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 '가이', AI로 진화해 게임속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등장
두 번 보아도 재미있는 <프리 가이(Free Guy)>는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영화다. 웃음과 함께 생각할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 관객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트루먼쇼>(1998)를 떠올리고, 어떤 이는 평범한 영웅을, 다른 이는 AI(인공지능)와의 공존을 얘기한다. 하지만 주인공인 게임 캐릭터 ‘가이’(라이언 레이놀즈)가 내게 전해준 것은,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본인의 주체적 사고와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의 틀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며, 이러한 달라진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프리 가이>는 ‘가이’가 진화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가이’는 비디오 게임의 배경 캐릭터(Non-Player Character)이다. 배경 캐릭터(NPC)란 게이머가 직접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로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이 아니다. ‘가이’는 은행원으로 매일 정해진(프로그래밍 된) 일을 반복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 그러다 자신의 이상형, 밀리(조디 코머)의 캐릭터인 몰로토프 걸을 발견한 후 인공지능으로 진화한다. 나중에 몰로토프 걸이 모든 사실을 말해주자, ‘가이’는 자신이 NPC임을 깨닫고 게임 종료 및 캐릭터 삭제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삶에 대한 두 가지 태도
영화 속에서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 장치인 선글라스에 대한 태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모든 배경 캐릭터들은 선글라스를 쓴 사람과의 대화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가이’는 몰로토프 걸과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게임 속 현실을 알게 되고, 선글라스를 우연히 착용함으로써 가상현실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런 세계를 친한 친구인 ‘버디’에게 알려주기 위해 선글라스를 써보라고 권한다. 그런데 ‘버디’는 이를 거절한다.
‘버디’는 신뢰하는 친구가 권하고 선글라스 착용 자체가 위험한 일도 아니며 너무 쉬운 일인데도 끝까지 쓰지 않는다. ‘버디’는 선글라스를 쓴 사람과의 대화도 금지인데 하물며 그들의 선글라스를 쓰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일은 할 수 없고, 시도조차 해서도 안되며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조차 외면한다. 이 단순한 행동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어떤 새로운 기회가 오더라도 기존 사고의 틀을 벗어나 행동하기를 두려워하면 많은 다양한 것을 경험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이’와 여자 주인공 ‘밀리’는 달랐다. 이들도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처음에는 주저하고 두려워했지만, 자신의 믿음과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을 믿고 행동으로 옮긴다. 이러한 이들의 행동은 각자의 세계에서 다른 이들을 변화시킨다. 숀 레비 감독은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를 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전달하려고 한 것 같다.
AI와 인간과의 관계
기존 영화에서 AI는 대체로 <이글 아이>(2008)나 <그녀>(2014)처럼 네트워크 운영체제 속에 존재하거나 <아이, 로봇>(2004)이나 <채피>(2015)와 같이 진화된 로봇의 형태로 등장했다. 때로는 인간의 친구가 되고 인간을 위해 희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 발달한 나머지 인간 지배를 위해 인간을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 가이>에선 게임 캐릭터가 AI로 진화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밀리와 게임 공동개발자 키스가 캐릭터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했고, 앤트완(타이카 와이티티) 사장이 그들의 기술을 훔쳐서 ‘프리 시티’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임 캐릭터의 각성도 참신하지만, ‘가이’의 설득으로 인해 다른 배경 캐릭터들이 진화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아쉬운 점은 영화 마지막에 인공지능의 성장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프리 라이프’ 게임 출시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는 점이다. 기존 배경 캐릭터들이 신규게임 속에 살아가며, 인간과 평화로운 (일시적인) 공존을 유지하는 것으로 끝낸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이것이 추후에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알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가이’가 밀리에게 그녀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고 키스임을 알려준다는 사실이다. 밀리의 감정을 정리해 주는 것도 다름 아닌 AI라는 점이다. AI는 벌써 이만큼 성장했는데 과연 지속적인 공존이 가능할 것인지 궁금하다.
영화 속 재미를 배가시키는 장치들
라이언 레이놀즈와 타이카 와이티티의 코메디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그들 간 케미도 훌륭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관객을 즐겁게 한 것은 요소 요소에 배치된 웃음 요소들이었다. 특히, 라이언 레이놀즈를 닮은 악당, 예상치 못한 곳에 나타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헐크 주먹, 스타워즈 광선검 등은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닥터 스트레인지>(2016)에 사용된 공간이동 기술 역시 유쾌한 패러디였다. 숀 레비 감독은 관객을 웃기는 포인트를 잘 알고 있었다.
숀 레비 감독은 다양한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해 왔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에선 박물관 전시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프리 가이>에선 게임 캐릭터에 AI를 장착한 그가, 다음 작품에선 어떤 대상에 생명과 초월적 능력을 제공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기대가 크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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