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금정에선 제자리, 강화에선 격차 줄어

민주당의 부산 패인은 ‘정권심판론’ 안주

패배할 위험과 패배시 위험 키운 조국혁신당

야구 경기에서 3:2로 앞서나가던 A팀이 투수를 교체했다. 그 이후 B팀의 추격으로 4:4 동률이 되었고, 종반부에 A팀이 추가 득점을 하며 6:4로 이겼다. 이 경우 중간에 동점을 허용한 A팀 마무리 투수는 ‘세이브’를 얻을 수 없다. ‘구원승’은 인정받지만 야구팬들은 이를 ‘부끄러운 구원승’이라 부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전남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전남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16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결과는 2022년과 별 차이가 없다. 그때는 국민의힘 후보 62.03%, 더불어민주당 37.96%였고 이번은 61.03% 대 38.96%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좁혀졌던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여론조사기관 ‘꽃’의 조사 결과를 문제 삼았지만 접전 양상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에브리리서치의 조사에서도 나타났었다. 정권 심판론이 부상하면서 금정에서 한때 국민의힘이 민주당에게 따라잡혔던 것이다.  그렇다면 동점까지 갔던 경기는 왜 6:4로 마무리되었나. 영남 대도시 지역은 며칠 만에 10%포인트 이상의 표심이 이동할 여지가 있다. 스윙보터층과 경우에 따라 민주당을 찍을 수도 있는 국민의힘 소극 지지층이 제법 두텁다. 이들 다수가 민주당으로 쏠리면 민주당이 신승하고 국민의힘으로 가면 국민의힘이 대승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에게 인적 쇄신을 요구하면서 금정의 국민의힘 소극 지지층과 스윙보터층 대다수를 움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한때 민주당 후보가 따라붙었던 것 역시 한 대표의 책임이다. ‘정권 심판’의 ‘정권’에는 당연히 여당 대표가 주요축으로 포함돼 있다. 한 대표가 국민의힘에 병 주고 약 준 셈이다. 

인천 강화군수 선거 결과도 놓쳐선 안 된다. 2022년 35.5%였던 민주당 득표율은 이번에 42.12%였다. 이 또한 정권 심판론의 영향이며, 영남에서 수성하는 힘은 여전히 강하되고 수도권에서 약해지는 것은 4월 총선과 비슷하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도 국민의힘에게 나쁘다. ‘진보 대 보수’ 대결에서 보수의 패배는 정권심판론의 우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한 대표도 그걸 알기에 투표 당일 정당 공천도 없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연신 언급했을 것이다.  

패자도 아니지만 화려한 승자도 아닌 처지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같다. 민주당은 전남에서 영광군수와 곡성군수를 모두 확보하며 체면을 지켰다. 그렇지만 영광군수 선거에서 진보당과 조국혁신당에게 따라잡혔다가 40% 득표율을 겨우 넘겨 당선된 것은 금정의 한 대표와 같은 ‘부끄러운 구원승’이다.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끝내 큰 차이로 진 것도 이 대표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민주당이 부산 지역에서 이기려면 민주당이나 이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주민, 나아가 심판 심리가 강하지 않은 주민에게도 지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현지 발언은 정권 심판 수준에 머물렀다. 후보를 띄우거나 지역 정책을 부각시키는 노력은 국민의힘보다 작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강원 평창군 방림면 배추밭을 찾아 농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강원 평창군 방림면 배추밭을 찾아 농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도 민주당이 즐길 만하지 않다. 진보 단일 후보 정근식 신임 교육감의 득표율은 50.24%,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와 윤호상 후보의 득표율 합은 49.75%다. 4월 총선 서울 지역구에서 민주당은 52.23%, 국민의힘은 46.29%였는데 그 차이보다 작다. 야당의 총선 압승 이후 야권 투표자의 열성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 대표 재판에 대한 동정 여론도 커지지는 않은 것 같다. 

10.16 재보선의 최대 패자는 조국혁신당이다. 호남에서 전패했고 영광군수 선거에서는 진보당에 밀려 3위로 그쳤다. 그간 조국 대표 등 지도부는 패배할 위험과 패배시의 위험을 함께 키워놓았다. 지역에서 살아보는 것은 초기에는 홍보 효과가 있다. 하지만 최종 승리는 ‘그 당은 싫지만 그 후보는 마음에 든다’고 하는 유권자층이 담보한다. 당 대표는 도움이 안 되거나 방해가 될 수 있다. 막바지 조 대표가 금정에서 민주당을 지원한 것도 9회말 폭투격이었다. 유세 장소는 하필 입시비리 문제를 부각시키는 부산대학교 앞이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차별화하기보다는 거의 같은 노선을 견지하며 지지층을 공유하려 했다. 4월 총선에서는 성공했으나 이내 지속가능성이 저하되었다. 금융투자소득세처럼 의견 차이가 발생한 사안을 살려나가지도 않았고, 호남에서 민주당보다 무엇이 얼마나 나은지를 증명하는 노력도 부족했다. 독자적 존재 명분이 약하면 패배는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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