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트럼프 주장은 '거짓'"…블룸버그 "GDP 0.8% 감소할 수 있는 위협"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 한국 참여 못 박기
"미국 조선업 부활" 선언…한·미 조선업 협력 긍정신호
'칩스법 폐기' 공식화…K-반도체에는 그림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집권 후 첫 의회연설을 통해 다시한번 '미국 우선주의'를 강력하게 외쳤다. 트럼프의 이날 연설 시간은 1시간39분31초로 대통령 의회연설 사상 최장으로 기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 한국과 관련된 부분은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과 '미국 조선업 부활',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반도체과학법(칩스법) 관련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분에서도 한국을 중국보다도 불공정한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라고 지목했다.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 등이 향후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내 행정부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 파트너가 되길 원하며 그들에 의해 수조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신규 석유 및 가스 임대 건수를 9% 줄이고 파이프라인 건설을 중단했으며, 100개 이상의 발전소를 폐쇄했다"면서 "이것이 취임 첫날 에너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일은 여태 결코 없었다. 장관이 될 것이다"면서 "모든 것이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대미 흑자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림으로써 무역흑자액(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액)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장관 등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LNG 수입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한국의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또는 개발 참여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다.
일본은 지난달 7일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이 사업과 관련한 합작투자를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선업 부활' 선언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국방 정책 구상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조선산업의 재건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며 이를 위해 "백악관에 새로운 조선 (담당) 사무국을 설치하고 이 산업을 원래 있어야 할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특별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이 조선 산업에서 중국에 뒤처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매우 빨리, 매우 빨리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항해 미국 조선업체을 집중 육성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이 입수한 초안 요약에는 중국산 선박과 크레인이 미국 항구에 들어올 때 입항 수수료를 징수하고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에 ‘조선 사무국’을 설립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WSJ는 또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조선소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 인상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에 해군을 포함해 정부 조달 절차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도 행정명령에 담겼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건조 군함 능력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의 탄핵심판 정국이라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커녕 연락조차 못하고 있는 한국은 조선산업을 지렛대로 하는 대미 협상을 모색 중이다. 트럼프의 '미국 조선업 부활' 선언이 한·미 조선업 협력과 어떻게 연결될 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과 관련 세제 혜택 제공을 언급한 것은 우리에겐 긍정적인 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2일 밝힌 ‘미국 해양 조선업 시장 및 정책 동향을 통해 본 우리 기업 진출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 의회가 발의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조선업계의 미 함정 및 해안경비대 선박 수주 가능성이 크다. 이 법안에는 한국 등 동맹국이 자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미 해군의 군함 건조 및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투자 계획 등이 한국 조선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등 한국의 조선업 전망이 밝은 것으로 전망했다.
“칩스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제정된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의 폐지를 공식화했다.
그는 “칩스법은 끔찍한 것이다. 우리는 (반도체 제조업체에) 수천억 달러를 주었지만,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칩스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남은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어떤 이유든 원하는대로 사용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전날 미국에 1,6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발표한 대만 반도체기업 TSMC을 언급하며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들이 미국에서 지으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미국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이 아니라 관세 압박으로 반도체 생산을 유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47억5,000만달러), SK하이닉스(4억5,800만달러)가 곤혹스러워 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말 확정했던 양사에 대한 보조금 집행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불공정의 사례로 한국을 콕 집어 지목했다. 그는 "중국의 평균 관세는 우리가 부과하는 것의 2배이고, 한국의 평균 관세는 4배 더 높다"며 "우리는 군사적으로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국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ABC 방송은 "2007년 체결(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두 나라간 대부분의 관세는 줄이거나 없앴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부터 반도체까지 모든 것을 미국에 공급하는 한국에 높은 수준의 불공정성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의 관세 위협만으로도 올해 한국의 GDP가 0.8% 감소할 수 있으며, 그 영향은 하반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스버스 = 김철훈 기자 kims4al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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