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현 영국 총리가 외무부 장관이던 몇 년 전, 부르카를 쓴 무슬림 여성을 “우체통”, “은행강도” 같다고 표현해 큰 곤욕을 치렀다. 당시 덴마크 정부의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에 대한 그의 칼럼에서였다. 2017년경, 유럽 여러 국가는 공공장소에서 얼굴 가리개 착용 금지법을 시행했다. 그러자,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입은 무슬림 여성들을 비난하고 폭행하는 일이 일어났다.
무함마드의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여성들의 복식은 다양하다. 탈레반 치하 아프간 여성의 상징이 된 부르카는 머리와 몸을 다 감싸는 긴 장옷으로 밖을 볼 수 있게 눈 주위만 망사다 . 니깝은 아랍어로 ‘여성 얼굴 가리개’, 얼굴 전체를 가리지만, 직사각형으로 눈 주위를 개방한 큰 스카프다. 아바야에 착용한다. 아바야는 아랍어로 ‘길게 늘어짐’, 얼굴을 제외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감싸는 여성용 장옷이다. 차도르는 페르시아어로 ‘길다’, 중동과 이란에서 볼 수 있는 머리와 몸 전체를 감싸는 긴 망토다. 히잡은 아랍어로 ‘평범한 가리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가장 진보적 대중적인 두건으로 머리, 귀, 목을 가리지만, 머리카락 일부를 노출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니깝과 부르카를 혼용해 부른다.
이슬람교 경전인 꾸란 33장, 59절 “예언자여, 당신의 아내, 딸들, 믿는 여인들에게 그들의 겉옷을 입으라고 하소서. 편안하지만 희롱당하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은 관용과 자비로 충만하소서.” 또한, 무슬림 남성은 배꼽과 무릎사이를 가리고, 여성은 친인척이 아닌 남성 앞에서는 얼굴, 손, 발을 제외한 신체 모두를 가리라 했다.
여기서 논쟁이 시작됐다. 부르카와 니깝이 의무인지, 선택인지 이슬람 학자마다 꾸란의 해석이 갈린다. 주류인 진보적 학자들은 일상생활 중에 얼굴과 손이 노출될 수 있고, 얼굴 전체를 가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만약, 예언자 무함마드가 여성들의 신체를 전부 가리라고 했다면 굳이 남자들의 시선까지 언급했겠냐. 따라서, 두건은 필요하겠지만, 부르카나 니캅까지는 아니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여성은 얼굴과 손을 완전히 가려야 한다고 소수의 보수론자는 주장하고 있다. 남성이 여성의 얼굴이나 몸매를 보면 음란한 죄를 짓게 된다. 육체적 죄 이전에 이미 마음속에 죄를 짓는다. 그래서, 얼굴과 몸을 가리는 관습이 외간남성들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이슬람의 상징인 겸손과 헌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다수의 무슬림 여성들은 얼굴 가리개 강제 착용에 반기를 들고 있다. 얼굴 가리개가 예속의 도구가 아니라 평등의 의미라고 말한다. 용모 평가, 성의 상품화, 남성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부르카나 히잡을 강요하는 대신 여성이 다양한 가리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하는 것이다.
가리개 문화는 집단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서구 중심적 미의 기준과 문화적 동화에서 얼굴 가리개는 무슬림의 명예, 동질, 자부심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주의자들은 부르카, 니캅이 사회 안전을 위협하고 여성을 억압한다고 주장한다.
유럽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는 여전히 부르카 착용이 금지다. 눈에 띄고, 반이슬람 정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다. 부르카를 쓰면 소외되고 범죄 관련이 연상된다. 그래서, 성 평등과 지역 관습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기 위해 부르카 착용을 반대한다는 논리다. 또, 자신의 정체와 흉기 등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신원 확인 시 언제든 부르카를 벗을 수 있는데,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침해하고,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반론도 있다. 금지법이 부르카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라는 것이다.
