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버스 심정택의 미술작가평론 '미술딜라이트'
전시 'DIVINITY(신성) 8월 25일까지, 뮤지엄 웨이브 1만2,000원
이번에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 전시이다. 블록버스터는 많은 자금을 투자해 다수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대규모 기획형 (국제)전시를 말한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전, 민간 전시기획사와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2019년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전, 현재 진행형인 서울 인사동거리 그라운드서울의 뱅크시(Banksy)전을 말한다. 미술 작품과 상품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식하는 김지희(40) 작가는 자신이 창작한 이미지들을 콘텐츠 및 자산으로 삼아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열고 있다.
김지희에게 대규모 전시는 익숙하다. 2016년, 홍콩 중심가 추엔완 대형쇼핑몰 디 파크(D-Park)와 협업, 몰 공간 전체를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이미지 컨셉으로 채웠다. 현지 언론은 김지희를 '한국의 여자 위에민준'으로 소개했다.
올해 2~3월,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遼寧省)의 성도(省都) 쉔양(瀋陽)의 K11 쇼핑몰 미술관에서 <김지희, 영원한 금빛 너머>전을 열었다. 4년에 걸쳐 제작한 10m에 가까운 대작 ‘영원한 금빛’(Eternal Golden)을 처음 공개하였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장소가 승패를 좌우한다. 서울에서 이를 소화할 공간으로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서울시립미술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정도가 꼽힌다. 해외 유명 미술관들이 작품을 대여하는 첫째 조건이 기획사와 이들 전시장을 갖춘 기관간의 계약서이다. 수 년전부터 블록버스터 전시업계에서는 도시의 부심이더라도 연중 상설 대형 전시가 가능한 안정적인 전시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서울의 부심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과 가까운 성북구 성북동 뮤지엄 웨이브(구 우리옛돌 박물관)는 개관(개명) 1주년 기념으로 김지희전을 열었다.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어온 김지희 작가는 서울시 홍보 대사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5월 6~7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시내 컨퍼런스홀 ‘디 아젠다’에서 4,000여 관객이 참여한 서울 관광 프로모션 행사, <서울 마이 소울 인 두바이 Seoul My Soul in Dubai>에서 전시와 함께 드로잉쇼를 열었다. 김지희는 무대에서 ‘이터널 골든 Eternal Golden’ 작품에 조선시대 왕관을 쓴 인물 중심으로 남산타워, 광화문, 이순신 동상, DDP 등 서울 상징물을 그려 서울의 역사, 현재, 미래를 표현하였다. 말미에는 오세훈 서울 시장이 작품 속 김지희 시그니처 안경에 ‘Seoul My Soul’ 슬로건을 썼다.
이번 뮤지엄 웨이브 전시는 중국에서 발표한 작가 생애의 마스터피스가 될 ‘영원한 금빛(Eternal Golden)’이 공개된다. 4년에 걸쳐 장지에 세필로 채색하여 완성한 작품은 삶의 유한함을 새벽부터 밤까지 히루의 시간 속에 욕망하고 모험하는 인간을 표현하였다. '아라비안 나이트'로 알려진 페르시아의 설화 '천일야화'와 같은 인간의 생로병사, 희로애락을 담았다. 관객은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펴고 그림 속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 간다.
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네오 라우흐(Neo Rauch·1960~ )의 초현실적인 스토리와 구도를 받쳐주는 색은 우울과 낭만이 교차하며 부유하는 공허함이다. 김지희의 색은 인간에게는 유한하나 신에게는 영원한 시간을 끄집어 낸다.
총 4개관으로 진행하는 전시는 1층 1관 ‘이터널 골든’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욕망에 대한 탐미, 2층 동자관에서는 뮤지엄 웨이브의 전신인 옛돌 박물관의 흔적에서 영감받아 신성(divinity)을 주제로 한 작가의 첫 디지털 작품이 전시된다. 2층 또 다른 전시실에는 트렁크 시리즈, 3층에서는 작업 과정과 해외 블록버스터 전시 영상과 함께 소녀 시리즈의 다양한 장면들이 담긴 신작이 이어진다.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 로비에서는 김지희 작품의 시그니처 이미지로 만든 20여종의 아트 굿즈를 만날 수 있다. 트렁크는 캔버스 용도로 이미지화했으며, 자체로 독립된 액자(frame) 역할을 한다. 전시 기간 중 작가 스튜디오 카페 라운지 희움과 협업하여 작품을 음료 코스로 해석하여 제공하는 아트브루 오마카세, 컬러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 타이틀이 디비니티(divinity·神性)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의 흐름에 상처 입지 않는 엄숙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그 무엇을 표현하려 한 게 아닐까?
절대 권력인 신성은 ‘불편한 장엄’을 동반한다. 부엉이 백호 등 영험한 동물 도상들이 등장하는 작품 아우라는 스펙터클한 화면 구성, 긴박하게 조이는 서사, 빠른 전개를 특징으로 한다.
김지희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 안경과 치아 교정기를 낀 소녀 이미지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시리즈에 주술적인 텍스트, 패턴, 주황 등 주조색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전개 및 변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2017년 전시에서는 영원성을 가진 욕망의 상징인 보석과 유한한 시간을 사는 꽃, 벌, 나비 등의 도상들이 표현되었다. 작가는 이 때부터 인간의 유한성을 역설적으로 욕망과 대비시켜 과감하게 인간의 최대 비극인 죽음을 화두로 던지기 시작했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1892~1940)은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근현대 도시를 휘황찬란하게 돌아가는 판타즈마고리아(Phantasmagoria·주마등처럼 스쳐 지나는 장면)에 비유했다. 김지희는 시대를 가로질러 자본주의 욕망이 깃든, 이제는 지구촌 어디에서나 동경하는 도시가 된 서울이라는 버내큘러(vernacular·지역성)에 유령처럼 흘러 들어와 서식하는 판타즈마고리아를 작업의 모티브로 삼는다.
마카오 카지노 재벌 가문 사브리나호를 비롯 다수의 글로벌 수퍼리치 컬렉터들이 김지희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아드리안쳉은 뉴월드그룹, 로즈우드 홍콩 호텔 체인, 복합아트 쇼핑몰 K11을 경영한다. K11은 작가를 후원하는 비영리 조직 K11아트 파운데이션(KAF)을 갖추고 있다.
전시 <DIVINITY, 신성>는 뮤지엄 웨이브에서 8월 25일까지이다. 입장료 12,000원.
심정택은 2009년 상업 갤러리(화랑) 경영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국내외 400여 군데의 작가 스튜디오를 탐방했다. 그 이전 13년여간 삼성자동차 등에 근무하였고 9년여간 홍보대행사를 경영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 언론에 재계 및 산업 기사 60여편, 2019년 4월부터 작가 및 작품론 중심의 미술 칼럼 200여편, 2019년 10월 ~2023년 4월 매일경제신문에 건축 칼럼(필명: 효효) 160여편을 기고했다. <이건희전, 2016년> 등 3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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