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의견]

'명품백 무혐의' 결론 검찰총장 보고前 언론에 기정사실화

‘명품백 수수 김건희 무혐의'는 사실상 용산이 지휘한 수사

이원석, 행동 타이밍 놓치고 '말로만 대응' 하다 주도권 잃어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1342 용기 한걸음센터'에서 마약류 중독 관련 치료·재활 전화상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1342 용기 한걸음센터'에서 마약류 중독 관련 치료·재활 전화상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수사 과정과 무혐의 결론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지휘체계가 무너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사실상 용산의 지휘 아래 검찰총장이 패싱된 상태에서 진행됐고, 수사팀의 수사 결론 조차도 검찰총장 보고 전에 언론에 흘려 기정사실화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결과를 보고 받고 ‘수사심의위 소집’을 할 수 있으나,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이 ‘공정성’ 등을 명분으로 고발 당사자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처음 보도한 ‘서울의 소리’와 고발 당사자인 최재영 목사는 22일 오전 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서를 제출하고 김 여사 기소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총장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이미 후임 검찰총장까지 지명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사심의위가 소집되더라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결론을 바꿀 정도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이 총장은 연이은 검찰총장 ‘패싱’ 사태와 김 여사 출장조사 등 서울중앙지검의 ‘항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미 ‘주도권’이나 ‘동력’을 잃은 상태다.

김 여사 ‘디올백 수수’와 관련해 고발된 시점은 지난해 12월이지만, 검찰은 총선을 의식해 묵혀뒀다가 5개월이 지나서야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 5월 3일 이원석 검찰총장의 전담수사팀 구성을 통한 ‘신속 수사’ 지시가 계기였다. 당시 이 총장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 신속 엄정 수사”를 공개 약속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열흘 만에 실무 수사 지휘 사령탑인 서울중앙지검장을 전격 교체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1차 패싱이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김 여사 소환 조사를 주장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승진형식을 빌어 부산고검장으로 밀어내고,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을 지낸 ‘尹 라인’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인사와 ‘김 여사 수사’와의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누가봐도 이 총장의 ‘김 여사 수사 지휘권'을 견제하는 포석이었다. 

대검 검사장급 간부를 포함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의 의견은 배제됐고, 이 총장은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서 ‘7초 침묵’으로 항의 표시했다. 당시 이 총장은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 “수사팀을 믿는다”는 식으로 외부(대통령실)의 압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든 압권은 서울중앙지검이 ‘사전 보고 없이 강행한 김 여사 출장 조사’다. 검찰총장 2차 패싱이다.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검은 경호처가 안가에서 김 여사 출장조사를 나간 뒤 조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이 총장에게 김 여사 조사 사실을 사후 통보했다. 검찰총장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 지휘권이 없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먼저 조사하고 명품백 수수 건을 나중에 조사하다 보니, 보고가 늦어졌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말 장난’에 불과했다. 김 여사에 대한 조사 방식과 관련해 이미 이 총장의 지침이 있었던 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김 여사 조사 시점 방식 등은 당연히 검찰총장에 사전 보고됐어야 할 사항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2020년 10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했는데, 그 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이 총장은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국민께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거취 표명 여부도 주목됐지만 이 총장의 행동은 없었다. 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항명 사태’에 대해 진상 조사를 지시했지만, 수사팀 검사의 반발로 사실상 유보되면서 현재는 유야무야된 상태로 있다.

결국 이 총장은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한 외압에 맞서 검찰총장으로서 행동해야 할 ‘타이밍’을 다 잃었다. 이런 상태에서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 보고 전에 김 여사 ‘무혐의’ 결론을 언론에 공론화시켰다. 세 번째 검찰총장 패싱이다.

대통령실은 서울중앙지검과 사실상 직거래 하면서 ‘명품백 무혐의’결론을 얻어냈을지 모르나, 대신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형해화하면서 검찰 지휘체계도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김 여사를 살리기 위해 ‘검찰 조직을 죽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달 9월 12일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항소심 선고 이후 검찰은 4년째 끌어온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할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1심 판결이 나온 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식) 매수를 유도’ 당하거나 ‘(김건희) 계좌가 활용’ 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변해왔다.

대통령실의 이런 입장 등을 감안하면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의 ‘무혐의 압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지휘권이 배제된 상태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론이 주목된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무혐의’에 이어 김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한 수사 결론이 나오면 김건희 특검법 여론은 더 비등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은 ‘검찰 수사중’이라는 특검 방어 이유조차 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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