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재난의 공습과 함께 현실이 된 RE100의 습격

기업들 국회·지자체와 협력틀 만들어 정부 역주행 극복해야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앞 도로에서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을 알리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창원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앞 도로에서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을 알리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폭염으로 그리스 아크로폴리스가 낮 시간 동안 폐쇄됐고, 중국 신장 지역 지표면 온도는 75℃까지 치솟았다. 미국 유럽 등에서 대규모 산불 사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기상 이변은 폭염과 폭우를 넘어 인류 문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키우고 있다. 이미 지구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역대 가장 더운 달'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뜨거운 지구' 현상은 지속되고 강화될 것이라는 게 기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국내 보도 전문채널인 YTN에 최근 매일 같이 이어지는 기상재해 관련 뉴스만 봐도 섬찟하다.  

물난리에 제방 붕괴...인도, 폭염 속 투표소 직원 사망 속출 (6월 2일) 
기후 난민 쏟아진다...냉온탕 오가는 브라질 남부 (6월 3일)
봄 더위 심상찮더니...최근 1년. 지구 1.5℃ 한계선 뚫렸다 (6월 6일) 
가라앉는 파나마 섬...'기후 난민' 1,300여 명 "집 옮겨요" (6월 6일)
AI가 전망한 올여름..."7월 가마솥 더위에 폭우까지 우려" (6월 8일)
멕시코, 이상고온에 물고기 떼죽음...美 남서부 '50도 폭염' 비상 ( 6월 10일)
"이게 21세기냐"...타들어가는 中, 비명 속출  (6월 13일)
2024년 '역대 가장 더운 해' 될까...지구촌 폭염 몸살 (6월 14 일)
인도, '살인적 더위'로 몸살..."나갈 엄두도 안나요" (6월 15일) 

인류 최대의 적은 기후변화이고 그로 인한 피해 인류를 '기후 난민'이라고 한다. 기후 난민은 선진국 후진국, 대륙과 섬을 가리지 않는다. 전 인류적 위협이고 예고된 재앙이 된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은 녹색 지구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행위다. 이 재앙을 막는 길은 탄소 감축 밖에 없다. 

기후변화와  RE100을 통한 탄소 감축의 절박성 

탄소 감축을 위한 가장 대표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RE100이다. RE100은 단순한 글로벌 캠페인이 아니다. 어찌보면 지구상에 인류가  지속가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쉽게 이야기 해서 탄소 배출을 하지 말자는 것이고,  그게 경제 발전 이상의 지구공동체의 생존 조건이라는 것이다.

왜 재생에너지인가의 답은 명확하다.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탄소는 결국 기후를 변화 시키고 이 기후변화는 지구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에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없애고 지구 생명체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RE100을 주관하는 더 클라이밋 그룹의 최고 책임자인 헬렌 클락슨은 최근 한국의  에너지 정책(11차 전력수급계획) 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경고했다. 헬렌 클락슨은 "한국에서 회원사들은 전력의 약 9%만을 재생에너지로 공급받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회원사 평균인 5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6월 10일 MBC 뉴스데스크)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는 21.6%였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3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해놓고, 2년 전 계획과 똑같은 수준이었다.  OECD 37개국이 제시한 2030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중 꼴찌다. 


헬렌 클락슨은 2038년도까지 원전을 통한 탈탄소 에너지 70% 달성 목표 설정에 대해선 "2038년까지 새 원전을 짓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14년간 그 만큼의 탄소를 줄이지 않고 계속 배출하겠다는 것이냐"면서 "미래엔 원자력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시장을 잃는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6월 10일 MBC 뉴스데스크)

무역협회 조사 보고( 제조 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 2024. 4) 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제조기업의 16.9 %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압박을 받고 있고 더 구체적으로는 금년이나 내년까지  41.7 %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  부담을 해야 할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RE100이 기업의 생존 까지 위협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탄소국경세(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도 이래저래 기업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MBC와 인터뷰 중인 헬렌 클락슨 클라이밋 그룹 최고 책임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MBC와 인터뷰 중인 헬렌 클락슨 클라이밋 그룹 최고 책임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아마존, 한국 8조 투자 계획  철회 시사…"규제 때문에"   

아마존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 9건, 일본과 호주에서 4건 등의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한국에도 투자를 시작했다. 2023년 12월 아마존은 클라우드 계열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국내 인프라 확대에 맞춰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과 60메가와트(㎿) 태양광에너지 구매계약을 했다. 내년 까지 클라우드서비스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참이었다. 한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에 한화 약 8조 원, 미화 약 6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를 구하기가 어려워 투자 순위 조정까지도 검토하는 상황이 됐다. 켄 헤이그 아마존웹서비스(AWS) 아시아태평양지역 에너지 및 환경정책 총괄은 지난 11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는 허가를 받기도 어렵고, 발전소가 완공된 뒤에도  전력망에 연결하는 것도 어렵다"면서 "만약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면, 투자 우선순위가 그 나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기업이  투자를 하겠다고 해도  우리 나라 사정은 아직 준비가 안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는 세계적인 규범과 트랜드를 역행하며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원전 르네상스' 만 외치고 있다.

기업들 각자도생할 수 있을까?

정부의 에너지 정책 역주행  속에서 과연 한국의 기업들은  각자 도생할 수 있을까?  

국내 기업들이 RE100 목표 달성을 위해선 크게 직접 전력 거래 계약(PPA : Power Purchase Agreement), 신재생 공급인증서(REC) 구매,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건설, 녹색전력 구매 등의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PPA는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1:N 방식으로 공급사업자가 다수 전기 사용자에게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회사들이 큰 비용을 들여 각각 태양광 발전소를 하나씩 짓는 것보다, 전력공급 사업자가 다수의 전력 수요 회사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경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REC구매는 재생에너지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에너지를 공급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서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다만 REC구매의 경우 REC부족으로  거래 가격이 40% 이상 크게 오를 경우 기업의 부담이 될 수 도 있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RE100 이행을 위해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은 직접 PPA(27.4%)이며,  REC 구매(22.0%)가 다음이었다.

정부 정책과는 별개로  우리나라 기업의 각자도생 전략은 바로 PPA를 위한 공급자 확대밖에 없다. 아마존의 한국 재생에너지 투자는 결국 PPA 공급을 늘리는 것이었다.  PPA 공급이 늘면 우리나라RE100 기업은 이 PPA 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가능한 선택지는 산업 육성에 매달리는 각 지자체와 기업들이 협력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를 입법을 통해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끄는 반도체 산업의 소재지는 경기도이다. 사실상의 경제 수도인 셈이다. 경기도는 RE100 선도 선언을 하고 정부와 별개로 RE100을 강력히 추진하는 중이다. 경기도는 공장 건물이 가장 많지만 바다와 인접한 지역이다. 특히  경기 화성과 안산의 대부도 인근엔 대규모 매립지가 있다.  이 곳을 태양광에너지 생산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도 있다.

아마존  책임자의 뼈아픈 지적의 핵심은 결국  규제 장벽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허가 과정과  전력망 연결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국회라도 나서 장애가 되는 모든 규제를 혁파하는 입법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기업 역시 정부만 바라볼 게 아니라 국회를 상대로 팔을 걷어붙이고 입법 청원 활동 등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기업은 사활을 걸고 국회 지자체 등과 연대해서 정부의 RE100 역주행을 극복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인들이 생존을 위해 촛불을 들어야하는 상황까지 올 지도 모른다.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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