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만 보고 뽑은 선거 후과, 국민들이 부담
비전 용기 능력 갖추고 꿈과 희망 주는 인물 누구?

1. 비전 카리스마 경영능력 3박자 갖춘 지도자들

“비전, 카리스마, 경영능력이라는 세 가지 자질을 모두 갖춘 정치인은 거의 없다. 첫 번째 자질만 갖춘 정치인은 일반적으로 모호한 이론가다. 두 번째만 갖춘 정치인은 위험한 선동정치인이다. 세 번째만 갖춘 정치인은 상상력이 없는 보수정치인이다.”(자크 아탈리, <미테랑 평전> 한국어판 서문)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으로 그를 오랫동안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자크 아탈리의 말이다. 미테랑은 격변기에 프랑스뿐 아니라 세계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대통령이다. 국내적으로 사형제 폐지,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문화복지의 확대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변화시켰다. 대외적으로는 독일 통일, 소련 붕괴 등의 격변기에 독일과의 협력을 통해 EU의 기틀을 닦았다. 그라고 약점이 없겠는가. 측근 비리 의혹도 있었고, 남태평양에서 프랑스의 핵실험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던 그린피스의 ‘무지개전사’(Rainbow Warrior)호를 폭파시키기도 했다. 여담으로 본부인을 두고 두 집 살림을 했는데 재임 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프랑스라 가능했겠지만.

어쨌든 아탈리가 저렇게 앞자락을 깐 것은 자신이 보좌한 미테랑이 저 세 가지 자질을 모두 갖춘 정치인이었노라 말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도 크다. 좋은 대통령을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우리는 여야 대선후보들 가운데 비전, 카리스마, 경영능력의 세 자질을 모두 갖춘 후보가 과연 있는지, 있다면 그게 누군지 알아내야 한다. 반대로 모호한 이론가이거나, 위험한 선동정치인 또는 지루한 보수정치인에 불과한 사람이 누군지도 따져 물어야 한다.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 세 가지 자질 면에서 미테랑과 견줄만한 지도자는 박정희와 김대중 둘 뿐이다. 박정희의 산업화에 대한 비전,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강제력에 많이 의존했지만 국민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카리스마, 효과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관료조직을 움직여 목표를 달성해내는 경영능력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국가폭력을 동원해 인권을 유린하고 특정 지역, 지역 계층의 희생을 강요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대중이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에 대한 불굴의 신념, 국민을 설득하는 카리스마, 대한민국이 지식정보강국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고 복지체계를 재설계한 유능함 등을 갖춘 지도자였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진영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점은 너무나 아쉽다. 비전과 카리스마에서 김영삼의 자질도 손색이 없다. 다만 경영능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아탈리는 “일반 정치인과 국가원수를 구별할 수 있는 성찰도 필요하다”고 한 마디 더 보탰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이 아니라 국가원수를 뽑을 참이다. 일반 정치인과 국가원수에 대한 기대치가 같을 수 없다. 직면한 외교적 위기를 능숙하게 다뤄야 하고, 분열로 치닫고 있는 정치를 뛰어넘어 국민을 통합해야 하며,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뛰어넘어 초연결 사회에 선도적으로 진입해야 하고, 글로벌 사회에서 존경과 신뢰 그리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매력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 어느 하나 난제가 아닌 것이 없다. 이것들과 씨름해 이겨낼 비전과 용기, 능력을 모두 갖춘 국가원수를 골라야 한다. 정치에 몰입하지 않은 일반 국민이 이런 자질을 식별하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12일 경기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민:정책마켓 정책 품절 대란쇼'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이낙연, 빅용진, 추미애 후보. (사진=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12일 경기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민:정책마켓 정책 품절 대란쇼'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정세균, 이낙연, 빅용진, 추미애 후보. (사진=뉴스1)

2. 영상 매체 시대의 현실, ‘이미지’가 선택 좌우  

지도자가 대중에게 평가받는 조건은 세 가지, 즉 이미지, 업적, 비전이다.(박성민, 정치의 몰락) 아탈리의 세 가지 자질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바람직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면, 박성민의 세 가지 조건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대중이 지도자를 평가하는 조건 셋 중 이미지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인상으로 옮길 수 있는 이미지는 사람의 외모, 스타일, 스토리, 화술, 정체성 등 여러 요소가 모여 형성된다. 미디어 특히 영상매체의 발달은 이미지의 영향력을 점점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1960년 케네디와 닉슨이 맞붙은 미 대선에서 후보자간 TV토론이 처음 도입되었는데, TV화면에서 비치는 케네디의 젊고 잘생긴 귀공자풍 이미지가 미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미지가 정치적 선택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를 입증하는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 있다. 미국에서 수 백 번의 미국 상하원 선거 당선자와 2위 후보 사진을 수집했다. 그리고 소속 정당을 포함 다른 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않은 채 사진을 보여주고 어떤 사람이 더 유능해 보이는지 물었다. 설문 결과 피험자들이 더 능력 있어 보인다고 판단된 사람이 선거에서 실제 승리를 거둔 경우가 전체의 약 2/3에 달했다.(조너선 화이트, 바른 마음) 

한편 업적은 오랜 기간 누적된 성과의 축적물이라 단기간에 만들 수 없다. 비전도 지도자의 삶과 연결되지 않으면 호소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원장이 번듯한 경제비전을 제시한들 대중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 이낙연 전 총리가 공정이라는 비전으로 제시하면 대중이 호응할까? 반면 비주류중의 비주류였던 노무현이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했을 때 대중은 바로 이해하고 공감했다. 업적과 비전의 활용이 제한되어 있는데 비해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바꿀 수 있고,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업적과 비전도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또는 이미지 만들기에 활용될 수 있으므로 이미지가 거의 알파요 오메가라 할 수 있다. 각 대선 캠프들이 이미지 전문가를 채용하고, 좋은 이미지 만들기에 매달리는 이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 경선 후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박진, 김태호, 원희룡, 이 대표, 최재형, 안상수, 윤희숙, 하태경, 장기표, 황교안 후보.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 경선 후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박진, 김태호, 원희룡, 이 대표, 최재형, 안상수, 윤희숙, 하태경, 장기표, 황교안 후보. (사진=뉴스1)

3. 후회하지 않을 대통령을 뽑으려면

대통령 선거에서 이미지가 선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현실이다. 이 현실을 완전히 뒤집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실이 곧 바람직함과 동의어는 아니다. 이미지의 선택 결정력이 커질수록 선거는 스핀 닥터(spin doctor)들이 좌우하는 선거 기술 대결이 될 것이고, 깊은 정치적 사고가 설 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정치와 국가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우리 국민은 이미지 말고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대통령 후보를 선택했다. 전임자들인 김영삼과 김대중에겐 민주화의 업적과 문민정부 그리고 수평적 정권교체의 비전이 있었다. 영남출신이지만 비주류였던 노무현은 국민통합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심지어 이명박도 서울 시장으로서 청계천을 복원하고 대중교통체계를 혁신한 업적이 뚜렷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겐 박정희 딸과 노무현의 친구라는 것을 빼면 업적도 없었고, 내세운 비전도 없었다. 오로지 선대의 후광과 박근혜의 신비주의, 문재인의 선한 인상이 기억날 뿐이다. 우리 국민은 지금 이미지만 보고 선택한 후과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지도자를 평가하는 세 가지 요소 중에서 업적은 지도자의 유능함을 판단하고 앞으로 할 일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지도자라면 특히 국가원수라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 위대한 정치인들의 말은 언제나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찼다. 비전, 즉 대통령 후보가 제시하는 새로운 미래는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한다. 후회하지 않을 대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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