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속 '빅 브라더'는 없을까?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넷플릭스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과연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분석해보자. <오징어 게임>은 9부작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TV) 드라마다. 현실에선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456억이라는 상금에 유혹되어 잔인한 생존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다.

출처: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게임의 단순성과 참혹성  

드라마 속 6개의 게임은 단순하지만, 게임 승패가 극명하고 치명적이다. 따라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점이 관객이 드라마를 완주하게 하는 하나의 동력이다. 살아남으면 죽은 자와 자신의 목숨 값을 챙길 수 있고, 아니면 죽음이다. 이번에 깨달았지만, 게임은 게임의 단순함이나 복잡성과는 관계없이 생명을 담보로 했을 때 게임의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이것을 최대로 이용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한국의 전통적인 놀이를 이용했지만, 게임에 진 사람을 그 자리에서 죽이는 끔찍한 설정을 통해 극한의 두려움을 조성하고 있다. 커지는 상금을 보면서 게임 참여자들은 점점 죽음에도 익숙해진다. 반면에 나는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죽음을 지켜보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주인공이 인생 실패자

이 생존게임 참가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로 그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을 구해주는 영웅은 어디에도 없고 자신 스스로가 구해야 한다. 그들도 처음부터 그런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만약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관객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게임 참여자들은 각계각층의 사람을 대변하고 있다. 회사에서 잘리고 치킨집을 하다 망해 가족과 헤어지고 부모님에게 얹혀살지만, 오지랖이 넓은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을 비롯해 잘 나가다 몰락한 증권맨, 한국 사회에 적응 못한 탈북자, 가정폭력 희생자. 악덕 기업주에 시달리는 불법 이민자, 나이 많은 치매 환자, 장기밀매자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은 대체로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이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또한 <오징어 게임>은 주요 참가자들이 왜 이 참혹한 게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지를 비교적 자세히 보여주고 알려준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이들의 이야기를 드라마 속에 잘 녹여냈다는 점이다. 참여자들의 처지를 보면서 이들에 대한 관객의 이해와 공감은 당연히 높아졌을 것이다. 만약에 이러한 부분을 배우들만의 대사로만 처리했다면 공감도는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게임

비록 이런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시청한 사람도 한국의 전통 놀이는 생소했을 것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뽑기),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등은 나조차도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던 놀이이다. 거기다 어떤 게임이 어떤 순서로 나올지 모르니 더욱 궁금증을 키웠다. 이 놀이들은 모두 따라 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고 바로 이 점이 <오징어 게임>의 입소문이 더 빨리 더 멀리 퍼지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마치 사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출처: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또한 구슬 게임에선 특정한 구체적인 놀이를 정해주지 않아 참가자들이 자체적으로 경기를 선택하고, 중간에 경기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규칙이 승자 예측을 어렵게 했다. 자연히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 특히나 앞선 경기와 달리, 구슬 경기는 자신과 가까운(친한) 사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자 그들의 본성이 다 드러나기 시작한다. 주인공 기훈 조차 살아남기 위해 자기가 지금껏 도와주었던 할아버지를 속인다. 나라고 다를 것 같지 않다. 상대방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데, 과연 남을 배려할 수 있을까? 게임은 간단해도 결과에 의해 생사가 달라진다면 누구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선과 악의 경계가 사라지는 부분이다. 여기서 누가 이들을 이런 경기에 몰아넣었는가 하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아마 이 드라마가 한국에서 TV를 통해 방영될 드라마라면 이렇게 만들지도 심의를 통과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19세 이상 관람가로 허락받으면서 잔인한 장면과 과감한 노출도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이야기가 단순해서 외국 관객이 내용을 따라오기가 쉬웠을 것이다. 아울러 넷플릭스로부터 총 200억이라는 과감한 투자를 받았지만, 넷플릭스 간섭없이 제작할 수 있었던 환경도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 말고도 이 드라마가 가진 다른 매력(형형색색의 세트장 등)과 외부요인(37개국 언어로 자막 제공과 34개국 언어로 더빙 / Adalian, J. (2021). Planet Squid Game. Vulture.com ) 도 많지만, 이들이 주요 흥행 성공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후반부로 가면서 집중도와 재미가 줄어든다는 점과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이 게임에 적응하면서 얼굴이 너무 편안하게 변한다는 점이었다. 그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기훈의 얼굴은 너무 태평하다. 엄마도 돌아가시기 일보 직전이고, 장기도 떼일 상황이고, 곧 딸을 못 볼 상황인데도 동네 후배 조상우와 비교해도 너무 차이가 난다.

빅 브라더(Big Brother)의 공포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나의 관심을 가장 끈 것은 빅 브라더의 존재이다. 게임 주최자는 참가자에 대한 모든 상세한 정보를 갖고 있다. 게임에 참여할만한 절박한 사람에게 절묘한 타임에 접근해서 게임 참여를 권유한다. 이들이 거부해도 계속해서 이들을 추적 감시하고 유혹한다. 심지어 게임을 포기하고 나간 후에도 참가자에게 다시 게임에 참여할 것을 암묵적으로 권유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생존게임을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서 아무런 문제없이 해왔다는 사실이다. 

출처: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이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영화 <스노든>(2016)을 연상시킨다. 도대체 게임 주최자는 어디서 이런 개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고, 참가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그토록 면밀하게 감시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참가자들이 현실에서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그들에게 손을 내민다. 과연 그들 중 어느 누가 그 순간에 그 손길을 떨쳐 낼 수 있을까? 이 드라마의 뒷부분에는 거대한 규모의 조직이 숨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 시리즈에서 이 부분이 밝혀지리라 예상한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현실 속에도 이러한 존재가 있지 않을까.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을까? 빅 브라더에 대한 경고일까? 자본주의 사회의 돈에 대한 집착일까? 우리 사회의 생명 경시 풍조일까? 아니면  사회 약자에 대한 인식과 안전망의 개선일까? 아니면 마지막 회에 보여준 인간에 대한 희망일까? 다음 시리즈를 보면 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저작권자 © 뉴스버스(Newsvers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