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100 고집하는 尹 정부, 시대적 흐름에 역행

대전시 서구 만년동 한밭수목원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지구 평균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높아지는 순간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대전시 서구 만년동 한밭수목원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지구 평균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높아지는 순간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는 아직도 RE100캠페인이 실현이 어렵다는 핑계로 원전을 중심으로 한 CF100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세계적 기업들의 사용전력 100%를 재생네너지로 조달하는 글로벌 RE100 캠페인은 우리가 선택하고 말고의 여지가 있을까.

우선 캠페인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은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공개 선언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소비자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다. 단순한 공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참여 기업은 RE100가입후 12개월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 수립과,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90% 등 중간 이행 목표 설정을 권고받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인 RE100 캠페인은 소위 ‘자발적 의무 사항’이라는 독특한 원칙을 그 특징으로 한다. 참여 기업은 매년 RE100 보고 스프레드시트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략과 진행 상황을 CDP(Carbon Disclosure Project·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사항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CDP위원회는 국제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과 함께 RE100을 공동 주관하는 기관이다. 

한국 기업의 빈약한 RE100 참여

RE100 참여 글로벌 기업수는 2014년 13개사에서 2018년 155개사, 2020년 266개사, 2021년 315개사, 2022년 7월 기준 374개사로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일본 기업의 가입 수는 2017년 3개사, 2022년 7월 72개사로  급격히 증가했다. 일본 기업들의 RE100 가입이 활발한 이유는 글로벌 RE100에 동참하여 탄소배출을 감축함으로써, 탄소중립, 탄소국경세, ESG 경영 등 국제 규제에 적극 대응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RE100 가입 한국 기업은 2020년 6개사에서 2021년 8개사, 2022년 13개사 등 2022년 12월 기준 총 27개사다. 이들 기업의 RE100 목표 달성 평균 연도는 2043년이다. RE100 목표 달성 연도별로는 2050년까지가 56%(15개사)로 가장 많고, 2040년 26%(7개사), 2030년 19%(5개사)로 나타났다. 세계 10대 주요 수출국이라는 위상과 비교해보면 매우 초라한 실적이다.

한국 및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경제 대국의 경우 제조 기업들이 적지 않게 위치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도 그만큼 많다. 이에 비해 RE100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보급량은 상대적으로 적어 RE100 이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수출 강국이란 명성은 한편으론 에너지 과다 소비를 수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일본 등의 이 같은 현실을 영국 CDP에서도 인식을 하고 2030년 및 2040년의 목표 설정을 예외적으로 하향 조정해주고 있다. 영국 CDP에서는 2030년 RE 60% 및 2040년 RE 90% 달성 목표를 유연하고 적정하게 조율해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달성 목표를 너무 낮추는 계획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50년 RE 100% 달성 목표는 불변으로 고정해 놓고 있다. 사실상 우리가 낙관할 수 없는 미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정권 시절 수행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산업 분야별 수출액은 자동차15%,  반도체 31%, 디스플레이 패널 40%가 각각 감소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에 여러 공급망을 갖고 있는 애플(Apple)의 후원으로 더클라이밋그룹이 주관하고, 한국RE100위원회에서 진행을 맡아  2021년 9월 보고서가 발간됐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핵심 결론이었다. 수출산업에서 차지하는 자동차 비중은 최근 15%에  육박하고 , 반도체 역시 주춤하고 있으나 14~15% 대를  차지한다. 디스플레이 패널 역시 3.3 % 내외로 선박에 버금가는 주요 수출 품목이다. 특히 이 산업들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매우 크다. 이들 산업의 붕괴는 한국경제 전체의 붕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전체 수출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품목 수출에 타격을 입는다면 과연  한국경제가 지속 가능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러한 세 가지 수출품목을 주로 수입하는 해외기업들이 RE100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수출 감소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게 자명하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국가이다. 수출 주도형 국가에서 수출산업에 치명적인 국제 규범은 당연히 자발적 강제의 형식이지만, 사실상 우리에게는 강제 규범과 마찬가지다. 이들 산업은  장치 산업이다. 대규모 장치산업의 특징은 고정비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수요 감소는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자발적 강제로 표현되는 RE100 캠페인은 자발적 강제에 그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 2023년 1월 입법 예고됐던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해 4월 11일 공포됐다. 개정된 연도별 RPS(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비율은 ▲2023년 13% ▲2024년 13.5% ▲2025년 14% ▲2026년 15% ▲ 2027년 17% ▲ 2028년 19% ▲ 2029년 22.5%에 이어 2030년 이후부터 25%로 고정됐다. 이는 기존에 2023년 14.5%와 2024년 17%, 2025년 20.5%에 이어 2026년부터 의무비율 25%를 지키도록 한 계획과 큰 차이를 보여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동력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연도별 의무비율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법정 상한인 25%를 달성하는 시기 또한 4년이나 늦춰졌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는 국제사회 흐름을 거스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숨통을 끊어 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 언제까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할 것인가. 

이인형은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분야 국제공인 CVS자격증을 보유한 프로젝트 컨설턴트다. 서울대 농학과를 거쳐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국신용정보에서 기업 평가·금융VAN업무를 맡았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창업보육 업무를 했다. 지금은 소비자 환경활동 보상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개인신용정보 분산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금융‧산업‧환경‧농업 등이 관심사다.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NGO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이면서, ESG코리아 경기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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