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 계약 자료는 '참조 페이지'…핵심 계약정보 없어

고려아연 공개 사진에 인수 기업 '이그니오' 간판·로고 안 나와

핵심 계약 정보 담긴 계약서나 인건비 지출 규모 등 공개 필요

고려아연이 5,800억원을 주고 인수한 미국 기업 이그니오홀딩스의 뉴욕 본사 주소지를 가봤더니, 공유오피스층이었다는 뉴스버스 보도에 대해 고려아연 측이 반박자료를 제시했으나, 계약서라고 보기엔 불충분한 ‘조각 문서’로 나타났다. 

29일 고려아연이 전날(28일) 공개한 반박 자료들을 분석해 보면, 임차인이 페달포인트 홀딩스라는 점과 계약 개시일, 사무실 규모 등 해당 건물 임대 계약에 관한 참고 사항을 나열한 레퍼런스 페이지(참조 페이지)였다.

고려아연이 28일 공개한 페달포인트의 뉴욕 '브로드웨이 140' 빌딩 사무실 임대 계약 관련 자료. 
고려아연이 28일 공개한 페달포인트의 뉴욕 '브로드웨이 140' 빌딩 사무실 임대 계약 관련 자료. 


계약의 핵심 내용인 임대금, 임대 기간, 임대 대상 부동산은 물론, 임대 당사자간 사인(서명) 등 계약서의 핵심 부분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계약 관련 서류를 본 미국의 리얼터(부동산 중개인)들은 “이것은 부동산 계약에 앞서 참고하는 자료의 조각 문서일 뿐"이라며 "임대금, 계약기간, 대상 부동산 등, 그리고 무엇보다 사인이 빠져 있어 계약서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버스가 지난 27일 <[단독] 고려아연이 5,800억에 인수한 美본사 가봤더니...> 기사에서 빌딩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이그니오란 기업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보도하자,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홈페이지에 게시된) 뉴욕 ‘브로드웨이 140’ 빌딩의 50층은 이그니오의 모회사인 페달포인트의 사무실이고, 이그니오는 페달포인트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고려아연이 해명과 함께 제시한 뉴욕 ‘브로드웨이 140' 빌딩 페달포인트 사무실 사진에도 '페달포인트'의 로고가 붙은 벽면과 작은 간판이 붙어있을 뿐, 정작 5,800억원에 인수한 '이그니오'의 간판과 로고는 나와 있지 않았다.

고려아연이 공개한 사무실 사진. 이그니오 간판은 없고 방 하나에 페달포인트 로고가 붙어 있다. 
고려아연이 공개한 사무실 사진. 이그니오 간판은 없고 방 하나에 페달포인트 로고가 붙어 있다. 

또 매출을 직접 발생시키고 직원 수가 더 많은 사업회사인 이그니오의 명의가 아니라 지주회사이며 직원 수가 적은 페달포인트 명의로 뉴욕의 사무실을 임대한 이유도 고려아연 해명에는 없었다.

미국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 따르면 이그니오 소속이라고 밝힌 직원 가운데 뉴욕시에서 근무한다고 명시한 직원은 10명 안팎이었고 아시아계와 비아시아계가 비슷한 비율로 섞여 있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공개한 페달포인트 및 이그니오 사무실 사진 속에는 아시아계만 찍혀 있어 연출된 사진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가 ‘브로드웨이 140’ 빌딩에 있다는 근거로 미 국세청(IRS)의 주소 변경 자료를 공개했는데, 이는 단지 이그니오홀딩스의 주소가 화이트플레인시에서 뉴욕 브로드웨이 140 빌딩으로 이전했다는 사실만 기재한 서류일 뿐이다.

오히려 뉴욕 주정부 등록 주소록에 따르면 이그니오 사업을 총괄하는 이그니오홀딩스는 물론 자회사인 이그니오 IP, 이그니오 테크놀로지스, 이그니오 조지아, 이그니오 인터미디에이트, EvTerra 등 모든 자회사가 주소를 뉴욕 ‘브로드웨이 140’이 아닌 전 CEO의 개인사무실인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화이트플레인스시에 두고 있다. 

이그니오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근무지 역시 뉴욕시가 아닌 화이트플레인스시로 돼있다.

고려아연이 공개한 자료들 만으로는 페달포인트 홀딩스의 사무실이 아닌 이그니오홀딩스의 사무실이 실제 뉴욕 ‘브로드웨이 140’ 빌딩에 있는지, 그 곳에 실제 직원들이 근무하는지 등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의 이그니오홀딩스 인수는 ‘수상한 투자’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2021년 설립돼 1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기업을, 그것도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회사를 5,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고 인수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다.

‘수상한 투자’라는 의혹이나 의심을 피하려면 고려아연이 이그니오와 페달포인트, EvTerra 등의 인건비 지출 규모 등 근거 자료들은 물론 이그니오에 대한 투자 금액이 적정했는지 등을  평가한 실사 보고서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상연은 199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특별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2005년 미국 조지아대학교(UGA)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틀랜타와 미주 한인 사회를 커버하는 아메리카K 미디어 그룹을 설립해 현재 대표 기자로 재직 중이며, 뉴스버스 객원특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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