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의 경제 이슈 분석]
트럼프 2기 경제정책, 한국 수출에 상당한 타격 불가피
관세 장벽 피할 미국에 생산기지 갖춘 ‘해외직접투자株’ 주목
인공지능(AI) 관련 및 항공 택배 등 저유가 수혜 업종 유망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은 미국과 중국이다. 그런데 미 공화당, 민주당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유권자 표심을 의식해서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보호무역주의가 지금보다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한다면 한국 경제에 비상한 각오와 대응이 요구된다.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는 중국에 최소 60% 이상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에도 10%의 보편적 관세를 물리겠다는 입장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보편적 관세 10%를 부과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152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치인 287억달러(약 40조원)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만큼, 트럼프가 이런 불균형을 ‘약탈’로 여겨 통상 압박에 나설 우려도 크다.
금리 인하 여건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감세 및 관세율 인상으로 물가가 다시 오르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면 저임금 노동력 공급이 줄어 인건비를 밀어 올릴 것이다. 이미 미국의 재정적자는 역대 최고 수준인데, 감세 정책으로 세수가 줄면 국채 발행이 늘어나고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국내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인 은행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와 연동해 움직인다. 한국 경제를 압박해 온 고금리 상태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환율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강달러는 미국 제조업체에 재앙”이라며 달러패권 시대를 끝내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문제는 관세율 인상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반(反)이민 정책에 따른 인건비 부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증가 등이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달러화 강세로 미국 수출이 불리해지면 한국 일본 중국 등 수출 국가들에게 통화 절상을 압박할 수도 있다. 인위적으로 원화 엔화 등의 가치를 올려 대미 수출 물량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3高(고물가∙ 고금리∙고환율)를 장기화하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트럼프 2기 주식 투자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① 미국 직접투자 비중이 높은 기계·건설 업종: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건설기계 등
우선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되므로 ‘해외직접투자株’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 최고 200%, 다른 나라에도 1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 수출 기업에 미칠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트럼프의 관세 장벽을 피해갈 수 있는 기업, 즉 미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대미 직접투자 비중이 큰 기업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직접투자를 많이 하고 미국 매출 비중도 큰 업종으로 ▷기계 ▷건설 ▷제약·바이오 ▷음식료 ▷정유 등을 꼽는다. 기계·건설의 경우 미국 직접투자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두산에너빌리티·HD현대건설기계·삼성E&A 등을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았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최근 3년간 북미 매출 비중이 평균 42.7%에 달했다.
② K-푸드 열풍으로 미국 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는 음식료 업종: CJ제일제당, 농심
최근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음식료 업종도 미국 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현지에만 20개 생산기지를 보유한 CJ제일제당, 그리고 라면 수요 폭발로 현지 공장을 계속 확장 중인 농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③ AI산업 발전의 수혜를 입을 전력설비 업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등
인공지능(AI) 관련주, 저유가 수혜주도 관심 종목이다. 현재 미국의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산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트럼프도 AI 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에너지 비용을 낮추겠다는 입장이어서 전력설비주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유망 전력설비주는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대원전선, 제룡전기, 일진전기 등이다. 트럼프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려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 항공 택배 여행 등 운수 업종도 혜택을 볼 전망이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업종에 대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트럼프는 지난달 공화당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취임 첫날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미국에 짓고 있던 배터리 공장의 건설을 잠정 중단했고,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기업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변화된 투자 환경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2기 시대를 대비한 주식 투자는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많이 보유해 관세 장벽을 피해갈 수 있는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IRA 수혜 업종인 2차전지·전기차 등 친환경 섹터의 기업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고재학은 한국일보에서 33년간 기자로 일하며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올해 6월 뉴스버스 공동대표로 합류해 경제 부문을 맡고 있다. 뉴스버스TV에서 주요 경제 이슈를 정리해주는 ‘고재학의 경제버스’를 진행한다. 스테디셀러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을 비롯해 <절벽사회> <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등의 책을 썼다. 우직하게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힘을 믿는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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