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애등에는 ‘신이 준 선물’…양질의 사료용 단백질∙천연비료 생산
케냐 동애등에 산업화 성공…서남아프리카 이산화탄소 8,600만톤↓
기후위기시대 한국 스타트업…첨단기술 토대 곤충산업에 도전
최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서도 곤충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10억달러(약 1.3조원)가 곤충 벤처에 투자됐다. 식품산업계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식품 회사 ADM은 프랑스의 세계 최대 곤충기업 이노바피드에, 그리고 테일러푸드는 네덜란드 곤충기업 프로픽스에 투자하고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곤충산업의 총아는 동애등에라는 곤충이다. 동애등에는 식품 부산물이나 음식물쓰레기, 축산업의 골치거리인 축분 등을 먹고 자란다. 유기성 폐기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청소부인 셈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동애등에를 ‘신이 준 선물’이라 부른다.
유기성 폐기물을 먹고 자란 동애등에 유충은 먹이양의 35%(수분을 제외하면 50%)에 달하는 양질의 사료용 단백질을 생산한다. 이들이 먹고 배설한 분변토는 먹이량의 20%로 친환경 농업에 가장 좋은 천연비료가 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 치워 단백질과 비료를 생산고, 이 비료가 다시 농축산업의 원료가 되어 식품을 생산하는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세계 동애등에 시장은 수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케냐, 곤충 사육자들에게 비즈니스 기회 마련하는데 성공
최근 발행된 ‘2024 순환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동애등에는 서남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연간 1억2,500만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 8,6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아프리카 전역의 돼지, 염소, 닭 등 가축과 수산에 필요한 조단백질의 14%를 공급하고 1,800만톤의 분변토 비료를 생산하는 등 친환경적이고 오염을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케냐에서는 동애등에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곤충 사육자들에게 다양한 곤충 기반 제품을 안전하게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연간 3만3,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320만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 케냐 사례는 곤충산업을 아프리카 여성 및 청년이 주도하는 농업벤처의 새로운 희망으로 부각시켰다.
한국 2006년부터 농촌진흥청 주도로 동애등에 연구
국내 학술논문 검색 사이트 사이언스온에서 ‘동애등에’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전체 논문은 91편이고, 이 중 학위논문이 27편이다. 2006년 이후 농촌진층청 주도로 다양하고 활발한 연구가 이어져 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동애등에 산업은 미국 유럽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350억 투자 CIEF의 실패…과잉 투자에 판로 없고, 악취 민원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던 동애등에 곤충기업은 전북 김제의 ㈜씨아이이에프(CIEF)다. 2008년 동애등에 사육을 시작한 후 2016년 CIEF를 설립했고, 투자금 유치 등으로 24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CIEF는 2020년 1만6,000평 면적에 350억원을 투자해 곤충 애벌레를 생산하는 자동화시설을 갖췄고 하루 1,000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이 회사의 7년치 재무제표를 보면 투자액이 상당히 과장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구 감소 지역인 김제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목표로 잡은 것도 넌센스로 보인다. 2016년 창업 이래 2022년까지 CIEF의 총 매출액은 75억원이 채 안됐고 누적 영업손실이 254억원에 달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악취 민원의 파고도 밀려왔다. 김제의 희망이 민원의 중심지가 됐다. 2022년 말 자본총계는 -144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고 부채 규모는 208억원에 달했다. 자산 역시 토지는 없고 건물 기계 시설장치 뿐으로 64억원에 불과했다. 유럽의 곤충기업은 도약하는데 왜 한국의 곤충기업은 추락했는지 되짚어야 하는 이유다.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는 한국의 곤충기업들
경기도 안성 미양 곤충단지에 이후팜이라는 곤충사육 농업회사 법인이 있다. 원래 돼지농장을 하다가 돼지 축분 처리 등을 위한 6년여 연구 끝에 동애등에 사육에 전념하고 있다. 동애등에는 하루 3톤의 음식물쓰레기를 먹어 치우고 1톤의 분변토 (천연 퇴비) 및 600kg의 유충을 생산한다. 미생물을 이용해 악취도 제거했다. 이후팜은 지게차 자동화로 하루 3톤을 처리하고 있고 하루 30톤 규모로 커지면 로봇화가 가능해 경제성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써큘러바이오라는 곤충기업 역시 동애등에 사육의 과학적 틀을 세우고 있다. 연령별 생육 특성 데이터와 먹이 개발 등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서산농장에 유충을 공급하고 있으며 대규모 곤충클러스터 구축 기반을 쌓아가고 있다. 단순 유충 단백질 외에도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 및 산란한 성충 사채를 배지로 한 동충하초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 곤충기업의 과학적 접근은 과거 무모한 도전으로 실패한 CIEF의 사례와 비교된다.
동에등애 분변토, 수도권 음식물쓰레기 처리에도 적격
곤충기업에서 생산된 분변토의 소비자는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민이다. 인천 무의도에서 실미원이라는 생태 농업을 하는 신지식인 1호 신순규 농부는 딸기 토마토 등 과채류 농업에 이후팜에서 생산한 분변토를 활용하고 있다. 인근 안성의 고삼 농협도 분변토를 이용한 친환경 농업 실험을 시작했다.
곤충이 생산한 사료는 인근 지역 양어장, 양계, 양돈 농장에서 사용하고 곤충이 생산한 분변토와 양어장에서 나온 물은 인근 농장의 비료로 순환 먹이가 되어야 한다. 사료화의 첫 출발은 유충의 단백질을 건조하는 것이다. 이후팜 등은 첨단 건조기술을 지닌 전문업체와 동애등에 전용 건조기를 개발하고 있다. 동애등에 연구개발 성과를 산업화하려면 사료 품질 검증과 안정적인 공급이 관건이다. 미래 곤충산업의 주역인 스타트업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곤충사육사는 축사로 분류된다. 곤충사육사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 곤충사육사는 일반 축사와 달리 음수와 폐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간척지에도 적용 가능하다. 예컨대 시화지구 간척지에는 농사도 어렵고 축산도 불가능하지만 곤충사육사는 가능하다.
동애등에는 수도권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적격이다. 6,000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2,000톤의 단백질과 1,200 톤의 분변토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수도권에 갖춘다면 이는 탄소 혁명과 함께 6기가 가까운 태양광 발전기지를 제공할 수도 있는 1석 4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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