가리개의 역사는 기원전 1천 년 메소포타미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에도 여성은 머리카락을 가리고 신분을 구별하는 두건을 썼었다. 유대어로 ‘경건한 부르카’인 프룸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는 여성용 검은 장옷이다. 약 2,500년 전부터 입기 시작했다고 정통파 유대인은 주장한다. 지금도 초정통파 하레디 여성들은 삭발한 후 두건을 쓰고 프룸카를 입는다.
3세기경부터 결혼한 여성 천주교 신도들은 예배 할 때 흰색 또는 검은색 미사보를 머리에 썼다. 하나님의 집 성당 안에서 예의다. 두건의 의미는 우리는 신을 따르고, 그에게 순종할 준비가 되었다는 선언이다. 신앙인으로서 가져야 할 정숙한 마음과 몸가짐을 상징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수녀가 쓰는 두건도 세속과 인연을 끊고 하느님을 위해 순종한다는 의미다.
고린도전서 11장 7절 “남성은 하나님의 형상과 영광이니 머리를 마땅히 가리지 않지만, 여성은 남성의 영광이니라.” , 잉글랜드 제임스 1세의 기독 경전 “여자는 권능의 표적을 머리에 표시해야 한다.” 내외적인 단정함과 정숙함을 가진다는 머리 가리개 의미는 아브라함 종교에서 여성이 신 앞에 순종한다는 내적 바램의 외적 표현이다.
가리개 문화는 우리 조선 시대에도 있었다. 1412년 태종실록엔 조선 초기부터 여성들이 집 밖을 나설 때는 얼굴을 가리게 했다고 언급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보면, 여성들은 장옷, 쓰개치마, 너울 등을 머리에 써 머리카락과 얼굴이 안 보이게 했다. 장옷은 남자 두루마기와 비슷하다. 쓰개치마는 흰 모시로 만든 치마 형태다. 너울은 삿갓 테두리에 매단 눈 주위만 밖을 볼 수 있게 얇은 천을 댄 허리까지 오는 가리개다. 양반 규수들은 이 규범을 엄격하게 지켜야 했다. 이 가리개들은 성리학이 맹위를 떨치던 조선 시대 여성을 억압한 가부장제의 그늘 중 하나였다.
서양식 관점에서 부르카는 근거 없는 두려움과 위협적이라는 선입관이 깔려 있다. 무슬림 여성에게 부르카 착용을 막는 행위와 강제로 부르카를 착용하라는 탈레반의 행위 둘 다 성차별이자 인권 침해다. 많은 학자는 가리개 문화가 꼭 이슬람법에만 규정된 게 아니라, 각 민족적 문화적 규범의 차이라고 한다.
무슬림인 말레이시아 인플루언서 미에라는 “이슬람교에서 히잡 착용은 강제가 아닌 권장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미혼일 땐 아버지, 기혼이 되면 남편과 상의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잘못된 관습으로 종종 강요하기도 한다.”라고 평했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19억 명(2020년)이다. 이 중 부르카를 많이 입는 국가는 이집트, 프랑스, 인도네시아,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 터키 등이다. 무슬림 여성의 2% 내외가 여성인권 침해라는 부르카나 니캅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알렉산더 왕, 베르사체, 랑방, 디오르, 샤넬, 베르사체, 발렌시아가, 구찌 등 국제적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다양한 디자인과 재질의 두건을 내놓았다. 차도르, 히잡 등 머리 가리개를 무슬림 여성들만 아닌 전 세계 여성의 패션 아이템으로 대중화 시키고 있다.
예전 우리 교과서 삽화 속의 어머니도 머릿수건을 썼다. 오랜 예전부터 여성들은 종교적 영향과 관습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수건이나 스카프를 머리에 써 정갈한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해왔다. 현재 동서양에서는 거의 사리진 그 관습이 꾸준히 동질화하고 종교적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슬람교의 가리개 문화가 막연한 차별과 부정적 선입관에서 벗어나 패션의 한 장르가 되고 있다.
조마초는 여행과 익스트림 스포츠 전문가이자 전문 스카이다이버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 왜곡돼 있는 외국의 종교 문화 역사를 소재로 한 글들을 인터넷 언론 등에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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