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은 14일 검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이라고 말한 뒤 말을 계속 잇지 않은 채 무거운 표정으로 7초 가량 침묵했다.

이 총장은 이어 “제가 이에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언급을 회피했지만 짧은 ‘7초 침묵’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대검 청사 건물로 들어가면서 기자들이 “김건희 여사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면서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저는 우리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듣기에 따라서는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한 외부 압력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이 총장은 ‘용산과의 갈등설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총장은 또 임기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검찰총장으로서, 공직자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임, 직분, 소명을 다할 뿐”이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이 ‘남은 임기를 끝까지 소화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느냐’고 묻자 “주어진 소임과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법무부는 고검장·검사장급 검사 39명의 신규 보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과 1∼4차장이 모두 승진 형태로 교체됐고, 검찰총장의 손발 역할을 하는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부분 교체됐다.

이 총장이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11일,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임명된 지 엿새 만에 이뤄진 인사였다.

이 총장은 지난 주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만나 인사와 관련해 상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법무부도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했다”는 입장이지만, 전후 분위기로 보면 이 총장 측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 총장을 사실상 '패싱'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디올백 수수건 수사 등을 놓고 용산과 검찰의 충돌 조짐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