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임명해도 헌법재판관 임명은 할 수 없다니?

그래놓고 탄핵 요건은 ‘대통령에 준한다’고 우기는 모순  
 
민주당에 내각 못 넘기는 이유, ‘죽어도 정권 연장’ 속셈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의결정족수가 재적의원 과반수라고 설명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가 억지성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의결정족수가 재적의원 과반수라고 설명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가 억지성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2월 20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에 대한 임명이 시급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권성동과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독립 기구라서다. 대법원장, 감사원장, 국가인권위원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의 임명장을 대통령이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은 3명에 그친다. 나머지 중 3명은 국회가 ‘추천’하는 것도 아니고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은 임명을 거부할 수도 없고 일부를 골라낼 수도 없다. 대통령이 할 수 없는 것을 권한대행이 할 수 있다는 건가. 

갓길 통행 끝에 중앙선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국민의힘 헌법학은 다시 갓길로 돌진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이므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건과 동일해야 한다.”(권성동) 총리나 장관으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의 탄핵요건은 ‘재적의원 과반수(151석) 찬성’이 아니라 대통령과 같은 ‘재적의원 2/3 이상(200석 이상) 찬성’이라는 것이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재판관도 임명할 수 없다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기 위해 무려 200석 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내적 일관성을 스스로 폭파한 것이다. 게다가 헌법과 법률의 문언과 체계는 일관되게 151석설로 흐른다. 

첫째,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직 승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통령 궐위시 60일 이내로 보궐선거가 실시되며 이때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아니다. 둘째,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위는 없다. 헌법 제71조의 “권한을 대행한다”는 행위와 현상을 설명하는 문장일 뿐이다. 정녕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과 같은 탄핵요건을 적용받는다는 게 헌법의 취지라면 직책 관련 규정이 별도로 있었을 것이다. 

셋째,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을 겸할 수 없다(헌법 83조).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과 동일한 수준의 직책이라면 맡고 있던 국무위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을 것이다. 넷째,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때 그가 원래 맡던 권한은 다른 누군가가 대행하지 않는다. 고로 한덕수든 최상목이든 대통령으로 ‘승격’된 바 없다. 그들은 각각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을 따름이다. 

국민의힘은 ‘200석설’이 다수 의견 또는 통념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요건에 관해 법조계에서 어느 쪽이 다수설인지 불명확하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견해는 학계 다수설이자 헌법재판소의 공식 입장인데, 국민의힘은 정작 이를 부인하고 있다. 권성동 마음대로 헌법을 해석하는 ‘권'습헌법이다.  

국민의힘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하겠다며 개헌론을 들먹이고 있다. 국민의힘이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간신들이다. 필자는 국민의힘의 수준을 생생히 목격한 바 있다. 2022년 대선 직후 권성동이 출연한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필자가 “국민의힘이 내각 구성에 이니셔티브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권성동은 “인사는 밀행성이 중요하다”고 둘러댔다. 각료가 무슨 암행어사도 아니고 밀행성은 무슨 밀행성? 밀행성이 그리 중요하면 국회가 내각을 구성하는 방향으로의 개헌은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이 진정 권력구조 변환을 꾀하겠다면 내각을 당장 민주당 등 국회 다수파에게 넘기는 소폭 개헌부터 추진해야 한다. 개혁이란 본인들이 손해를 보거나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감수하고 해야 이뤄지는 것이다. 더구나 줄탄핵으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가 염려된다면, ‘솔로몬의 재판’에서 아기를 포기한 어머니처럼, 집행권력과 국회 다수파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내각을 국회 다수파에게 내줄 수 있어야 한다.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게 하면 국민의힘이 한다는 그 나라걱정은 크게 줄 것이다. 총리는 불소추 특권이 없다. 이재명 대표가 총리가 되더라도 재판 진행이나 신규 기소는 가능하다. 재판 결과 설령 총리가 직을 상실해도 총리는 또 국회에서 선출하면 되기 때문에 국정 혼란도 없다. 

필자는 지금 이 방안을 국민이나 야권에게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국가 비상사태나 이재명 리스크를 우려하며 권력구조 개혁을 지향한다면, 자신이 먼저 내각 구성권을 국회 다수파에게 넘기는 길에 나서라는 뜻이다. 물론 국민의힘이 그리 할 리는 없다. 그들의 목적은 ‘죽어도 정권 연장’이기 때문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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