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의 정권 심판론…한동훈으로는 극복 힘들어

영광에서 ‘안과 밖의 대결’ 자초한 이재명-조국 

서울 교육감 열기 시들…색깔만 남고 정책 실종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거리 일대를 걸으며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유세를 펼치고 있다. 가운데 빨간 옷이 윤일현 후보.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거리 일대를 걸으며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유세를 펼치고 있다. 가운데 빨간 옷이 윤일현 후보. (사진=연합뉴스)


뉴스피릿·에브리뉴스 의뢰로 에브리리서치가 부산 금정구 거주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10월 6~7일 실시한 구청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김경지 후보가 45.8%,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 42.3%였다(100% 무선 ARS 조사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 오차범위내 접전이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것은 2018년 한 차례뿐이다. 금정이 다른 부산 지역에 비해 민주당의 조직력이나 후보의 인지도가 강한 것도 아니다. 정권 심판 심리가 강하게 일어났다는 것 말고 다른 설명은 불가능하다. 4월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문제나 의혹은 더 커지고 더 늘어났다. 국민의힘 소극 지지층이 기권할 만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비슷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금정을 누비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국민의힘의 핵심 이미지가 ‘윤석열’에서 ‘한동훈’으로 바뀌기를 바라겠지만, 현재로서 한동훈식 차별화 행보가 성과로 이어진 것이 없으며, 국민 상당수는 윤석열과 한동훈을 ‘검사 출신으로 정치에 무능하다는 것은 같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동훈이 내세운 ‘지역 일꾼론’이 먹히려면 지역 일꾼인 현지 후보가 선거 중심에 있어야 한다. 대표가 맨앞에 나서면 후보는 대표의 그림자에 묻힌다. 한동훈 특유의 ‘구원투수 자의식’은 선거를 더 힘들게 만든다. 

중앙 정치인이 지방 선거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국민의힘만이 아니다. 전 구청장의 사망으로 치러지는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국민의힘의 귀책 사유’를 운운했다 역풍을 맞았다. 전임 구청장이 부패나 선거 부정으로 직을 상실했다면 이 부분은 벌써 민주당 현지 캠프가 파고들었을 것이다. 지역 사정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는 정치인이 끼어듦으로써 민주당은 고지 눈앞에서 비틀거릴 수도 있다. 

영광군수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이렌도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대표는 “비록 작은 차이들이 있다고는 할지라도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정권 심판 전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장세일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영광에서 국민의힘이 당선될 일이 없을 뿐더러 진보당과 조국혁신당도 정권심판론을 펴고 있는 정당이다. ‘작은 차이’라고 말해놓고 중소정당을 제압하려고 애쓰는 이재명 본인이 스스로 교란된 것이 아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 금정체육공원에서 김경지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 금정체육공원에서 김경지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총선의 기세를 이어가려던 조국혁신당도 진보당의 대약진에 가로막혔다. 조국 대표 등의 ‘영광 한 달 살이’는 아마추어적 패착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전국적 바람이 좌우하고 여러 군이 하나로 묶인 농어촌 선거구도 바람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초단체장 선거는 내발적인 성격이 크다. 진보당 후보는 지역에서 꾸준히 각종 현안에 깊이 관여해온 반면, 조국혁신당 소속 군수 후보는 서울에서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당 지도부 인사들의 현지 생활은 ‘체험 삶의 현장’에 불과하다. 

조국혁신당은 "당만 보고 찍지 말라”는 논리가 진보당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내다보지 못한 듯하다.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의 도전에 과민반응했던 것도 자신을 갉아먹는 행위였다. “우리가 왜 이재명-조국 싸움에 휩쓸려야 하냐”는 주민들의 불만이 불어나면 ‘안과 밖의 대결’이라는 프레임만 굳어져 진보당에게 좋은 판이 된다. 

10.16 재보궐 선거에서 처음부터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었던 곳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다. 서울의 정치 지형이 여타 재보선 지역에 비해 평평하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지만 여러 후보들은 ‘진보’나 ‘보수’ 같은 타이틀을 걸고 이는 현 시국에서 ‘야권’과 ‘여권’으로 해석된다. ‘정권 평가’ 선거로 간주될 만하다. 

그러나 투표 열기는 몹시 시들하다. 재보선 투표 당일은 정기 선거 투표일과 달리 휴일이 아니라서, 사전투표 기간의 토요일을 놓치면 투표하기가 버거운 유권자들이 많다. 그런데도 11일, 12일 사전투표율은 8.28%에 머물며 부산 금정(20.6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과 ‘조희연 교육 심판’ 모두 한계를 만났다는 방증이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정책 실종’에 가까웠다. 후보들은 ‘진보’나 ‘보수’ 같은 레토릭에 의존하는 데 여념 없고 빨간 혹은 파란 유니폼에 기대를 싣는다. 막판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단일화’다. 고심 중인 부동층에게 뻗어가기보다 정치판에서 이미 형성된 지형에 빠져 있다. 지방교육자치 선거마저 중앙정치를 닮아가고 있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 뉴스버스 외부 필자와 <오피니언> 기고글은 뉴스버스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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