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이름 이야기 (하)
세계 최다 성씨 2위는 인도의 '데비(Devi)'
일본, 태어난 곳 위주로 스님이 성씨 부여
한국과 대조적으로 이웃나라 일본은 메이지 유신까지 소수 귀족을 제외하고는 아예 성(family name)이 없었다. 근대화가 시작되며 평민들은 사찰 스님들이 태어난 곳을 뜻하는 한자로 일가창성 성씨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와타나베는 강을 건너다 태어난 아기, 다나카는 밭 한가운데서 출생한 아이를 의미한다. 마츠시타(소나무 아래), 야마모토(산 기슭), 다카하시(다리 위), 고바야시(작은 숲), 야마구치(산 입구), 이노우에(우물 위), 이시이(돌 우물), 시미즈(맑은 물가), 고토(등나무 뒷쪽), 사카모토(언덕길), 마쯔다(소나무 밭)도 그런 유형들이다.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이도류 올스타 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거대한 계곡'(영어로 그랜드 캐년)이란 성씨를 지녔다.
여성의 경우 한국-미국을 불문하고 일단 결혼을 하면 이름 체계가 복잡해진다. 여성은 특히 이혼할 경우 남편 성을 유지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엇갈린다. 귀찮다는 이유로 방치할 경우 사회보장 연금-재산분할 때 서로 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여권-운전면허증-의료보험증 갱신 때마다 이름을 고쳐야 하는 번거로움도 뒤따를 수 있다. 한국계 골퍼 미셸 위(31)의 경우 유년시절 풀네임은 미셸 성미 위였지만 조니 웨스트와 화촉을 밝힌뒤 미셸 위-웨스트로 바꾸었다. LPGA 출신의 펄 신(53‧신지영) 역시 결혼후 펄 신-보나니로 부부의 성을 합쳤다. 박세리(44)는 초등학교 시절 잠시 하와이에 거주할때 Park으로 통했지만 이후 Pak으로 바꾼 케이스다.
미국인의 최다 성은 '스미스'
미국인들은 한국에 비해 이름을 자주 바꾸는 편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딸 패티는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 엄마(낸시 여사) 성인 데이비스로 개명한뒤 플레이보이 잡지에 누드모델로 나오기도 했다. 인구 3억3100만명이 넘는 미국에서 '김철수'에 해당하는 가장 흔한 이름은 존 스미스(John Smith)다. 스미스를 이름 또는 성으로 사용하는 미국인은 315만명 이상으로 전체의 1%에 달한다. 너무 흔한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스밋(Smit), 스미티(Smitty)로 바꿔 부르는 경우도 있다. 스미스는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1위다.
또 미국의 성은 조상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스미스는 대장장이 집안 '블랙스미스'에서 유래했다. 테일러(Taylor)는 양복장이, 죌러(Zoeller)는 세금 징수원, 밀러(Miller)는 방앗간 주인을 의미한다. 발명왕 에디슨(Edison)은 에드워드의 아들, 존슨(Johnson) 및 존스(Jones)는 요한의 자식, 오닐(O'Neal)은 닐의 자손, 데이비스(Davis)와 칼슨(Carlson)은 각각 데이비드와 카를의 후손, 맥도널드(McDonald)는 도널드의 후예란 뜻이다. 흑인이 화이트(White), 백인이 블랙(Black)이란 성을 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심지어 1980년대 메이저리그에는 돈 머니(Don Money)란 웃긴 이름의 야구선수도 있었다.
아일랜드계 바이든 대통령(78)의 본명은 조셉 로비넷 바이든2세로 상당히 길지만 그냥 조 바이든으로 통한다. PGA 수퍼스타 타이거 우즈(45)는 호랑이 숲(한문으로 쓰면 호림)이란 의미다. 원래 엘드릭 톤트 우즈였지만 아버지 얼 우즈가 베트남 전쟁 참전 때 자신이 복무했던 호랑이 특수부대 명칭을 외아들에게 붙여준 것이다. 별명이 본명을 앞선 경우에 해당한다.
미국 이름에는 몇가지 특징이 엿보인다. 건국의 아버지 '워싱턴'은 수도 DC및 서북부 주(state), 대학 이름으로 애용되며 이 성씨의 90%는 흑인층이다. 킹-존슨-잭슨-윌리엄스-데이비스도 흑인들이 많은 성으로 통한다. 흑인층에 특히 인기있는 이름은 대릴-자말-드숀-디안드레-다넬-마퀴스-타이론-도미닉-제일런-레지널드-커티스(남), 에이샤(Asia로 표기)-에보니-제이다-재스민-키아라-티아라-니아-섀니스(여)를 들수 있다. 최고의 흑인 스타이자 인권운동가로 꼽히는 무하마드 알리는 57년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소니 리스튼을 KO로 꺾고 헤비급 세계챔피언에 등극한 직후 노예명인 캐시어스 클레이(진흙)를 버리고 이슬람식으로 개명했다.
반면 백인층은 콜린-헌터-딜런-브렛-제이콥-코너-태너-루크-잭-스콧-콜-루카스-개럿-맥스웰(남), 캐슬린-해나-홀리-케이틀린-캐서린-헤더-애비게일-몰리-케이티-에이미-에밀리-매들린(여) 등을 선호한다.
세계 최다 성씨는 임금을 뜻하는 중국의 왕(Wang)으로 지구촌 전체인구 1%에 육박하는 7600만명 이상이다. 본명이 왕지현인 배우 전지현은 발음이 너무 크고 한국에서 부정적인 화교 이미지 탈피를 이유로 개명한 경우다. '미국, 제2의 독일'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집안 전통을 중시하는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이었다면 이같은 이유로 개명할 경우 가족에게 명예 살인 당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이 밖에 국회의원을 지내고 폐암으로 작고한 최고의 코미디언 이주일은 정주일, 가수 나훈아는 최홍기, 남진은 김남진, 배우 신성일은 강신영, 윤정희는 손미자가 원래 이름이다.
한편 성씨 숫자 세계2위는 인도의 데비(Devi)로 6900만명에 달한다. 또 한인의 20%는 황금을 의미하는 김씨들이다. 일본은 사토, 대만은 첸, 러시아는 이바노바, 독일은 뮐러, 프랑스는 마르탱, 스페인은 가르시아, 네덜란드는 데 용, 이탈리아는 롯시, 포르투갈은 실바, 멕시코는 에르난데스, 브라질은 다 실바, 아르헨티나는 곤살레스가 가장 많다.
봉화식은 남가주대(USC)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부터 중앙일보 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기자 생활의 절반씩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보냈다. 주로 사회부와 스포츠부에서 근무했으며 2020 미국 대선-총선을 담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영 김-미셸 박 스틸 연방 하원의원 등 두 한인 여성 정치인의 탄생 현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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