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로 흥행한 한국영화, <모가디슈>는 7월 28일 개봉 2주 만에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약 186만명(1,859,953)을 기록했다.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는 웰메이드 영화일까?
웰메이드 영화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한국 영화계에서 ‘웰메이드 영화’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모가디슈>와 잘 만든 상업영화
한국영화사에서 ‘웰메이드 영화’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기존 영화들과 차별화되면서 작품성도 높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영화가 나오자 이러한 영화를 웰메이드 영화로 부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이다. 이 용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 만든 상업영화(상업적인 완성도를 갖춘 영화)라는 점과 자신만의 색깔과 주제 의식을 가진 작품성 높고 흥행도 성공한 영화라는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모가디슈>는 첫 번째 의미에 속하는 영화다.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를 토대로 액션 장르의 관습을 잘 살려서 만든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이다. 1990년 1월 소말리아 내전 당시, 생존을 위해 남북한 대사가 힘을 합쳐 양쪽 직원과 가족을 무사히 케냐로 구출하는 이야기다. 모가디슈는 소말리아의 수도이다. 아프리카라는 이국적 환경, 낯선 국가(소말리아)와 낯선 지명(모가디슈)은 초반부터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액션의 장인답게 류승완 감독은 이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의 탈출 장면을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보게 만들었다. 영화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긴장감을 끝까지 늦출 수 없다. 특히 소말리아 정부군과 반군간의 전투 장면,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과 군인들의 잔혹한 모습, 반군들의 정부 협조자에 대한 처단 등은 실감 나면서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정말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과, 동족간 내전의 참혹함을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이것이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아닌 것 같다.
<모가디슈>와 작가주의
그렇다면 <모가디슈>는 왜 두 번째 분류에 포함되지 못할까? 연기자들간의 호흡도 좋았고, 전반적인 스토리 구성 및 소말리아 상황의 현실감 있는 재현도 좋았다.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런데 단지 그뿐이었다. 그냥 한편의 드라마틱한 역사적 사건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긴장감 있게 실감나게 보았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국 대사가 북한사람들을 구하려는 인도적 노력과 서로의 생존을 위해 협력했다는 점은 정말로 가슴 따뜻한 훈훈한 이야기이다. 이것이 류승완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일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잘 만든 상업영화를 벗어나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관객에게 전하는 깊은 울림이나 공감을 주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
근래의 한국영화는 시각적인 면(보여지는 장면)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감 있는 재현, 실제 같은 상황 등. 하지만 <모가디슈>를 통해 전달하려는 연출자의 주제 의식은 잘 안 보인다. 왜 소말리아 정부와 반군 사이에 갈등이 일어났는지, 그 당시 한국과 북한의 소말리아와의 관계, 유엔 가입의 중요성 및 필요성은 다루고 있지 않다. 단지 영화 초기에 남북한 모두가 유엔 가입을 위한 소말리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두 가지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우리가 몰랐던 매우 극적이고 국민적 관심을 끌 만한 역사적 사건을 시각적으로 멋지게 재현해 보인 영화였다. 100% 현지 촬영으로 볼거리가 많았고, 특히 어린 소년들의 무장과 총격은 보는 사람을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가는 길목의 차량 추격 장면은 긴장도를 높이면서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 당시 숨막히는 남북한 국민의 탈출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 목적은 달성되었다.
실제 사실과의 비교
중앙일보 보도(‘모가디슈’ 남북 동반탈출 진짜 주인공 “실제론 북 외교관도 태극기 흔들었다”)에 따르면,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인 강신성(전 주소말리아)대사는 영화가 실제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였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서 백기가 아닌 태극기를 흔들었다는 점과 북한사람에게 전향을 요구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고, 북한사람에게 도움을 먼저 제안했다는 사실이다.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될 순 있으나, 탈출을 위한 양측의 순수한 협조가 왜곡된 시각으로 비쳐질 수 있어 안타깝다. 생존을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에 앞서 서로 도울 수 있다는 점이 희석되었다.
모든 영화가 걸작일 필요도 없고, 걸작일 수도 없다. 심지어 영화를 잘 만들기도 어렵다. 이 점에서 잘 만든 영화를 폄하할 생각도 없다. 관객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한다면 그것 또한 중요한 영화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잘 만든 영화’를 넘어 분명한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영화를 기대해 본다.
김주희는 뉴질랜드 와이카토(Waikato)대학에서 ‘영상과 미디어’를 전공한 예술학 박사이다. 뉴질랜드는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2000~2003) 시리즈와 <킹콩>(2005)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영화 제작 강국이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여전히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채 유튜브 <영화와의 대화>를 운영하는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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