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사투리에 성격당찼던 LPGA선구자 박세리
박지은의 첫 메이저 우승 지켜봐…아내와 닮음꼴(?)
프레스룸 출입 상습범이던 수퍼땅콩 김미현의 애교
매너 잡음 많았던 미셸 위…미셸 위 아버지와는 불편한 기억
겸손했지만 美프로투어 다니기엔 몸이 약했던 '얼짱 '안시현
쇼맨십 없이 항상 차분했던 '여왕벌' 박인비
일찍 시든 김주연과 김초롱…매너 중시 골프지만 안타까운 일
개인종목인 여자골프(LPGA)와도 인연을 맺었다. 충청도 사투리에 수더분하고 건강미 넘치며 성격도 당찬 ‘선구자’ 박세리(44)가 가장 인상적이다. 전성기 때부터 오랫동안 미주 곳곳을 돌며 취재했는데 불혹의 나이에 아직 싱글이다.
2004년 시즌 첫번째 메이저 이벤트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이 열린 남부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현장에 결혼한지 2주일된 아내를 데려갔다. 노련한 박세리는 ‘어? 저 평생 노총각 기자 장가 갔네’라는 눈길로 집사람의 위아래를 한참 훑어본 장면이 기억난다. 어찌된 연유인지 박세리는 그 대회를 망치며 5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섭렵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이 좌절되고 말았다.
결국 그 대회에선 ‘그레이스’로 알려진 박지은(42)이 정상에 등극했다. 선수 본인 못지 않게 필자도 기뻐할 이유가 있었다. 과거 박지은 어머니가 “아기는 잘 크나요”라며 의례적으로 물어왔다. “이 나이에 아이는 커녕, 결혼도 못해 부모님께 불효중입니다”라고 대답했더니. 박지은은 ‘큰 실언을 했구나’라고 싶었던지 몹시 당황해하며 입을 가렸다. 그 뒤 박지은의 첫 메이저 우승 직후 아내를 소개한 일이 있었는데, 옆에 있던 미국 할아버지가 “자매의 우승을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상당히 닮은 꼴이었다.
박지은과는 1년전 US오픈이 벌어진 캔자스주 시골 허친슨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저녁때 렌터카를 몰고가다 신호등 앞 사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부모님과 함께였고 차창 밖으로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지금은 결혼해 잘 살며 골프해설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다.
김미현은 기자만 들어갈수 있는 프레스룸 출입 상습범(?)이었다. 어느 날 두손에 음료수와 간식을 잔뜩 든채 기자실에서 나오는 ‘수퍼 땅콩’을 발견했다. “그동안 우리들 먹을 게 왜 사라지나 했더니 오늘 범인을 찾았다”며 “값을 지불하라”며 농담을 하자, ‘줄 돈이 없다’며 줄행랑을 친 장면이 기억난다.
프로농구(NBA) 불세출의 스타 제리 웨스트의 아들과 결혼해 지난해 딸을 낳은 미셸 위(31)의 경우 중학교 시절부터 하와이 천재소녀였다. 무명시절 딸의 기사화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던 부친은 당시 하와이대 교통학과 교수였는데, 외동딸이 유명인사가 된 후 태도가 바뀌었다. 경기장에서 만난 기자와 한국 취재진을 노골적으로 냉대해 당황한 적이 있었다. 미국 언론계에서도 그다지 좋은 평가는 아니었다. 대선배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미셸의 불손한 태도를 매섭게 꼬집은 적이 있다. 아직도 현역으로 일본이 자랑하는 장타자 후쿠시마 아키코(48)는 라운드 직후 “미셸 위 본인과 캐디인 부친이 내쪽 라이를 밟아 플레이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얼짱’ 안시현(36)도 인상적이었다. 모친은 “딸이 공부를 굉장히 잘했는데 남편이 골프를 가르쳐 한때 부부싸움을 자주 했다”는 뒷얘기를 들려주었다. 안시현은 겸손했지만 대한민국 99배 크기인 드넓은 미국 땅에서 투어를 다니기에는 몸이 다소 약했다. 지금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동포 연예인 마르코와 헤어진 뒤 외동딸을 키우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고 들었다.
얼마전 할아버지를 여읜 ‘여왕벌’ 박인비(33)는 항상 꾸준하다. 4년전 네바다주 라스베가스로 휴가 갔을때 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다. 조기 유학생 출신이라 영어도 완벽하고 쇼맨십을 보이지 않아 항상 차분해 보였다. 개인적으로도 내달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2연패를 이루길 희망한다.
‘버디 김’ 김주연(39)은 16년 전 박세리에 이어 최고권위의 US오픈을 제패하고도 가정불화와 매너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일찍 시든 케이스다. 영국의 세계적인 레슨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경기장에서 모 한인선수에게 "차안에서 딸을 구타하는 부친의 폭행을 막아달라"고 SOS를 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매사에 도발적인 크리스티나 김(김초롱) 역시 여기 저기서 터진 주변과의 불화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흘러간 인물이 됐다. 매너를 중시하는 골프이다 보니 그렇게 됐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이 기사와 뉴스버스 취재를 자발적 구독료로 후원합니다.
후원금 직접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신한은행 140-013-476780 [예금주: ㈜위더미디어 뉴스버스]
뉴스버스 기사 쉽게 보시려면 회원가입과 즐겨찾기를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