절차 정지론’이 대두되었을 가능성이다. 형사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탄핵심판 청구와 사유(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형사소송이 있으면 헌재는 탄핵심판 절차를 정지시킬 수 있다. 윤석열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판단하지 않는다 해도 가능하다.
여기에는 여론이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여론 때문에 파면감인 것을 파면감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재판관 자질이 아예 없는 것이다. 다만 파면 여론이 크고 단단할수록 사실관계 인정을 적게 해도 부담이 작고, 파면 반대 여론이 만만찮을수록 재판관은 사실관계 인정을 많이 해서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질 수 있다. 박근혜 탄핵심판 당시보다 찬반 여론 격차가 좁은 점, “내란이 아닌데 무슨 탄핵이냐”며 사실도 아니고 논리적으로도 오류인 선동이 퍼져 있는 점을 의식한다면 판단 사항이 늘어날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고 난 뒤 파면과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내란옹호세력이 받을 타격이 극대화되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벌어질 혼란과 불안부터 직시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처벌 여부와 형량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인정에 관한 증거 조사에서 일반 재판의 판사보다 넓은 권한을 가진다(직권탐지주의). 이는 짧은 시간에 사실 인정을 많이 할 수 있는, 조속히 파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호조건이다.
형사소송의 진도가 빠르면 그 결과를 받아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윤석열 내란 혐의 재판은 그 반대다. 오히려 탄핵심판 과정에서 형법상 내란죄의 상당 부분이 드러났다. 내란은 ‘1. 국헌 문란 목적’의 ‘2.폭동’이고 폭동은 ‘2-1. 다수인이 결합한 폭행과 협박’으로 ‘2-2.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하는 것’인데,이 가운데 1.과 2-1.은 증명되었고, 2-2.를 판단할 사실관계도 일정 이상 확보되었다. 헌재가 길라잡이 구실을 하고도 책임을 형사소송에 떠넘기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경우는 아니길 바란다.
두 번째로 짚은 가능성은 수사기록의 증거 능력 문제로 인한 다툼이다. 물론 지난 칼럼에서 설명했듯 형사소송법 준용 원칙을 갖고 헌재의 수사 기록 증거 채택을 막을 수는 없다. 수사 기록에서 피소추인이 부정하는 부분도 증거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재판관의 직권탐지주의 등 헌법재판의 성질, 그리고 헌법재판소법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헌소법이 기록 송부 요구를 막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헌소법 제32조는 헌재가 여타 기관에 기록 송부를 요구하는 것을 보장하면서도, “다만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헌재는 규칙을 마련해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기록을 여러 차례 받아서 활용해왔다. 사본을 받아서 말이다. 하지만 사본을 사건 기록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을지, 규칙으로 법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2015년 헌법재판소가 발간한 헌법재판소법 주석서는 제32조를 해설하며 ‘송부 요구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부분을 삭제하자는 ‘입법론’도 담았다. “기록의 인증등본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까지 대안으로 제시했다. 송부 요구는 원천 봉쇄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결과이다.
반박할 이들이 있겠지만 논란을 말끔히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뒤늦게 ‘현타’가 온 일부 재판관이 수사 기록을 증거로 쓰지 말자고 주장해 입장이 갈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례를 깨고 재판 중 수사 기록의 증거능력을 부인한다면 예전 헌법재판들까지 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럼 증거능력은 인정해서 기존 관례를 유지하되, 수사 기록 없이도 인정되는 사실로 우선 파면 결정의 이유를 구성하는 것은 어떨까. ‘수사 기록이 없었으면 파면될 수 없었다’, ‘수사 기록 증거채택이 무효이므로 파면도 무효’라는 왜곡 선동에 대비하는 것이다. 수사 기록 검토에서 인정된 풍부한 사실들을 별도의 챕터나 보충의견에 담는 방법도 강구해볼 수 있다(그리고 추후 국회는 입법으로 논란의 소지를 확실히 없애야 한다).
어떤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통고한 뒤 아무 짓도 안 했다면? 파면감이다. 파면하지 않으면 계엄은 ‘평시의 장난질’로 전락한다. 피청구인 윤석열은 국무회의 심의도 국회 통고도 하지 않았다. 포고령으로 ‘국회 활동 금지’를 명령했고 군경은 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이걸로 충분하다. 파면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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