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한동훈 언급 '궁중암투'도 김건희에서 출발
검찰 서면조사 ‘읽씹’해놓고 '사과 의향' 언급은 모순
회견서 수사 끝난 양 발 연기한 尹, ‘특수계급’ 만드나
“윤-한 갈등을 두고 ‘약속대련설’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그냥 ‘파블로프의 개’, ‘조건반사’ 수준이다.” “‘김건희’는 그 자체로 금기고 성역임을 자백한 것이다.”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처음 표면화되던 무렵인 지난 1월 29일 ‘정치클리어링’에 썼던 내용이다.
그즈음 김건희 씨가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그리고 그에 얽혀 있었던 일화들이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윤-한 갈등의 전말과 본질이 뚜렷해졌다. 파블로프의 개를 자극한 종소리는 역시나 ‘김건희’였다.
한동훈 후보는 지난해 12월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했다. JTBC는 한 후보가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후보는 아직 법무부장관이던 12월 19일 김건희씨 논란을 두고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사퇴 요구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그날 한 후보는 김건희 특검법안에 대해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 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말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검 추천 방식과 수사 생중계 가능 조항도 문제 삼았다. “시점을 총선 뒤로 미루고 특검 추천 방식과 수사 브리핑 관련 조항을 바꾼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 같은 언급은 없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윤 대통령은 한 장관의 발언을 ‘특검 수용 가능’ 혹은 ‘(특검은 아니더라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라는 뜻으로 읽었다. 영부인 문제에 관한 한 동물적 후각이 발휘되는 것이다.
12월 29일 한 후보가 첫 비대위 회의에서 한 발언도 이제 와 보니 의미심장하다. “우리 내부에서 궁중 암투나 합종연횡하듯이 사극 찍고, 삼국지 정치하지 말자.” 그때는 ‘궁중 암투’라는 단어가 유독 튀어 보였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은 물론 여권 전반을 강하게 틀어쥔 정국에서 ‘암투’의 여지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그즈음 이미 윤 대통령이 한동훈 끌어내리기에 나섰던 것이라면 의문은 풀린다.
시중에 돌던 소문들도 신빙성이 커졌다. 한 후보가 여당 비대위원장이 되기 직전 윤 대통령이 한 후보보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선호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윤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가 막역하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돌았다.
“요즘 윤 대통령이 한동훈 욕을 심하게 한다네.” 총선 이후 대통령실을 드나든 인사들이 털어놓았다는 후문이 정계와 언론계로 퍼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두고 “이런 XX를 어떻게 믿냐”고 말했다는 소식이 근래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 며칠 알려진 사실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해 여름쯤 영부인에게 서면질의서를 발송했다. 대선 기간인 2021년 12월에 진행된 1차 서면조사에 이어, 2차 서면조사가 1년 전쯤에 있었다는 것이다. 질의서에는 1백여개의 질문이 담겨 있었지만 영부인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읽씹’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피의자로서 2년 7개월동안 서면조사 두 번만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지난 1월 당시 영부인이 대국민 사과를 할 의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주가 조작 의혹이든 명품 수수 문제든 이것들은 위법 여부가 관건인 사건이다. 수사에 불응한다면, 의혹을 푸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밖의 다른 행보는 모두 그른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 연기’는 영부인의 ‘수사 읽씹’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윤 대통령은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김건희 특검 논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 정말 치열하게 수사했다.” “또 하자는 것은 (…)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니냐.” 수사가 진행중인데도, 서면 질의를 깡그리 무시하고도, ‘끝난 수사를 두고 또 특검을 하냐?’며 천연덕스럽게 반문한 것이다.
영부인 문제에서 윤 대통령은 ‘비행기 모드’다. ‘읽고 씹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메시지가 자신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해둔 수준이다. 그의 비행기는 나토 정상회의 이후 귀국을 하고 나서도 착륙하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배우자를 방탄 비행기에 태운 것은 헌법이 금하고 있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창설에 해당한다.
“내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않고) 자격도 안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다.” 영부인이 1월 15일 한 후보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의 일부다. 자아가 비대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 있어서 영부인이 있는 것이다. 영부인 방탄에서나 임성근 구명 의혹에서나, 김건희 씨는 결정권자인 VIP가 아니다.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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