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의 경제 이슈 분석]
美 대선 3개월 앞…트럼프의 핵심 경제정책 대해부
중국 때리고 이민자 내치고…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를 잡아라
“취임 100일 내 중국車에 최소 60% 이상 관세 부과하겠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시행하겠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의 경기 둔화 조짐과 함께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우리 수출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현재로선 누가 당선될 지 오리무중이다. 민주당이 트럼프의 대항마로 해리스 부통령을 내세우면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의 실업률 상승 등 미국의 경기 침체 신호를 민주당 정부의 무능과 실책으로 몰아가는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일단 경기 사이클은 트럼프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만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기존 민주당 정책을 대부분 승계할 전망이다. 즉,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그대로 유지돼 재생에너지∙전기차∙수소산업이 계속 힘을 얻을 것이고, 삼성전자 현대차 LG엔솔 등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수백 조원의 투자도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엄청난 정책 변화가 올 것이고 우리의 경제적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쇠락한 러스트벨트(미 북동부 5대호 주변의 공장지대)의 가난한 백인들이다. 트럼프가 부통령으로 지명한 J.D.밴스 상원의원도 러스트벨트의 흙수저 출신이다. 백인 하층민을 겨냥한 트럼프의 논리는 단순하다. “자동차 철강 등 미국 제조업이 망한 것은 중국 때문이고, 거리에 마약이 넘쳐나고 일자리가 없는 것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 때문이다. 그러니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겨 수입을 막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아서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 이런 직관적이고 단순한 논리가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가난한 백인들을 트럼프의 열광적인 지지층으로 바꿔 놓았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은 미국 제조업을 살리는 것이다. 기업을 위해 법인세를 낮춰주고, 관세를 올려 외국 제품의 미국 진출을 막고, 미국에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주고, 저렴한 인건비를 좇아 해외로 나갔던 미국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실천하겠다는 공약들을 담은 ‘어젠다47’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① 관세 장벽: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을 통제하고, 중국산에 대해 미국 수입이 힘들 정도로 최소 60%, 최대 200%라는 고율의 관세를 적용하며, 대통령 임기 동안 중국산 전자제품 철강제품 의약품 등의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4개년 계획을 추진한다.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서도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한다. 현재 관세율은 평균 3%대이다.
② 이른바 ‘트럼프 상호무역법’ 제정: 상대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관세율을 상대국 수입 상품에 부과한다. 예컨대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은 미국이 2.5%, 중국이 15%, 브라질은 35%로 국가별 차이가 크다. 대체로 후진국일수록 관세율이 높고 선진국일수록 낮은 편이다. 현재 중국이 미국차에 15%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니 미국도 중국차에 대해 2.5%가 아닌 15%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③ 감세 정책: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18%로 낮추고 최종적으로는 15%까지 내린다. 부유층과 중산층의 소득세율도 낮춘다. 감세를 통해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④ 친환경 산업 규제와 석유∙천연가스 증산(增産):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고,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원자력 산업을 키울 계획이다. 트럼프는 지난 5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에너지 강국이 될 것이며 유럽 전역과 세계에 에너지를 공급하겠다. 석유를 지금의 두세 배 수준으로 증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기보다는 화석에너지 산업을 키워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이를 통해 제조업을 살리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⑤달러패권 시대를 끝내겠다, ⑥강력한 이민자 추방정책을 실행하겠다, ⑦국방비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액하겠다와 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트럼프 2기 경제정책이 초래할 변화는 무엇일까? 미·중 무역분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다. 고율의 관세 장벽을 쌓아 해외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이 더 힘들어질 것이다.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낮춰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를 활성화할 것이다.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에 대한 규제 완화와 대대적인 증산을 통해 에너지 비용을 떨어뜨릴 것이다. 이런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고율의 관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반(反)이민 정책을 통한 불법 이민자 차단은 서비스 및 제조업 분야의 인건비 부담을 늘린다. 감세와 국방비 증액 등 다른 정책도 하나같이 재정적자를 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보다 더 많은 양의 국채를 찍어 메워야 한다. 국채를 많이 찍어 통화량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국채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다. 트럼프라는 ‘이상한(weird)’ 정치인이 한국과 세계 금융시장을 불확실성으로 몰아넣고 있다.
고재학은 한국일보에서 33년간 기자로 일하며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지냈다. 올해 6월 뉴스버스 공동대표로 합류해 경제 부문을 맡고 있다. 뉴스버스TV에서 주요 경제 이슈를 정리해주는 ‘고재학의 경제버스’를 진행한다. 스테디셀러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을 비롯해 <절벽사회> <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등의 책을 썼다. 우직하게 객관주의 저널리즘의 힘을 믿는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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